1960년대 영국에는 ‘모즈(Mods)’와 ‘로커즈(Rockers)’라는 두 개의 서브 컬쳐가 공존했다. ‘모즈’는 The Modernists를 줄인 말로, 이들은 재즈, 마약, 커피, 예술영화, 고급 양복을 즐기며 화려하게 치장한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반면 ‘로커즈’는 가죽 재킷에 고출력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던 부류로, ‘Mods vs. Rockers’의 대결 구도는 당시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상징하며 그 시절 음악, 패션, 문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지금도 영국에는 다양한 Mod Scooter Club이 성행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 자취를 감춘 ‘모즈’ 유행은 1980년대 들어 평크 밴드들의 주도로 다시 살아나면서 ‘모드 리바이벌(Mod Revival)’이라는 새로운 문화 트랜드가 나타났다. 이 트랜드의 대표적인 인물이 펑크 밴드 더 잼(The Jam)의 리드 싱어 겸 기타리스트 폴 웰러(Paul Weller, 1958~)이며, 그를 ‘모드의 아버지(The Modfather)’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더 잼이 지향하던 ‘펑크’가 아닌, ‘소울’을 하고 싶어 키보디스트 믹 탈보트(Mick Talbott)와 함께 새로운 밴드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을 조직한다. 폴은 믹을 선택한 이유로, “록 문화를 싫어하는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스타일 카운슬의 폴과 믹. 스쿠터와 양복 패션은 그들이 ‘모드’ 족 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트레이시 쏜(Tracey Thorn)이 보컬로 참여한 ‘Paris Match’. 이 곡을 너무 좋아한 일본의 밴드가 그들의 밴드명으로 사용했다

스타일 카운슬은 폴 웰러가 솔로로 나서기 전까지 약 7년(1983~1989)간 존속한 단명 밴드이지만 영국의 브릿팝(Brit Pop)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소울’스러운 음악은 백인의 소울 음악인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의 대표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들은 곧 여성 보컬리스트 디씨 리(Dee C. Lee)를 영입하면서 더욱 부드럽고 섬세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는 곧 폴과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여 결혼에 골인하게 되나, 이후에도 폴과 여성 보컬리스트 간의 스캔들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스타일 카운슬의 히트곡 중 하나인 ‘Ever Changing Moods’. 그들의 패션은 ‘Mod Revival’ 트랜드를 대변한다

스타일 카운슬은 198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에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이 영국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았고, 영국의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를 가사로 자주 다루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젊은이들의 고뇌를 대변하며, 영국 중산층의 보수화(Middle England)와 대처주의(Thatcherism)를 풍자하는 데 앞장섰다.

스타일 카운슬의 공연 실황에서 ‘The Whole Point of No Return’을 열창하는 폴 웰러

그러다 그들의 마지막이 된 앨범 <Confession of a Pop Group>(1987)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였고, 두 사람이 새로 등장한 Acid Jazz 레이블을 통해 가명으로 싱글을 내면서, 스타일 카운슬은 그들의 음반사 폴리돌(Polydor)과 결별하게 된다. 가명으로 나온 싱글은 레코드 매장에서 모두 회수되었고, 스타일 카운슬은 7년의 짧은 활동을 마치고 해체한다. 폴 웰러는 “밴드 해체는 2~3년 전에 해야 했다. 우리는 위대한 음악을 창조했으나 평가는 좀 더 지나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해체의 변을 남겼다.

대표적인 사회 비판곡 'The Lodgers' MV

스타일 카운슬 해체 후 폴 웰러는 계속된 솔로 활동을 이어왔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영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지는, “데이비드 보위를 제외하면, 폴 웰러 만큼 다양하고 지속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영국 솔로 아티스트를 찾기 어렵다”라고 그를 높게 평가하였다. 그는 생애 네 번이나 브릿 어워드(Brit Award)를 수상했으며, 영국 드라마 <셜록>에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스타일 카운슬의 연주곡 ‘Café Bleu’. 유럽의 카페 문화에 딱 어울리는 소울 넘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