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antic Roar. 왼쪽부터 황당헌(黃堂軒, 드럼), 위경함(魏境含, 기타), 왕지우(王之佑, 보컬), 후백제(侯柏第, 베이스). 이미지 출처- Gigantic Roar 페이스북

Gigantic Roar(巨大的轟鳴), 우리 말로 하면 거대한 굉음이라는 뜻이다. 더 풀어쓰면 ‘대단히 요란한 소리’인데, 찬찬히 귀 기울여보면 그들의 음악은 귓전을 강타하는 ‘소음’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쥐고 흔드는 ‘울림’에 더 가깝다.

2012년 초 결성한 밴드 Gigantic Roar는 연습 도중, 보컬 왕지우(王之佑)의 돌발적인 탈퇴로 잠정 해체했다가, 6개월 만에 다시 모여 ‘제대로 된’ 음악을 하기로 뜻을 모은다. 매년 쉬지 않고 앨범을 발매하고 크고 작은 공연장을 돌며 사람들의 머릿속에 또렷한 자국을 새겨오던 그들은, 데뷔 3년 만에 2015골든인디뮤직어워즈(Golden Indie Music Awards)에서 ‘최우수라이브공연상’을 받는다. 직설적인 가사와 기괴한 컨셉의 뮤직비디오, 젊음의 광기로 가득 찬 자이언틱 로어의 음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느끼는 회의와 불안감에 대한 항변이자 절실한 호소다.

‘突然決定去泡溫泉’ Official Live MV

2013년 Gigantic Roar는 첫 싱글 <突然決定去泡溫泉(갑자기 온천에 가기로 했어)>를 발표했다. 자유분방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유명한 밴드답게,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내내 난해하고 괴상한 동작을 선보인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오후, 우린 갑자기 온천에 가기로 했어”라는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노랫말과 하드록에 가까운 거칠고 신경질적인 밴드 연주가 도드라진 개성 강한 데뷔곡이다.

‘登鸛雀樓’ MV

Gigantic Roar는 2014년 발표한 첫 EP <登鸛雀樓(등관작루)>를 통해 거친 사운드의 헤비메탈을 벗겨내고, 한층 산뜻하고 부드러운 얼터너티브 록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왕지환의 동명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으로, 역시 동명의 타이틀곡 ‘登鸛雀樓’ 가사는 시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더 나은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올라서야 한다’는 시의 내용처럼,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피곤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에는 ‘밭을 간만큼 수확한다(一分耕耘一分收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주위를 살펴봐도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이언틱 로어는 이 고사성어에 ‘없다(沒有)’라는 부정의 수식을 붙인 ‘一分耕耘沒有一分收获(밭을 간 만큼 수확할 수 없다)’라는 곡을 통해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고 나섰다. 가사에 집중하면서 음악을 들어보자.

아직도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아직도 얼마나 더 기다려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에 가까워질 수 있죠
그대들은 노력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했지만
우린 타인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그대들의 헛소리나 듣고 앉아있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밭을 간만큼 수확한다는 말은 순 허튼소리야

‘老子有的是時間’ MV

2016년 봄 Gigantic Roar는 첫 정규 앨범 <老子有的是時間(가진 게 시간뿐이야)>(2016)을 발표했다. 뮤직비디오는 더 해괴해졌으며 음악적 장르는 하나로 압축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워졌다. 이전까지 멤버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펑크와 모던록 사운드를 내는데 골몰했지만, 2015년 밴드 보컬 왕지우가 레오 왕(Leo 王)이라는 랩 네임으로 힙합 활동을 하면서 록과 힙합을 적절히 버무린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송라이팅도 자연스럽게 레오 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ASHS’ MV

다섯 번째 트랙에 수록한 ‘ASHS’는 밴드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멜로디와 레오 왕 특유의 느긋한 창법이 어우러져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중학생 시절 멤버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던 때를 추억하며 만든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멤버들이 다니던 고사대부중학교(高师大附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촬영 소감을 묻는 인터뷰 질문에 멤버들은 “예전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체조도 하다 보니 정말 철부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입을 모아 답하기도 했다.

Gigantic Roar는 2016년 홍대 인디 음악축제인 잔다리페스타에 참여해 국내 팬들에게도 얼굴을 비췄다. 최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돌며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보컬, 레오 왕

이미지 출처- Gigantic Roar 페이스북

밴드 Gigantic Roar에서 개성 있는 보컬과 독특한 무대 매너로 시선을 끈 레오 왕은 2015년 돌연 힙합 음악에 빠져 랩을 하기로 결심한다. 대만 힙합 신에서 가장 힙하고 감각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인 힙합 레이블 ‘kaonic(顏社)’에 영입되었을 때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해, 레오 왕은 인트로 곡을 포함, 총 여섯 곡을 수록한 첫 EP <Leo王賣瓜自賣自誇>를 내놓으며 힙합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6년 미니 믹스테이프 <沙發王>을 비롯해 3장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최근 대만 인디 신이 주목하는 신진 아티스트 9m88와 함께 작업한 곡 ‘陪妳過假日(너와 함께 휴가를 보낼게)’를 발표했다. 이로써 레오 왕은 ‘데뷔’ 1년 6개월 만에 솔로곡 23개를 보유한 진정한 ‘래퍼’가 됐다.

‘陪妳過假日’ (feat. 9m88) MV

 

Gigantic Roar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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