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이자, 오늘날까지도 키덜트족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장본인. 장난기 많은 분홍색 표범, 핑크 팬더다. 그런데 정작 핑크 팬더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핑크 팬더의 의미는 분홍색 표범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고, ‘판다’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핑크 팬더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은 핑크 팬더의 데뷔 시절을 따라가보자.

 

데뷔작 <핑크 팬더(The Pink Panther)> 오프닝

<핑크 팬더>(1963) 포스터

‘핑크 팬더’는 원래 1963년 미국에서 제작한 동명의 실사영화 이름이다.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표범이 아니라 사람, 엉뚱하고 코믹한 형사 ‘자크 클루조’(피터 샐러스)다. 영화는 클루조 형사가 분홍색 다이아몬드인 ‘핑크 팬더’를 훔친 도둑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 코미디 범죄 추리극. 그중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우리가 아는 핑크 팬더의 첫 등장이다. 오프닝 크레딧 글자들로 장난치다 혼나고 마는 핑크 팬더의 귀여운 데뷔 영상을 감상해보자.

 

첫 주연작 <핑크 핑크(Pink Phink)>

영화 <핑크 팬더> 오프닝에 등장한 핑크 팬더는 곧장 관객들의 눈에 띄어 영화보다 큰 인기를 얻는다. 그리하여 이듬해 영화제작사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nited Artists)는 본격적으로 핑크 팬더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단편 애니메이션 <핑크 핑크>(1964)다. 애니메이션 감독 프리즈 프리렝(Friz Freleng)이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 이어 단편 제작을 맡았다. 대사 없이 진행되는 슬랩스틱 코미디지만, 핑크 팬더의 영리한 장난과 큰 코를 가진 남자의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맞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핑크 팬더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장난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이 작품은 1965년 제37회 아카데미상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돌아온 핑크 팬더

첫 주연작 이후 핑크 팬더는 124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1990년대까지 미국 TV 시리즈로 꾸준히 제작, 방영됐다. 국내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선보인 핑크 팬더는 영화 <핑크 팬더>의 오프닝에도 꾸준히 등장한다. 한층 높아진 인기 덕인지 첫 번째 오프닝 출연에 비하면 꽤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핑크 팬더3: 돌아온 핑크 팬더(The Return of the Pink Panther)>(1973) 예고편

고전 명작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으로도 유명한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한 <핑크 팬더> 시리즈는 분홍색 표범 말고도 영국의 타고난 코미디 배우 피터 샐러스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준 높은 코미디 형사물이다. 덕분에 원작을 리메이크한 숀 레비 감독의 2006년작 <핑크 팬더>도 유명한데,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크 클루조 형사 역에 미국의 대표 희극 배우 스티브 마틴이 출연하고, 주변 인물로 무려 장 르노와 비욘세가 나온다. 물론 오프닝을 장식하는 핑크 팬더의 활약 또한 명배우 못지않다.

<핑크 팬더(The Pink Panther)>(2006) 오프닝

 

Tip. 핑크 팬더를 있게 한 전설의 주제곡

‘핑크 팬더’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마성의 배경음악이다. 세계적인 영화 음악 작곡가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가 만든 이 곡이야말로 핑크 팬더의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한 일등공신이다. 누군가에게 몰래 골탕을 먹이려는 핑크 팬더의 장난이 연상되는 듯한 멜로디는 오늘까지도 비슷한 상황에 종종 쓰인다. 헨리 멘시니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오랫동안 공동 작업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핑크 팬더>외에도 감독의 대표작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운드 트랙으로 1961년 아카데미상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다음 영상은 그런 헨리 맨시니에게 바치는 에피소드다. 우여곡절 끝에 연주회장에 몰래 들어간 핑크 팬더가 본인의 주제곡을 지휘하고 나면, 진짜 헨리 맨시니가 뿌듯한 얼굴로 기립박수를 보낸다.

The Pink Panther 'Pink, Plunk, Plink'(1966)

팁 한가지 더. 이미 모두 알겠지만, 사실 핑크 팬더는 판다(Panda)가 아니고 표범이기 때문에 ‘팬서(Panther)’라고 불러야 맞지만, 오래 전부터 팬더로 표기하는 바람에 그대로 부른다. 마블 영화의 블랙 ‘팬서’와 같은 의미. 더 많은 ‘핑크 팬더’를 보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을 방문하자.

핑크 팬더 유튜브 채널
메인이미지 = <핑크 팬더 6: 핑크 팬더의 추적>(1982) 포스터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