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기도 어렵지만, 자기 색깔을 세상에 납득시키는 것은 더 어렵다. 만약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루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다면,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로 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이름 석 자를 얻기까지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지운과 송강호.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에는 ‘믿고 보는’ 그들이 아직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가 되기 전, 시너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예술관을 확장하고 성장시킨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 <조용한 가족> 

The Quiet Familyㅣ1998ㅣ감독 김지운ㅣ출연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고호경

김지운 감독은 한 영화 주간지 시나리오 공모전에 <조용한 가족>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에게 전기를 마련해준 이 <조용한 가족>에서 처음으로 배우 송강호와 인연을 맺는다. 김지운 감독의 날 선 블랙 코미디 <조용한 가족>에서 송강호는 산장의 사고뭉치 아들 ‘영민’을 맡아 푼수 같으면서도 섬뜩한 캐릭터를 표현했다. 송강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만약 김지운 감독의 영화 중 꼭 다시 찍어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이란 질문에 <조용한 가족>을 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이상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라는 것. 1998년 개봉작으로, 당시 34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조용한 가족> 예고편

ㅣ영화보기ㅣ유튜브씨네폭스

 

2. <반칙왕>

The Foul Kingㅣ2000ㅣ감독 김지운ㅣ출연 송강호, 장진영, 박상면

<조용한 가족>에서 공동 주연이었던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반칙왕>에서 독보적인 캐릭터의 단독 주연을 맡아 한국 영화팬들에게 잊지 못할 광경을 선사했다. 우연히 레슬링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소심한 은행원 ‘대호’ 역을 맡은 송강호는 코믹한 연기에 짙은 페이소스를 얹으며 평범한 소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완성했다. <반칙왕>은 송강호에게 첫 단독 포스터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관객 동원력을 인정받는 현재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화인 셈. 참고로 김지운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단 열흘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79만 관객 동원.

<반칙왕> 예고편

ㅣ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

 

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he Good, The Bad, The Weird ㅣ2008ㅣ감독 김지운ㅣ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반칙왕>의 호평 속에 김지운 감독은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을 연출했고,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괴물>에 출연했다.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되어 다시 만난 작품이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다. ‘만주 웨스턴’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놈놈놈>은 1930년대 무법천지 만주를 배경으로 말을 달리고 총을 쏘는 서부극식 액션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송강호는 ‘멋진 놈’ 정우성과 이병헌의 불꽃 튀는 대결 속에서 잡초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열차털이범 ‘태구’ 역을 맡았다. 66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예고편

ㅣ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씨네폭스 |

 

4. <밀정>

The Age of Shadowsㅣ2016ㅣ감독 김지운ㅣ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네 번째 협업은 192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이뤄진다. 바로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과 친일 경찰 간의 속고 속이는 첩보전과 액션을 담은 영화 <밀정>이다. 그간 블랙 코미디, 드라마는 물론 공포, 누아르, 서부극까지 영화의 각종 장르를 섭렵하다시피 해온 김지운 감독의 첫 스파이물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강호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다 일본 경찰이 된 조선인 ‘이정출’ 역을 맡아 일제와 의열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따로 또 같이 보낸 20년간 끊임없이 전진해온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네 번째 만남, <밀정>은 7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32위에 올랐다.

<밀정>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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