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괴물들이 사는 나라>, <Her>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는 영화 연출은 물론 각본, 제작, 연기까지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어댑테이션>(2002), <Her>(2013) 같은 영화로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심도 있게 통찰해온 것은 물론, 미셸 공드리의 데뷔작 <휴먼 네이처>(2001) 제작과 코미디 영화 시리즈 <잭애스>의 각본, 얼마 전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 디카프리오와 함께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스파이크 존즈가 기발하고 유쾌한 뮤직비디오의 연출자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24분짜리 스케이트보딩 영상물인 <Video Days>(1991)로 데뷔한 이후 Sonic Youth, The Breeders, Weezer, Kanye West 같은 수많은 음악가와 작업하면서 뮤직비디오계의 거물로 자리 잡은 감독. 스파이크 존즈만의 위트와 기발한 상상력이 녹아 있는 뮤직비디오 5편을 소개한다.

 

1. Beastie Boys 'Sabotage'(1994)

미국 힙합그룹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4집 수록곡.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하드코어 펑크 풍의 음악에 랩을 섞은 이 노래의 분위기를 감독만의 재치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현했다. 1970년대 유행한 형사물 <Hawaii Five-O>, <샌프란시스코 수사반>과 영화 <스타스키와 허치>(1975)를 패러디한 것. 엉성한 분장과 리액션으로 웃음을 전하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비스티 보이즈의 멤버들이다.

 

2. Fatboy Slim ‘Praise You’(1998)

이 뮤직비디오는 캘리포니아 웨스트우드에 있는 극장에서 극장 소유주 허락 없이 게릴라 형식으로 진행했다. 8mm 비디오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댄스 그룹 Torrance Community Dancers의 춤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당황한 표정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팻보이 슬림은 행인 역으로 출연했고, 감독 역시 ‘Richard Koufey’ 역으로 깜짝 출연했다. 이런 재미난 뮤직비디오를 만든 감독의 재치가 놀랍다.

 

3. Weezer ‘Island In The Sun'(2001)

얼터너티브 록 밴드 Weezer의 친환경(?) 뮤직비디오. 캘리포니아 시미 벨리 주 인근 언덕에서 촬영한 이 영상은 가히 놀랍고 사랑스럽다. 호랑이, 치타, 원숭이에 덩치 큰 곰까지,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Weezer 멤버들과 어울려 놀고 있기 때문.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이 동물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디렉팅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4. Phantom Planet ‘Big Brat’(2003)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이렇게 수위가 센(*다소 끔찍한 장면이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영상은 팬텀 플래닛 멤버들이 영화 소품을 제작하는 모습부터 시작한다. 이들이 잘린 발 한 짝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 옷을 찢어 피를 묻히고, 좀비 분장을 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이후 <Le Zombi Du Noir>라는 2분짜리 흑백 단편영화가 이어지는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이 영상은 나름 슬프고 아름다운 반전도 갖췄다.

 

5. Arcade Fire ‘The Suburbs’ (2011)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인디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앨범 <The Suburbs>(2010)에 영감을 받아 이를 28분짜리 단편영화 <Scenes from the Suburbs>(2011)로 만들기에 이른다. 그는 밴드의 구성원인 윈 버틀러(Win Butler), 동생 윌 버틀러((Will Butler)와 함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영화는 도시 외곽에 사는 10대 아이들의 삶이 폭력과 전쟁으로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 멤버 오언 팔렛(Owen Pallett)을 비롯한 아케이드 파이어와 감독의 인연은 훗날 영화 <Her>(2013)의 환상적인 오리지날 사운드트랙(OST) 제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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