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아키하바라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인 ‘코스프레(Costume Play의 일본식 줄임말)’의 성지다. 원래 영국의 연극이나 예식에서 죽은 영웅들을 흉내내 옷을 입고 분장하던 관습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성지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독특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코스프레 문화의 대표라 할 만한 메이드(Maid, 하녀) 복장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메이드카페(メイドカフェ)는 관광 가이드책에 나올 정도로 성업 중이며, 이 스릴러물의 주요 배경이다. 주인공 ‘미나코’는 유럽 출신의 음악가 남친과 멋진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사는 오피스 레이디지만, 남몰래 메이드카페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이중 생활을 하는 복잡한 캐릭터이다. 그러다 미나코의 비밀 생활을 위협하는 한 남자를 접대하게 되는데… 그녀의 폴라로이드에 담긴 더 큰 비밀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사진가 겸 광고영상 제작자 노버트 슈에르너(Nobert Schoerner, 1966~)가 감독으로 나선 첫 단편영화이다.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감독은 꼼데가르송, 프라다, 스와로브스키, 시세이도를 주요 클라이언트로 두고, <The Face>, <NY Times Magazine>, <Vogue> 등에서 일하는 사진작가이다. 학교 졸업 후 두 편의 단편을 제작하였으나 빚만 남긴 채 포기했던 영화에 다시 도전했고, 사업상 자주 다니던 도쿄의 이색적인 문화에서 첫 작품의 소재를 찾았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단편은 그의 명성에 힘입어 그 해 칸영화제, 런던 독립영화제, 이스트앤드 영화제 단편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다.

미나코 역을 맡은 오타 리나와 이야기하는 노버트 슈에르너 감독

슈에르너 감독은 현재 장편영화 제작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도쿄의 서브컬처 및 야쿠자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한다. <made>에서 미나코 역을 맡은 패션모델 겸 배우 오타 리나(Ohta Rina)의 출연 여부는 미정. 그녀의 남편은 유명 영화배우인 마츠다 류헤이(Matsuda Ryuhei)다. 슈에르너 감독은 그녀에게 오타쿠 만화의 주인공처럼 연기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인 슈에르너 감독이 2003년부터 일본을 드나들면서 도쿄의 서브컬처와 독특한 일본풍 분위기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의 커머셜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슈에르노 감독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올림피아 르탱(Olympia Le-Tan)의 S/S 2016 영상 <Sentimental Journey>

슈에르노 감독의 <LOVE> 매거진 홍보 영상 <New 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