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전 세계에서 ‘재즈 센테니얼(Jazz Centennial)’을 기념하는 많은 공연과 이벤트가 열린다. 재즈의 거장으로 이름을 남긴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테드 다메론(Tadley Dameron),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ia) 등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밥의 선구자로 유명한 델로니어스 몽크와 디지 길레스피는 10월에 각각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Monk and Dizzy’란 제목으로 많은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비밥 형성의 두 주역 몽크와 디지는 동년배에 출생지도 그리 멀지 않다
버클리음대에서 열린 <Jazz 100> 리허설에서 연주되는 몽크의 오리지널 ‘Off Minor’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재즈 레전드 4인을 꼽아서 그들이 재즈 역사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알아보고 그들의 애환 및 대표곡을 들어보자. 이 4인은 재즈 아티스트를 넘어 새로운 스타일과 방향성으로 재즈의 역사를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1917~1996)

100년 전 4월 25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엘라는, 맑은 음색, 세 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과 정확한 발음, 그리고 특유의 스캣(Scat) 창법으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재즈 가수로 기억된다.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밋 가블러(Mitt Gabler), 노먼 그란츠(Norman Granz) 같은 유능한 매니저를 만나면서 자신의 기량을 가감 없이 드러내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60여 년 동안의 현역 생활 중 13번의 그래미상과 두 번의 대통령상을 받아 ‘노래의 영부인(First Lady of Song)’, ‘재즈의 여왕(Queen of Jazz)’이란 별칭을 얻었다. 1993년 마지막 공연 후 대중으로부터 모습을 감췄으며, 3년 후 지병인 당뇨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엘라는 뛰어난 가창력과 정확한 발음으로 가사의 전달력이 높아 작곡가들이 선호하는 가수였다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1917~1982)

1947년 뉴욕 민튼스 플레이하우스(Minton’s Playhouse)에서 연주하는 몽크

100년 전 10월 10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비밥의 창시자 중 한명인 몽크가 태어났다. 그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다음으로 많은 재즈 스탠다드를 작곡한 천재로 인정받았으나, 즉흥 피아노 연주 스타일은 평론가들 사이에 논란과 이견이 있다. 하지만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그의 연주는 후에 프리재즈 연주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 공연에서의 이상 행동,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주 스타일로 재즈계의 최고 괴짜로 손꼽혔으며, 그의 정신병력과 관련된 일화는 다큐멘터리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말과 행동이 갈수록 어눌해졌으며, 한동안 대중에게서 사라졌다가 1982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몽크는 연주 도중 춤을 춘다던가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지는 등의 이상 행동으로 유명하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1917~1993)

1973년 함부르크에서 연주하는 디지. 독특한 입모양과 트럼펫은 그의 상징이다

몽크가 태어난 지 며칠 뒤인 10월 21일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역시 비밥의 창시자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럼펫 연주자 디지가 태어난다. 스윙 밴드를 전전하던 그는 1945년경 뉴욕 민튼스 플레이하우스에서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몽크와 어울리며 혁신적인 비밥 스타일을 만들어 전파하였다. 그는 호방하고 격의 없는 성격의 밴드 리더로서 ‘재즈 대사(The Ambassador in Jazz)’라고도 불렸다. 파커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장례 비용을 부담했다는 일화는 덕담으로 회자된다. 숨을 들이마실 때 공처럼 부풀려지는 입 모양과, 45도로 치켜 올라간 특수한 트럼펫을 고안하여 사용한 것은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노년에도 쉴틈없이 연주생활을 지속하다가 1993년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1970년대 그의 스탠다드 곡 ‘Salt Peanut’을 연주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디지. 외향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ia, 1917~2003)

1917년생 재즈 레전드 중 가장 생소한 이름인 그는 쿠바 출신의 재즈 퍼커셔니스트다. 쿠바에서 콩가(Conga) 연주자로 유명하던 그는, 1950년 미국으로 건너와 아프로-쿠바 리듬을 재즈에 도입하면서 재즈 펑크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가 작곡한 ‘Afro Blue’는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연주로 유명하며, 1963년 그의 밴드에서 녹음된 ‘Watermelon Man’은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어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 곡은 원래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작곡으로, 1962년 몽고의 밴드에 칙 코리아(Chick Corea) 대타로 임시 고용된 허비 행콕의 연주를 듣고 클럽의 청중들이 모두 춤을 추러 무대로 나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산타마리아는 마이애미에서 노년을 보내다가 85세로 생을 마감했다.

허비 행콕 작곡인 ‘Watermelon Man’은 몽고의 음반에 수록되어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