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라는 나라를 좋아한다면, 적어도 ‘독일’과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유심히 살펴봐야 할 전시가 있다.

<presentation/representation: 독일현대사진>전은 통독 이후 독일 전역에서 활발히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 현대미술작가들의 최근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참여 작가는 뒤셀도르프 사진 학파(Dusseldorf School of Photography)를 이룬 베혀 부부(Bernd and Hilla Becher)의 제자들로 총 10명. 이들은 특정한 모티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비교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언어’를 구사한다. 반면 뒤셀도르프 학파처럼 동질적이거나 지리적으로 묶을 수 있는 특정한 스타일을 구축하는 대신, 사소한 일상과 개인적 감수성을 도입하여 엄격하고 신성한 이미지로부터 친근하고 인간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presentation/representation: 독일현대사진>전은 2003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Cruel + Tender>라는 대규모 현대 사진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토마스 베스키(Thomas Weski)가 기획했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출품작은 2000년대 이후의 작업들로 독일 현지에서 디지털 보정 기술을 활용하여 프린트한 사진 153점을 전시한다. 

 

참여 작가와 작품 미리 살펴보기

1. 라우렌츠 베르게스

<가르츠바일러>, 2003, 150.2 x 199cm, C-Print

현재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라우렌츠 베르게스(Laurenz Berges, 1966~)는 부재의 연대를 기록한다. 그의 미니멀리즘 사진은 탄광촌의 쇠퇴로 주민들이 버리고 떠나야 했던 생활공간이 전통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세밀히 보여준다.

 

2. 알브레히트 푹스

<다니엘 리히터, 베를린>, 2004, 53.3 x 43.4cm C-Print

쾰른에서 활동하는 알브레히트 푹스(Albrecht Fuchs, 1964~)는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으로 유명하다. 인물의 공식적 이미지를 반복하거나 자화상이라는 정형화된 형태를 답습하는 대신, 사적인 순간을 포착해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담아낸다. 

 

3. 카린 가이거

<라이프치히(활기넘치는)>, 2005, 100x300cm, C-Print

카린 가이거(Karin Geiger, 1966~)의 작품은 도시와 지역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세 장의 대형사진으로 구성된다. 모호하게 정의된 영역들은 실제인지 정교하게 연출된 무대인지 확신할 수 없다. 흑백과 컬러 프린트의 사용이 현재 상황을 과거와 결합하면서 이러한 양면성을 더욱 강화한다.

 

4. 클라우스 괴디케

<달로의 여행>, 2006, 가변매체, Pigment print on wallpaper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클라우스 괴디케(Claus Goedicke, 1966~)는 다양한 크기의 벽지 형태로 작품을 제시한다. 디지털 합성을 통해 신체 부위를 하나의 장식 패턴으로 만들어 다른 사진들과 함께 배치하는데, 이는 마치 오브제 앞에서 흔들리는 커튼처럼 보인다.

 

5. 우쉬 후버

<정면> 2006, 37x37cm, C-Print

우쉬 후버(Uschi Huber, 1966~)의 연작은 예외의 상황에 놓인 도시 건축물을 보여준다. 카니발 행렬에 대비하여 일종의 보호막으로 두른 널빤지 사진처럼 그의 사진은 일상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건축적 형태들을 조각처럼 단순화하여 명확히 제시한다.

 

6. 마티아스 코흐

<키일 근교 라보에의 잠수함, 1944년 건조 (독일의 역사적 장소 시리즈 중)> 2006, 125x180.1cm, Diasec

마티아스 코흐(Matthias Koch, 1966~)는 연작을 구성하는 개별 사진에서 독일 역사의 특정 시기에서 중요했던 광장, 건물, 장면들을 보여준다. 소방차를 이용해 높은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전통적인 지형도를 떠올리게 한다.

 

7. 비프케 뢰퍼

<칼 모글린의 누이에게>, 2005, 81x59cm, C-Print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비프케 뢰퍼(Wiebke Loeper, 1972~)는 설치작품에서 1854년 선박 사환의 신분으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칼 모글린(Carl Möglin)을 이야기한다. 모글린의 편지에 대한 가상의 회신인 컬러사진에서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비스마르의 현재와 통일의 정치적 과정이 가져온 변화를 알린다.

 

8. 니콜라 마이츠너

<포워드 모션>, 2006, 46x32cm, Pigment Print

암베르크에서 태어나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니콜라 마이츠너(Nicola Meitzner, 1969~)는 지난 수년간 아시아의 대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작업해 왔다. 정렬된 흑백사진 속에서 도쿄라는 도시는 도시 환경의 복잡함과 다층적 구조에 맞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9.페터 필러

<구멍 들여다보기 (아카이브의 일부 Archiv Peter Piller)> 1999-2006, 37x33cm, Pigment Print

라이프치히에서 활동하는 페터 필러(Peter Piller, 1962~)는 언론에 널리 유포된 사진, 일간지에서 얻은 일상적인 이미지로 거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작품은 대중 매체에서 사진에 통용되는 코드에 대한 연구로, 차용된 장면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되고 새로운 크기와 배열로 제시된다. 

 

10. 하이디 슈페커

<엘시에 대하여 – 엘시 1> 2007, 85x56cm, Pigment Print

하이디 슈페커(Heidi Specker, 1968~)는 다보스에서 알게 된 엘시(Elsi)라는 여성의 복합적 초상을 일련의 컬러사진으로 담아낸다. 엘시의 생활환경, 알프스의 풍경, 집안의 모습이 그의 뒷모습과 함께 이미지의 모자이크를 형성한다.

 

+ 전시와 함께하면 좋은 팁

사진 출처- 성곡미술관 홈페이지

1. 본 전시는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도슨트를 진행한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늦은 7시에 추가로 도슨트를 진행한다.

2. 성곡미술관 안에는 조각정원과 카페가 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봄 햇살을 맞으며 미술관 주변을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3. 성곡미술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는 경복궁과 서촌이 있다. 특히 경복궁 근처에는 금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대림미술관 등 갤러리가 다수 포진해 있으니 이곳을 함께 둘러보는 미술관 기행도 추천한다.

 

<presentation/representation: 독일현대사진>전

전시기간 2017년 3월 17일 ~ 5월 28일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 운영
장소 성곡미술관(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문의 02-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