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에서 지구에 어떤 동물들이 있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배운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과 로드킬, 동물보호법에 관해 배운 적이 있는가? 현실은 당장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동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만약 당신이 TNR제도(동물을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후 다시 방생하는 방식의 개체수 관리 사업) 혹은 동물보호법을 잘 모른다 해도 그것이 죄는 아니다. 다만, 이 땅을 살아가는 생명체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동물들에게도 삶이 있고 온기가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의 영화들이 그런 자세를 새삼 일깨우게 한다.

 

1. <잡식 가족의 딜레마>

An Omnivorous Family’s Dilemma│2014│감독 황윤

평소 돈가스와 삼겹살을 즐겨 먹는 영화감독 윤은 어느 날 구제역 도살처분 뉴스를 접하고,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이 돼지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난 걸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는 살아있는 돼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들 도영을 데리고 소규모 생태 농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뛰노는 건강한 돼지들을 만나며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 반면 윤은 나 홀로 찾은 일반 공장식 축산농가에서 스툴에 갇혀 몸을 옴짝달싹 못하는 돼지들을 만나고 충격을 금치 못하는데. 이들은 앞으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야식이 땡기는 날이면 치킨과 족발을 시켰던 잡식가족의 밥상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제11회 서울 환경영화제' 한국 환경영화상 대상 수상작.

<잡식 가족의 딜레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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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양이 춤>

Dancing Cat│2011│감독 윤기형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대부분 3년 안팎이다. 이들은 인간이 버린 음식 쓰레기로 끼니를 때우며, 안전한 휴식처라고 여기는 자동차 밑에서 가장 쉽게 죽는다. <고양이 춤>은 그런 길고양이들과 우연히 인연을 맺은 두 남자의 사려 깊은 고백담이자 세밀한 관찰보고서다. 시인은 사진기로 길고양이들을 매일매일 받아 적기 시작하고, 감독은 비디오카메라로 길고양이들을 뒤쫓으며 그들에게 밥 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두 남자는 자주 보게 되는 고양이들에게는 이름도 지어주고 밥도 챙겨주지만, 그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는 길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을 경쾌하게 따라가며 도심 속 사람과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대한 화두를 무겁지 않게 던진다.

<고양이 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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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날 그 길에서>

One Day on the Road│2006│감독 황윤

한국은 ‘국토에서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은 지금도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여 비극적으로 죽어간다. 태영, 천권, 동기 세 사람은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로드킬(야생동물 교통사고) 조사를 시작하고, 감독은 이 과정을 카메라로 따라간다. 먹이를 찾기 위해 도로를 건너는 자라,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두더지 같이 위험천만한 동물들의 모습은 인간 중심적 사고와 경제논리의 개발이 불러온 참상을 알린다.

<어느 날 그 길에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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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별>

Farewell│2001│감독 황윤

어미가 돌보지 않아 사육사의 손에 자라난 새끼 호랑이 크레인은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탄다. 동물원 자원봉사자 혜진은 크레인을 비롯한 다 큰 맹수들에게 먹이를 주고 축사를 청소하며 정성껏 이들을 돌보고, 수의사 영준 역시 자원봉사로 다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러 다닌다. 하지만 그들이 아끼는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자꾸만 병들어가는데. 영화는 동물원에 관한 부정적인 사실을 꼬집어주기보다 시멘트 바닥과 좁은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의 눈빛을 통해 이들이 과연 인간에게 전시되어야 하는 운명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곳이 과연 최소한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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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동물을 사랑한다면, 살펴봐 주세요.

1.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 사용 반대 서명운동 [바로가기]
2.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공식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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