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의 피를 지닌 재미교포 뮤지션들을 떠올려본다. 힙합 레이블 AOMG의 수장으로, 한국 힙합 신에 묵직한 영향을 뿌리고 있는 박재범, 예능에서만 소비되기 아까운 목소리와 음악성을 지닌 존 박, 에릭 남 같은 뮤지션들이 대표적이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멜로우 힙합 아티스트 샘 옥(Sam Ock)이나, 케로 원(Kero One),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활동하는 래퍼 덤파운디드(Dumbfoundead), 제이 한(J. Han) 같은 이름도 떠오른다.

지금 소개하는 두 뮤지션은 어쩌면 위에 언급한 이름보다 더 낯설고 생소할지 모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겸 일렉트로닉 뮤지션 고스트 로프트(Ghost Loft)와 여섯 명의 한인 2세로 구성된 록밴드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다. 애국심을 걷어내고 들어도 충분히 멋지고 사랑스러운 이들의 음악 세계를 헤쳐보았다.

 

고스트 로프트(Ghost Loft)

이미지 출처- 사운드클라우드 블로그

고스트 로프트(Ghost Lof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다. 본명은 대니 최(Danny Choi)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2012년 첫 싱글 <Blow>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크게 R&B와 일렉트로닉 장르를 구사한다지만 정확히 짚어 말하면, 대부분 곡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풍기는 트랜스 쪽에 가깝다. 베일에 싸인 듯한 몽환적인 보컬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멜로디는 초반에 발표한 ‘Blow’, ‘Seconds’ 같은 곡에서 특히 많이 들린다.

Ghost Loft ‘Seconds’ MV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속 금성무와 임청하 에피소드 몇 조각을 짜깁기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영상 군데군데 가사를 띄워놓았는데 마치 연기가 차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물결 위를 떠다니는 모습 같기도 하다. 고스트 로프트의 음악에 배어있는 서늘하고 공허한 정서와 1990년대 홍콩 뒷골목의 쓸쓸한 공기, 묘하게 어울린다.

이후 발표한 <So high>, <Be easy>, <Talk to me> 같은 싱글은 이전 곡들에 비해 보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운드에 힘을 덜었다. 2014년 유명 래퍼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앨범 <Blacc Hollywood>의 열 번째 트랙 'So High'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본인의 곡에선 꽁꽁 감춰왔던 짙은 소울의 R&B 창법을 깜짝 선보였다. 2015년 첫 EP <Chocolate Haze>를 발표했으며, 최근 마이클(Michl)의 ‘When You Loved Me Least’를 리믹스한 버전의 음원과 싱글 <Barely Breathing>을 릴리즈 했다. 머지않아 고스트 로프트의 공연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추천 트랙 Ghost Loft ‘Blow’

Ghost Loft 사운드클라우드
Ghost Loft 공식 홈페이지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

Via teragramballroom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는 존 정(드럼), 샐리 강(보컬, 키보드), 조 전(베이스), 알렉스 황(보컬, 어쿠스틱 기타), 제니퍼 임(바이올린), 다니엘 채(일렉 기타)로 이뤄진 6인조 록밴드다. 멤버 모두 한인 2세지만, 음악만으로는 결코 생김새를 유추할 수 없을 만큼 이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2011년 보컬 알렉스 황의 주도 아래 결성된 밴드는 런 리버 노스가 아닌, 몬스터즈 콜링 홈(Monsters Calling Hom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제일 처음 만든 곡이자, 밴드의 이름을 붙인 ‘Monsters Calling Home’은 한국계 이민자로 살아온 부모님의 고된 삶과, 멤버 각자가 한인 2세로 살아가며 겪은 고민을 노래한다.

Monsters Calling Home ‘Monsters Calling Home’ Audio

 

2014년 좁은 차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담은 ‘Fight To Keep’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에 퍼지며 밴드는 점차 유명세를 얻는다.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밴드명을 런 리버 노스로 바꾸고, 첫 정규 앨범 <Run River North>를 발표했다. 'Monsters Calling Home'이라 자신들을 칭하던 그들은 서정적인 포크와 록을 적절한 배합한, 봄날처럼 따스한 바이올린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Run River North ‘Growing Up’ MV

201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Drinking From A Salt Pond>을 통해 런 리버 노스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단행했다. 포근하고 밝은 분위기의 포크록을 벗고, 한층 두터운 질감의 얼터널티브 록으로 전향한 것.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의 보컬도 덩달아 거칠어졌다. “매일 같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고 보컬 하모니를 맞추는 것에 지쳤다”던 밴드의 말처럼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연주하고 자유롭게 노래했다. 그간 숱한 투어를 돌며 쌓아 올린 성과에 안주하기는커녕, ‘Drinking From A Salt Pond’, 마치 ‘염전 들이키기’ 같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이다.

Run River North ‘Run or Hide’ MV

런 리버 노스는 얼마 전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초청돼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같은 해 9월에 ‘피크닉 라이브 소풍’ 100회 특집에 출연해 어린 시절 들었던 S.E.S와 god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런 리버 노스는 지난 해 5월부터 8월까지 캐나다와 미국의 각 주에서 공연을 펼치며 팬들과 만났다.

 

런 리버 노스 공식 홈페이지
런 리버 노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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