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 경제 호황기 시절, 스윙 재즈 밴드는 대도시 댄스클럽에서 상한가를 누렸다. 그만큼 인기 밴드리더에게 유능한 솔로 색소폰 연주자를 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했다. 듀크 엘링턴에게는 벤 웹스터가, 플레쳐 헨더슨에게는 콜맨 호킨스가, 카운트 베이시에게는 레스터 영이라는 걸출한 솔로이스트가 있었다. 평론가들은 이 세 명을 두고 ‘Top 3 Swing Tenors’라고 불렀다.

 

벤 웹스터(Ben Webster, 1909~1973)

눈이 돌출된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개구리(Frog)’란 애칭으로 불리던 벤 웹스터는 듀크 엘링턴의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긴 숨으로 길게 빼는 특유의 서브톤(Sub-tone, 편집자 주- 색소폰 연주에서 숨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부드러운 음색을 내는 기술)으로 발라드 연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음과 폭력으로 얼룩진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965년 이후 비밥(Bebop)의 인기에 밀려 유럽으로 건너간 그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생을 마감했다.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코펜하겐의 두 재즈 거장](2015)에서 코펜하겐으로 건너간 벤 웹스터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코펜하겐 남부에 위치한 벤 웹스터 거리(Ben Webster Vej)

듀크 엘링턴 밴드에서 벤 웹스터가 연주한 ‘Cotton Tail’은 스윙 시대를 대표하는 솔로 연주 중 하나다. ‘재즈 발라드의 황제’로 불리는 발라드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경쾌한 스윙 연주와 서정적인 발라드 연주를 들어 보자.

Duke Ellington과의 스윙 연주 'Cotton Tail'(1968)
벤 웹스터의 발라드 연주 'Danny Boy'(1965)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1904~1969)

콜맨 호킨스는 플렛처 헨더슨의 스윙밴드에서 오랜 기간 솔로이스트로 활동했으며, 비밥의 주역들과 교류하면서 스윙과 비밥 양쪽에서 존경을 받았다. 특히 1940년대 이후에는 멜로디를 무시한 즉흥연주를 통해 비밥으로의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 아래 영상에서 ‘재즈 파이오니어’로 소개되는 콜맨 호킨스의 비밥 스타일 즉흥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Coleman Hawkins 'Lover Man'

특히 1957년 벤 웹스터와 함께 녹음한 앨범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는 ‘재즈 클래식’이라 불리는 명반이다. 그중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을 들어보자. 먼저 나오는 벤 웹스터의 솔로 색소폰 연주, 그 다음 나오는 콜맨 호킨스의 연주를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다.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에 수록한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레스터 영(Lester Young, 1909~1959)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의 스타 연주자였던 레스터 영은 다른 연주자들과는 달리 릴랙스하고 쿨한 연주로 유명했다. 그는 지금도 많이 쓰는 ‘Cool’이란 단어를 ‘멋있다’라는 의미로 사용한 최초의 인물이다. 1940년대 ‘힙스터의 아이콘’으로 통한 그는 신사 같은 점잖은 품성과 앞선 패션감각으로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또한 당대 최고의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와는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 한편,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이었던 레스터 영은 군대 생활 중 마약을 소지한 것이 발각되어 1년간 영창에서 지내며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그 후에는 기복이 심한 연주를 하였다. 아래 TV 프로그램 출연 영상에서 사망하기 1년 전 레스터 영의 연주 모습을 볼 수 있다.

Lester Young 'Mean to Me'(1958)

1957년 CBS 프로그램 <The Sound of Jazz> 영상에서 Top 3 연주자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먼저 벤 웹스터, 그 다음 레스터 영의 솔로 연주가 나오고 러닝타임 5분 50초 무렵에 콜맨 호킨스의 솔로를 들을 수 있다. 빌리 홀리데이의 보컬과 젊은 제리 멀리건의 바리톤 색소폰도 덤으로 볼 수 있어, 재즈 팬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영상이다.

빌리 홀리데이 'Fine and Mellow'(1957)에서 Top 3 Swing Tenors의 솔로 연주

(메인 이미지 = '콜맨호킨스' 이미지출처, '레스터 영' 이미지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