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화점. 쉽게 말해서 물질이 스스로 타기 위한 최저 가열 온도로, 발열량, 산소의 농도와 압력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이것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착화점>이 지니는 궁극적 의미와도 상통한다. 전시의 발단은 어느 날 문래동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화재 사건. 그 사건으로부터 묘한 호기심을 느낀 신동혁 큐레이터는 ‘한 예술가가 문래동에서 겪은 원인불명의 화재사건’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앞서 그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소규모 공업사들이 밀집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문래동의 특수한 지역성에 오랫동안 주목해왔다. 특히 문래동을 소재로 한 전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철, 유리, 금속 같은 공업 재료와 시멘트, 벽돌 같은 노후된 건축 재료가 예술창작촌으로 성장하는 문래동의 이미지를 정형화시키고, 오히려 공간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문래동’의 ‘화재 사건’을 새로운 예술재료로 삼아 지역성의 이미지를 다양한 모습으로 해체하는 것이다.

헤비급 ‘풍덩 영화’ 비디오 프로젝션 10분30초, 2017

박천욱 ‘주체롭게 자라다1’ 화분, 조화, 조명, 물조리개, 테이블, 110*120*100cm, 2017

영상, 설치, 회화, 사운드, 프린팅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먼저 인사미술공간 1층으로 들어서면 윤하민, 신은주, 박한결 작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 ‘헤비급’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화재지역과 수몰지역의 공통점에 주목하여, 불로 시작해서 물로 끝나는 영상 및 다큐를 파편화한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이어 지하 1층에서 소개하는 임영주 작가의 작업은 심각한 불의 이야기에 대한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불장난하는 어린아이의 심리로 출발한 불의 꿈, 화재 시뮬레이션 등을 담은 영상, 사운드, 설치로 구현한다. 2층에서는 박천욱 작가의 주체적인 형식을 강조한 설치물로, 이윤서 작가의 인상적인 회화로, 이세림 작가의 기발한 설치 작업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문래동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이윤서 ‘망설이는 Hesitated’ oil on canvas, 60.6 x 50.0cm, 2017

결과적으로 작가들이 각자 ‘문래동’의 ‘화재사건’을 변주하여 미적 경험으로 발화하는 경험은 오롯이 참여 작가들의 예술에 옮겨 붙는 ‘착화점’이 되었다. 나아가 그러한 과정의 결과물인 <착화점>은 전시를 체험하는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발상에 도달하게 하는 예술의 발화점이 될 것이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큐레이터) 성과보고전

<착화점(Ignition Point)>

일시 2017.03.17~2017.05.06 (매주 일,월 휴관)
시간 11:00~19:00
요금 무료
문의 02-760-4608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89, 인사미술공간
홈페이지 www.insaartspace.or.kr
 
(사진 및 자료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