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일상은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살기 위해서 일하는지, 일하기 위해 사는지 모를 만큼. 직장은 밥벌이하는 곳이고, 동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곳이자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무엇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런 직장이, 당신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을 때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또는 겪고 있는가. 고도성장을 일구어냈지만 그림자처럼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던, 그러나 위로를 받지도, 꿈을 꾸지도 못했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진솔하고 집요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1. <그림자들의 섬>

The Island of Shadowsㅣ2014ㅣ감독 김정근

지상으로부터 35m 높이로 솟은 크레인에서, 일 년에서 56일을 뺀 기간 동안 농성을 진행한 김진숙 지도위원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면 ‘한진중공업’이란 이름 역시 친숙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타공인 세계적 ‘조선 강국’이 되는 과정엔 자기도 모르는 새 ‘그림자’가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그림자들의 섬>은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30여 년 투쟁 주역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노동자들에게 그 30년은 쥐똥으로 뒤덮인 도시락, 제대로 된 안전 장비 하나 없는 위험천만한 일터에 맞서 노동조합을 설립해낸 세월이자, 대량 해고에 저항하며 크레인 위에 올라간 동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를 보아야만 했던 세월이기도 하다. 김정근 감독은 2009년부터 5년간 집요하면서도 끈끈한 애정의 시선으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슬픔과 기쁨을 담아냈다. 2014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그림자들의 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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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로공단>

Factory Complexㅣ2014ㅣ감독 임흥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아 더욱 화제가 된 작품. 이미 <비념>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바 있는 미술가 겸 영화감독 임흥순은 엄혹한 세월을 싸우고 견뎌온 노동자들의 증언에 실험적인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한 편의 힘 있는 영화를 완성해냈다. 동일방직 여성노동자 오물투척 사건, 강제 진압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중 한 명이 사망에 이른 YH무역 사건 등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10대를 보내야 했던 1970~80년대 구로공단의 ‘여공들’ 이야기로 시작해, 텔레마케터, 승무원, 기륭전자 생산직 노동자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처참한 과거부터 여전히 공통의 어려움을 안고 노동을 하는 현재에 이르는 40여 년간의 역사적 증언에, 소외된 노동을 표현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더해져 강렬함을 전한다.

<위로공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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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의 공장>

Dream Factoryㅣ2011ㅣ감독 김성균

세계적 브랜드로 떠오른 국내 최대 기타회사 ‘콜트·콜텍’이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최고 품질의 기타를 만들어 낸 노고에 찬사를 받아도 모자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기한 휴업’이라는 다섯 글자.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기약 없는 싸움을 시작했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투쟁을 이어나갔다. 일본, 미국, 독일의 록 페스티벌, 악기 박람회 등 음악팬들과 뮤지션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던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RATM의 톰 모렐로 같은 슈퍼스타들의 연대와 지지에 기뻐하기도 하고, 용역들의 폭력에 울기도 했다. 김성균 감독은 매달 진행하는 후원 콘서트는 물론 해외 원정 투쟁에도 동참하며 1,500일이 넘는 싸움의 과정을 성실히 카메라에 담았다.

<꿈의 공장>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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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무도 꾸지 않은 꿈>

A Dream Forgattenㅣ2012ㅣ감독 홍효은

통근 셔틀에 무거운 몸을 싣고 출근하는 아침,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작업반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낮, 잔업에 시달리다 피로에 지쳐 쓰러지는 저녁. 16살에 산업체로 구미 태광에 들어가 일을 시작한 ‘다이’와 ‘현정’은 공장 생활 10년째가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규직이 되어 보지 못했다. 얼핏 1970년대 역사 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지만, 2012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홍효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공장에서 일한 경험과 거기서 만난 동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번 공순이는 영원한 공순이’가 될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일해서 칭찬받기, 신입이 들어오면 그들을 가르치고 혼내고 텃세 부리기, 상사에게 잘 보여 덜 혼나기. 어딘가 나의 일상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2012 인디 다큐 페스티벌 개막작.

홍효은 감독 한국영상자료원 GV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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