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매거진 <Spin>


HOMESHAKE. 풀어쓰면 ‘집이 흔들린다’는 뜻인데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심장이 쿵쿵거릴 만큼 강렬한 비트도 아니고 밀크셰이크처럼 달콤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HOMESHAKE(이하 홈셰이크)의 음악은 집에 누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른한 기운이 맴돈다.

 

 

홈셰이크는 캐나다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로우파이(lo-fi), 싸이키델릭 뮤지션 피터 세이거(Peter Sagar)의 솔로 프로젝트다. 피터 세이거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맥 드마르코(Mac DeMarco)의 투어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1년 중 9개월가량을 나돌아다녀야 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밴드를 나와 첫 EP <The Homeshake Tape>(2013)와 디지털 싱글 <DYNAMIC MEDITATION>(2013)을 자체 제작, 지금까지 총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힙스터의 연인’이라 불리던 맥 드마르코(맨 아래)와 투어 밴드 소속이었던 피터 셰이거(왼쪽 뒷줄 첫 번째). 맥 드마르코는 2015년 1월에 성공적인 첫 내한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당연히 피터 세이거를 말할 때 맥 드마르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맥 드마르코의 첫 EP 타이틀곡 ‘Baby’s Wearing Blue Jeans’를 공동 작곡했다. 맥 드마르코 역시 홈셰이크의 앨범 제작을 도왔고 밴드 투어에서 직접 드럼을 치기도 했다. 리스너들은 피터 세이거의 음악 스타일이 맥 드마르코와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보다 좀 더 그루브하고 미니멀한 R&B를 더한 느낌이다. 게다가 지난 해 발표한 3집 <Fresh Air>(2017)를 들어보면 맥 드마르코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예로 타이틀곡 ‘Every Single Thing’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Homeshake 'Every Single Thing'(2017)

 

뮤직비디오에는 대만 댄서 Wen hao Chang과 Ning Han이 등장한다. 물을 타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안무가 매력적이다. 아래 Ning Han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홈셰이크 2집 수록곡 ‘good night’에 맞춰 춤 추는 영상이 있다. 마치 <라라랜드>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반면 홈셰이크의 첫 음반 <The Homeshake Tape>(2013)는 피터 세이거가 밴드 투어를 다니면서 만든 곡이 대부분이라, 키치하고 멜랑콜리한 맥 드마르코의 분위기가 짙게 묻어 있다. 그중 재즈 기타 사운드가 적당히 흥을 돋우는 ‘Moon Woman’을 들어보자.

그녀의 머리는 아주 길고 눈은 참 부드러워요

그녀가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내 연인은 외로워 보이지만 반대로 기분이 좋아요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요

그녀는 정말 멋져요

그녀는 달의 여인, 내 마음에 있어요

그녀는 잔인한 여자예요. 아직까지는요.


‘Moon Woman’은 여인을 달에 빗대어 찬양하는 노래다. 이밖에도 홈셰이크의 노래 가운데 사랑 노래가 예상외로 많다(그렇다고 마냥 달콤한 멜로디는 아니다). 실제로 그는 로맨티스트 기질이 다분하다. 솔로 활동 내내 연인 Salina Ladha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으며, 디지털 앨범 <DYNAMIC MEDITATION>(2013) 앨범 자켓에도 여자친구의 사진을 장식했다. 뮤직비디오 ‘Give it go me’와 ‘Khmlwugh’에도 그가 등장한다. Salina Ladha는 아랍계 일러스트레이터로 홈셰이크의 전 앨범 아트 커버를 그렸고, 굿즈와 공연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피터 세이거의 여자친구 Salina Ladha가 그린 앨범 커버와 그가 등장한 커버 사진

 

 

HOMESHAKE 'Home At Last' Live

이곳을 봐요

예전 모습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모두 똑같지만

꿈 속에 살고 있어요

달아나는게 아니에요. 벗어나고 있는거죠.

네 맞아요. 저에겐 신나는 일이에요.

더이상은 여기 머무르지 못할 것 같아요.

결국 나는 집에 있어요

 

1집 <In The Shower>(2014)에 수록된 ‘Home at last’는 펑키한 베이스에 칠웨이브*와 사이키델릭이 뒤섞인 곡이다. 무엇보다 피터 세이거의 흐느끼듯 가녀린 목소리가 돋보인다. 영상 2분 10초부터 점차 현란해지는 그의 기타 솔로를 확인할 수 있다.

*칠웨이브(Chillwave)- 여름의 해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글로-파이라고도 부른다. 1980년대 레트로 인디 음악과 앰비언트 사운드, 모던 팝처럼 몽롱한 사운드 속에 발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꽉 찬 필터링을 가미한 보컬, 심플한 멜로디 라인이 특징이다.

 

HOMESHAKE ‘Give It To Me’ M/V

2집 <Midnight Snack>(2015)은 한밤의 몽환적인 BGM 같은 앨범이다. R&B와 신디사이저, 드럼머신을 활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구성했고, Chip E나 Larry Heard 같은 하우스 음악 개척자에게 영향을 받아 본인만의 템포를 확실히 새겼다. 8-Bit 게임을 연상케 하는 신스가 인상적인 ‘He’s Heating Up!’이나 따뜻한 차를 마신 듯 노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Faded’가 대표적이다. 'Give it to me'는 슬로우 모션과 몽롱한 사운드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곡으로 뮤직비디오에는 피터 세이거의 내추럴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영상감독 Jim Larson이 연출을 맡았다. 

평소 재간둥이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터 세이거 (사진- 뮤직비디오 캡쳐)

 

HOMESHAKE ‘Khmlwugh’ M/V


1년 반이라는 공백 나온 3집 <Fresh Air>(2017)는 얼터너티브와 R&B, 사이키델릭과 1980년대 시티팝을 적절히 버무려 좀 더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980년대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와 멜랑꼴리한 보컬이 돋보이는 ‘Call Me Up’, 오래된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묵직한 ‘Timing’, 히사이시 조의 향기가 느껴지는 ‘This Way’만 들어봐도 세 곡의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특히 읊조리는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Khmlwugh’는 몇 번 듣다 보면 후렴구 “Kissing Hugging Making Love, and Waking Up and Getting, High”(제목은 단어 앞글자를 가져와 만들었다)를 따라 부를 정도로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로써 본인만의 스타일을 차츰 구축해나가는 HOMESHAKE의 음악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homeshake.bandcamp.com
soundcloud.com/home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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