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가족이 되는 것은 어떤 일일까. 에바 이오네스코는 엄마 이리나 이오네스코에게 유년시절을 거의 바쳤다. 우에다 쇼지의 가족은 돗토리의 사구에 영문도 모르고 늘어서서 사진을 찍혀야만 했다. 전자는 ‘착취’로 법정 공방까지 벌였고, 후자는 모래바람 때문에 고생은 좀 했더라도 아름다운 작품 사진으로 남았다. 많은 사진가가 가까운 것을 찍는다. 자신을 찍고 친구를 찍고 가족을 찍는다. 그 수많은 사진 속에서 몇 장면을 골랐다. 휘황찬란한 금색 테두리에 갇힌 뻣뻣한 자세의 가족을 담은 사진은 아니다.

 

아사다 마사시, <아사다가>

‘사진가의 가족사진’하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사다 마사시(ASADA MASASHI)는 그러니까 가족사진 오타쿠다. 10년 전부터 가족사진을 찍는다. 미에현 츠라는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사진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사진가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가족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을 불러놓고 동네 어귀 빛 좋은 곳에서 평범하게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질색하던 가족이 호응을 하면서 아사다 마사시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처음에는 식탁에 둘러앉은 모습, 낮잠을 자는 모습처럼 일상적인 그림을 연출하다 직업이나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야쿠자, 록밴드, 라멘집… 가족들은 신이 나서 월례행사로 연출 사진을 찍고 <아사다가(浅田家, asadake)>(2007)라는 사진집으로 묶어 발표했다. 반응은 대단했고, 키무라 이헤이 사진상을 수상했다. 널리 알려진 이 가족은 주위의 전폭적인 응원과 도움을 받으며 활동해나갔다. 이를테면 소방차와 소방수 복장을 쉽게 빌린다든지 조련사 장면을 찍기 위해 비싼 바다표범을 뭍으로 끌어올린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두 권의 사진집을 내고 <New Life>(2010)라는 사진집을 발표했다. 물론 가족사진이다. 형이 결혼하면서 부인이 생기고, 조카가 생겼다. 연출 사진의 배우가 늘어났다. 급기야 다른 가족에게 응모를 받아 작업하기도 했다. 그것을 모아 <가족신문(家族新聞, kazokushinbun)>(2010)이라는 책을 냈다. 사진 인생 8할이 가족사진이다.

처음에는 평범했다
‘선거’(좌)와 ‘야쿠자’(우). 그러다 손쉬운 것부터 시작했다
‘밴드’. 어머니…
‘활동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이 사진은 무엇인가. 동아리 학생들로 분했다
‘소방수’. 알려지고 나서는 점점 스케일이 커졌다. 사진집의 표지 사진이기도 하다
’식후 기념사진’. 형이 결혼했다. <New Life>가 시작되었다. 평범한 가족사진으로 돌아가나 싶었다
‘에도’(좌), ‘주머니 던지기’(우)
’럭비’. 그럴 리가 없다. 아이도 태어나서 아이도 함께했다.
’마루모토가’. 다른 가족을 찍기도 했다. 대가족사진
’오쿠노가’. 제2의 아사다가를 꿈꾸는 가족

 

유르겐 텔러, <siegerflieger>

온갖 예술과 패션에 관련한 사진을 찍는 독일의 사진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는 아들을 자신의 사진 곳곳에 등장시켰다. 아빠를 닮은 푸른 눈의 에드. 노출광인 아빠의 벗은 몸과 함께 포동포동한 몸을 자주 노출했다.

퍼플 매거진과 함께한 <Ed In Japan>(2006)은 말 그대로 갓난쟁이 에드의 일본 여행 사진을 묶은 책자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게이샤에 둘러싸인 에드, 다다미에 누워 자는 에드, 아빠와 함께 욕조에 들어간 에드.

그리고 유르겐 텔러는 열성적인 축구팬이다. 바이에른 뮌헨을 응원하고 독일 축구를 사랑한다. 2014년은 그에게 축복의 해였다.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에도 참여했고, 승리의 타투도 새겼다. 사진집도 냈다. <siegerflieger>, 승리자의 비행기라는 뜻으로 월드컵 대표팀을 위해 도장한 비행기와 같은 이름이다. 이 사진집은 축구광의 스케치이지만, 흥미로운 가족사진이기도 하다.

아빠와 아들이 결전을 바라보는 순간을 셀프카메라로 수만 장 찍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사진집에서 이 장면은 장장 100페이지 가깝게 수록되어 있다. 벽시계가 나오는데 플립 북처럼 움직이면서 긴장감 있게 흐르는 시간을 알려준다. 울먹이다 환호하고 따분해하는 모습을 집요하게도 담았다. 유르겐 텔러이기에 가능한 가족사진이다.

 

전몽각, <윤미네 집>

<윤미네 집>은 1990년도에 출간된 우리나라의 가족사진집이다. <다카페 일기> 같은 소박하고 감성적인 아마추어 가족사진집의 유행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번지면서 <윤미네 집>의 복각판(2010년)이 발행되었다. 사진을 찍은 전몽각은 교수다. 취미를 가질 여유가 약간이라도 있는 중산층 아버지들이 하나쯤 사던 카메라로 가족을 찍었다. 부인과 두 아들, 그리고 딸 윤미, 가끔 거울 셀카로 모습을 보이는 사진가 자신. 큰딸의 이름을 붙여 윤미네 가족이다. 가끔 뻣뻣한 사진이 있지만 거의 모든 사진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 자연스럽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집에 놓여있거나 외출할 때 손에 들린 카메라로 담은 그야말로 가족사진이다. 부제인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만큼 1964년부터 26년간의 기록이다. 이 사진집이 특별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가족을 꾸준하게 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진첩을 뒤적여봐라. 아마 돌사진과 유치원 소풍 사진, 졸업사진이 드문드문 있을 것이다. 오랜 순간을 기록한 이 결과물에 누가 어떻게 가치를 매기겠는가.  

아사다 마사시 홈페이지

 

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