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태양. 습도. 추위. 더위. 실연. 시험을 보고 난 후. 공간의 변화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답답한 마음. 그리운 바람의 냄새. 허공으로 떠오른 정신과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 그림자. 다른 여러 유희와 마찬가지로, 재미를 찾아 그 뒤를 쫓고 싶은 왕성한 의욕. 이렇게 다양한 흡인력 가운데 어떤 것은 노래에 실려서 다가오기도 합니다.

골든두들의 박태성 씨는 독학으로 베이스 기타를 익혀 스승이 없습니다만, 교재로 삼아 많이 커버했던 것은 스피츠(Spitz, スピッツ)의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가 연주하는 베이스라인이었습니다. 밴드에서 노래하고 기타 치고 가끔은 하모니카도 불고 모든 곡을 작사하고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는 프론트 맨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여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을 커버하여 부르기도 했으며,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떠오른 악상으로 노래 'ルキンフォー(Looking For)'를 만들기도 했죠. 1987년에 결성하여 30주년을 맞은 밴드는 대규모의 일본 투어를 기획하였습니다만, 2008년 이후로는 어쩐 일인지 내한 소식이 없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2016년에 발표한 열다섯 번째 앨범 <醒めない(깨지않아)>에 수록한 'みなと(미나토, 항구)'는 쿠사노 마사무네의 고향 후쿠오카에 있는 항구 메이노하마(姪浜)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입니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배는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섬, 노코노시마(能古島)로 연결되지요.

스피츠(スピッツ) '미나토(みなと)' MV

'Say It to Me'와 'The Pop Kids'를 수록한 열세 번째 앨범 <Super>(2016)를 발표하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펫샵보이즈(Pet Shop Boys)는 이번 앨범에서 "일렉트로닉 순수주의자"를 자처하며 변함없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뮤지션의 곡을 멋지게 커버하기도 하는데요, 유명한 것으로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도 부른 'Always on My Mind',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과 교차하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그리고 콜드플레이(Coldplay)의 'Viva la Vida'도 있습니다만, 여기서 소개해드리는 'Sail Away'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배우, 작곡가이자 가수인 노엘 코워드(Noël Coward)가 만든 동명 뮤지컬에 삽입된 곡입니다. 펫샵보이즈의 닐 테넌트(Neil Tennant)가 기획하여 만든 노엘 코워드 트리뷰트 앨범 <Twentieth-Century Blues: The Songs of Noël Coward>(1998)에는 펫샵보이즈 자신들과 함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엘튼 존(Elton John),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과 마이클 니만(Michael Nyman), 디바인 코미디(The Divine Comedy), 스웨이드(Suede), 스팅(Sting),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 참여하였죠. 앨범과 공연, 공연 영상물의 수익은 에이즈 퇴치 운동 단체 RHO의 기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Pet Shop Boys 'Sail Away' Live 

2007년, 프렌치 하우스의 신성으로 등장했던 저스티스(Justice)도 어느덧 데뷔한지 10년이 되었네요. 세 번째 앨범 <Woman>(2016)은 전자음악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더욱 쫄깃한 탄력으로 노래의 멋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Fire' 뮤직비디오는 어느 더운 여름날 오후에 감독 파스칼 테세이라(Pascal Teixera)가 멤버 하비에르(Xavier)의 주방에서 가스파드(Gaspard)와 함께 세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차의 모양과 연식, 메이커, 장소, 비누의 양, 분위기와 태양,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차하고 나서 함께 드라이브하고 싶은 여성에 대해서요. 그 여성은 멋있고 매혹적이며 힘찬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래서 결론은 수전 서랜던(Susan Sarandon)이었습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1991)에 나왔던 바로 그 루이스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는 그. 참으로 멋있습니다.

Justice 'Fire' MV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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