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뉴욕에서 태어난 루니 마라는 <이유있는 반항>(2009)을 시작으로 <데어>(2009), <기숙학교: 금지된 일탈>(2009), <나이트 메어>(2010) 같은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주인공 마크 저커버그에게 퇴짜를 놓는 당돌한 여대생으로 시선을 끌었고, 이어 감독의 다음작품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로 팬들도 깜짝 놀랄 만큼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2013)에서는 주인공의 전 아내로 등장해 성숙하고 이지적인 매력을 뽐냈고, <캐롤>(2015)에서는 서툴지만 솔직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테레즈 역으로 케이트 블란쳇과 환상적인 호흡을 빚었다. 데뷔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겹치는 이미지 없이 늘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 카멜레온처럼 얼굴을 바꿔온 그가 지난 해엔 로맨스 영화 <로즈>로 국내 스크린에 찾아왔다. 기구한 운명을 살아간 여인 ‘로즈’로 분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 루니 마라의 연기가 빛나는 전작들을 몇 편 꼽아봤다.

영화 소개에 앞서 루니 마라가 출연한 광고 두 편을 먼저 보자. 흑단발에 창백한 인상으로 <시계 태엽 오렌지>(1971)를 오마쥬한 영상, 일상과 카메라 앞에서의 모습이 다른 흑백영상은 루니 마라의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예고한다.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서 만든 ‘Touch of Evil’ 광고 시리즈
Calvin Klein의 향수 광고로 데이빗 핀처 감독이 연출했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 2011 | 감독 데이빗 핀처 |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1부작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05)을 원작으로 했다. 앞서 스웨덴에서는 전 시리즈가 영화화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소송에 시달리던 기자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에게 재벌 ‘헨리크’(크리스토퍼 플러머)가 40년 전 사라진 손녀의 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손을 내민다. 미카엘은 방대한 조사를 위해 조수를 요청하고,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루니 마라)를 만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리스베트가 겪어온 학대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루니 마라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의 전작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보여준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역할을 위해 몇 달간 모터사이클과 스케이트 보드를 배웠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눈썹을 탈색했다. 눈썹과 귀, 가슴에 피어싱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과 온 몸에 새긴 타투 등 팬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 루니 마라는 제83회 미국비평가협회상 신인배우상을 거머쥐었고,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이드 이펙트>

Side Effects | 2013 |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 출연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드 로, 캐서린 제타 존스

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 시작된 살인과 이를 둘러싼 네 사람의 관계를 그린 범죄 스릴러. 남편(채닝 테이텀)이 감옥에 간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에밀리’(루니 마라)는 정신과의사 ‘뱅크스’(주드 로)가 처방해준 신약을 먹고 병이 호전됨을 느낀다. 하지만 약의 부작용으로 몽유병 증세를 겪고, 무의식 중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신약을 처방한 뱅크스는 이 일로 매스컴에 오르고, 죄를 벗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에밀리의 무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와 치밀한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반전을 안긴다.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 촬영, 편집을 도맡은 작품으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실감나는 연출이 인상깊다.

영화 <사이드 이펙트> 예고편

 

<캐롤>

Carol | 2015 | 감독 토드 헤인즈 | 주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1950년대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운명같은 사랑을 그렸다.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사랑에 확신이 없었던 테레즈는 이혼 소송 중인 캐롤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어 두 사람은 말보다 눈빛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며 거친 역경 속에서 사랑을 이어 나간다. 루니 마라는 이전에 보여준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깨고 서툴지만 솔직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테레즈 역을 소화하며 2015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짧은 앞머리, 사랑스러운 빈티지 패션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인상을 각인했다. 또한 여러 인터뷰에서 13살때부터 케이트 블란쳇의 열렬한 팬이었음을 밝히며 “꿈을 이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소금의 값>(1952)이 원작이다.

+ <캐롤>과 관련한 루니 마라 인터뷰 영상(자막 有)

 

<로즈>

The Secret Scripture | 2016 | 감독 짐 쉐리단 | 출연 루니 마라, 에릭 바나, 테오 제임스, 베네사 레드그레이브

<나의 왼발>(1991), <아버지의 이름으로>(1994) 같은 명작을 탄생시킨 짐 쉐리단 감독이 멜로 영화로 돌아왔다. <로즈>는 1940년대 초 아일랜드의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로즈’(루니 마라)의 기구한 삶을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대적 혼란 속에 막 아일랜드로 넘어온 도시 여인 로즈는 미모와 당당한 태도로 마을 청년들의 마음을 빼앗고 마침내 운명의 남자 '마이클'(잭 레이너)을 만나지만,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질투하며 갖은 오해를 만들어 낸다. 결국 두 사람은 전쟁으로 이별하게 되고 로즈는 아이를 낳자 마자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2008년 코스타상 수상작인 서배스천 배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로즈의 러브 스토리와 드라마틱한 반전을 동시에 들려준다. 베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루니 마라가 각각 나이든 로즈와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송 투 송>

Song To Song | 2017 | 감독 테렌스 맬릭 | 출연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마이클 파스벤더

© 2016 Broad Green Pictures

<로즈> 다음으로 루니 마라가 출연한 작품은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 <Song to Song>(2017)이다. 텍사스 오스틴의 음악 신을 배경으로 두 연인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금발으로 변신한 루니 마라는 라이언 고슬링,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과 함께 연기를 펼쳤다. 앞서 영화 <라이언>(2016)에 출연하기도 했던 루니 마라는 가스 데이비스 감독과 <메리 막달렌>(2017)으로 또 한번 호흡을 맞췄다. 주인공 마리아 막달레나 역을 맡았으며, 예수 역으로 호아킨 피닉스, 베드로 역으로 치웨텔 에지오포가 출연했다. 이밖에도 만화가 존 캘러핸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레오 카락스 감독의 첫 미국 뮤지컬영화 <아네트>에서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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