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재즈’와 ‘힙합’이 섞인 ‘재즈힙합’은 각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반가울 음악이지만, 아직은 마니아만 즐기는 생소한 음악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여러 클래식한 악기로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가 어렵거나, 저항정신이 담긴 랩이 음표 대신 펼쳐지는 ‘힙합’이 낯선 당신일지라도 재즈힙합만큼은 익숙하게 들릴지 모른다. 때로 익숙한 팝이나 편안한 발라드처럼 들리기도 하는 게 재즈힙합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시작된 두 장르의 조합은 필연적 만남처럼 조화롭다. 재즈와 힙합이 흑인음악이라는 정체성을 공통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어느 곡은 ‘애시드 재즈’로, 또다른 곡은 ‘재즈 랩’으로 불리듯, 특정 장르로 확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결과물도 재즈힙합의 매력 중 하나. 이제 장르의 본고장 미국에서 아시아로, 그리고 국내로 영역을 확장한 재즈힙합의 매력을 직접 확인해볼 시간이다.

 

1. A Tribe Called Quest
<Midnight Marauders> (1993.11.09)

재즈 랩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미국 뮤지션 갱스타(Gang Starr)의 구루(Guru) 다음으로 1990년대 재즈힙합의 정체성을 확립한 뮤지션을 꼽으라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를 빼놓을 수 없다. 레전드라 부르는 트라이브의 앨범 중 3집 <Midnight Marauders>는 평단과 대중의 인기를 두루 얻었다. 대표곡은 당시 ‘빌보드 핫100’ 47위, 미국 ‘핫 랩 싱글 차트’ 7위를 찍으며 앨범에서 가장 높은 차트를 차지한 ‘Award Tour’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시대 힙합스타일에 충실한 랩과 재즈풍의 그루브한 멜로디가 특징. 많은 재즈힙합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레전드 음반의 클래식 재즈힙합을 먼저 들어보자.

A Tribe Called Quest 'Award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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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랩을 본격 시도한 뮤지션
▶ Gang Starr ‘Words I Manifest’

또다른 재즈힙합의 클래식 앨범
▶ De la soul <buhloone mindstate>

 

2. Nujabes <Modal Soul> (2005.11.11)

누자베스는 일본 시부야 언더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던 힙합 프로듀서이자 DJ다. ‘누자베스’란 이름은 그의 본명 ‘세바 준’의 영어 철자를 거꾸로 발음한 예명. 한국에서 재즈힙합을 논하는 사람들은 단연 누자베스를 상징적 인물로 꼽는다. 그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의 OST로 쓰인 ‘Arurian Dance’으로 유명해졌다. 보통 편안하고 부드러운 재즈힙합을 ‘멜로우 힙합’이라 칭하는데, 그 진가를 솔로 앨범 <Modal Soul>에서 들을 수 있다. 그는 재즈 선율을 샘플링하는 과정에서 무단 차용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익숙한 멜로디에 입혀진 그만의 음악이 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재즈힙합 천재로 불리던 누자베스는 2010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36년 생을 마감한다. 수많은 팬의 애도와 함께 사후에도 헌정앨범이 꾸준히 발매되었는데, 재해석한 음악들 안에서도 누자베스 고유의 스타일과 매력은 바래지 않는다.

Nujabes 'Luv(Sic) Part 3 (feat. Shing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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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일본힙합의 거장
▶ Re:plus ‘Time Goes By’ (feat. Hydroponikz & Anika)

재즈힙합 프로듀서 듀오
▶ Gemini ‘What You Won`t Do For Love’

 

3. Funky DL <Blackcurrent Jazz 2> (2011.08.02)

영국 출신의 래퍼이자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명 힙합 프로듀서다. 1996년 데뷔 이후 수많은 앨범을 낸 다작 뮤지션 펑키디엘(Funky DL)은 조국인 영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실제로 그는 누자베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음악적으로 교류했다. 누자베스 사망 후 그의 앨범 <Blackcurrent Jazz 2>에 누자베스를 향한 추모곡 ‘Ode To Nujabes’을 타이틀곡으로 수록하기도. 펑키디엘의 음악들은 이지 리스닝의 라운지 음악이라 불릴 만큼 편안한 재즈힙합 스타일이다. 모든 트랙을 다 들어보게 될 테지만, 먼저 재즈의 여운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2번 트랙 ‘Le Jazz Courant Noir’을 추천한다.

Funky DL 'Le Jazz Courant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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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자베스를 향한 추모곡
▶ Funky DL ‘Ode To Nujabes’ (Tribute Video)

‘애시드 재즈’의 시작
▶ US3 ‘Cantaloop (Flip Fantasia)’

 

4. MasterClass & Darley <Show Returns> (2014.10.14)

음악 사이트들이 마스터클래스의 음악 장르를 저마다 다르게 기재한 이유는 이 앨범에 딱 들어맞는 키워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굳이 이들의 음악을 어떠한 범주에 넣어야 한다면 재즈힙합, 아니 ‘힙합재즈’에 가깝지 않을까. 작곡가, 포토그래퍼, 프로듀서, 탭댄서(!)까지, 수식어가 많은 마스터클래스(박상빈)와 싱어송라이터 달리(이희주)는 음반사 ‘노이즈심포니’ 소속 아래 활동해오고 있다. 음원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의 음악은 마스터클래스 공식사이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 스스로 만들어낸 영역에서 계속 창작 활동을 해온 마스터클래스의 흔적이 진하다. 끈적하게 녹아드는 재즈 보컬과 비트를 만들어내는 드럼소리가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것을 알려줄 뮤지션이 국내에 있다는 것이 새삼 반갑다.

▼ MasterClass & Darley ‘NoiseSymphony Part.1’ (feat.TapDancer BinBu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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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뮤지션
▶ White Rain 'Jazzy Night' (Feat. Z-O)

왕성히 활동 중인 젋은 재즈힙합 뮤지션
▶ A June & J Beat 'Movin'On' (Feat. AZitiZ)

빈지노의 ‘재지(Jazzy)한’ 힙합
▶ Jazzyfact ‘Always Awake’


(메인이미지 = '누자베스' 출처 http://oogeewoogee.com/ )
(본문이미지 = 해당 앨범커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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