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봄, 특히 겨울의 한기를 벗어나는 4월이라고 한다. 비수기라 저렴한 비용으로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할 수 있고, 파리지앵들도 휴가 대신 파리에 머물면서 산책과 문화를 즐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화창한 날씨에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 시기의 파리를 아름답게 묘사한 명곡 ‘April in Paris’는 193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Walk a Little Faster>에서 처음 공개됐다.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버논 듀크(Vernon Duke, 1903~1969)의 곡에 이프 하버그(Yip Harburg)가 가사를 썼다. 뉴욕의 가을을 그린 명곡  ‘Autumn in New York’과 함께 듀크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며, 음역이 넓어 가창력 없이는 부르기 쉽지 않은 곡이다.

‘April in Paris’와 ‘Autumn in New York’의 작곡자로 유명한 버논 듀크

이듬해인 1933년 밴드 리더이자 색소포니스트인 프레디 마틴(Freddy Martin)이 최초로 음반으로 발표하여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1952년에는 도리스 데이(Doris Day)가 출연한 동명의 뮤지컬 영화가 흥행하면서 유명세를 넓혔다.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하여, 라디오로, 그다음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당시 ‘인기 대중가요’의 전형적인 길을 걸은 셈이다. 작곡가 겸 인기 작가인 알렉 와일더(Alec Wilder)는 미국의 대중음악을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서적 <American Popular Song>(1990)에서 “그 곡에 대해서는 달리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뮤지컬 곡(a perfect theater song)이다.” 하고 극찬한 바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곡이었던 ‘April in Paris’는 프레디 마틴에 의해 1933년 처음으로 녹음되었다
영화 <April in Paris>는 평단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워너브러더스에 상업적인 성공을 안겼다

이 곡은 많은 가수와 재즈 아티스트들이 즐겨 찾는 재즈 스탠다드가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Count Basie Orchestra)가 1957년 발표한 동명의 앨범에 수록한 빅밴드 연주곡이 가장 유명하다. 앨범도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져 재즈 명반의 반열에 올랐고, 대표곡 ‘April in Paris’는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트럼펫 솔로의 테드 존스(Thad Jones)가 스타로 부상했으며, 곡이 끝나갈 무렵 밴드 리더 겸 피아니스트인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1904~1984)가 “One More Time!” 그리고 “One More Once!”라며 두 번 더 후렴을 연주하게 하는 부분은 재즈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장면이라 반드시 영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카운트 베이시는 자신의 빅밴드를 50여 년 이끈 재즈 오케스트라의 대표적 인물이다

재즈 보컬로서 가장 유명한 ‘April in Paris’는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듀엣으로 들을 수 있다. 재즈 보컬을 대표하는 두 사람은 오스카 피터슨 쿼텟(Oscar Peterson Quartet)의 반주로 앨범 <Ella and Louis>(1956)를 발표하였는데, Verve 레이블의 대표 노먼 그랜츠(Norman Granz)가 직접 선곡한 11곡의 발라드에 ‘April in Paris’를 포함하였다. 이 음반은 2015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많은 평론가로부터 “발라드의 최고봉”이란 찬사를 들었다.

명반 <Ella and Louis>의 성공으로, 두 사람은 <Ella and Louis Again>와 <Porgy and Bess>를 연이어 발표한다

지금도 April in Paris은 계속 리바이벌되고 있다. 최근 재즈 가수이자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재즈학을 가르쳤던 티어니 서튼(Tierney Sutton)이 2013년 발표한 앨범 <After Blue>에 수록된 곡을 들어 보자. 조명의 도시(City of Light)답게 밤에 더욱 빛나는 파리의 사진들도 같이 보여준다. 파리를 여행한다면 추억의 사진들을 모아서 ‘April in Paris’ 음악을 배경으로 슬라이드 사진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