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O3ohn)은 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And The Town)에서 기타 세션으로 활동한 시기를 지나, 2016년 10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첫 EP <[O]>를 발표했다. 펑크나 디스코 색채를 가미한 강한 비트의 곡들을 연주하던 그의 첫 음반 속에 담긴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했지만, 분명 전곡을 재생하고 나면 짙은 여운과 잔향이 남는다. 섬세하고 위태로운 노랫말과 가냘프지만 단단한 목소리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허울 대신, 보다 명확하고 또렷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한다. 그의 음악에는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포근한 멜로디가 흐르지만, 분명 한번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함이 숨어있다.

오존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 첫 EP <O> 수록곡 4곡과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통해 공개한 ‘white’를 불렀다 

오존은 지난 해 뮤직비디오 촬영차 프랑스에 다녀온 후 2월에 싱글 <Kalt>를 발표했다. ‘Kalt’는 전 앨범의 수록곡들보다 퍽 우울하고 침전한 정서를 담고 있다. 먹먹하고 공허한 사운드를 채우는 감성적인 보컬을 마주하고 나면, 멀어짐에 관한 두 이야기를 담은 노랫말을 어렴풋하게나마 더듬어낼 수 있다.

날 붙잡은 손끝이 바라는 걸 알아
내 마음과 다른 몸짓이 향하는 걸 바라봐
많고 많은 밤들이 다 무뎌진 날 거치면
옅어질 걸 알아
난 내 마른 눈빛이 말하는 걸 알아

- ‘Kalt’ 가사 중

최근 오존은 온스테이지와 사운드마인드 같은 공연에서 라이브를 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동시에,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 세션으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그가 바쁜 와중에 틈틈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보는 영상 몇 개를 보내왔다. 쉬면서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앨범 작업기를 틈틈이 꺼내 본다는 그에게서, 음악에 대한 넉넉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O3ohn Says,

“좋아하는 작품의 비하인드 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늘 흥미롭습니다. 주로 쉴 때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예전 영상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특히 커리어 초반의 인터뷰나 앨범 작업기를 담은 영상을 좋아합니다. 보고 나면 지금의 아티스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동안 모아두었던 이야기 중 특별히 좋아하는 다섯 편을 골라보았습니다. 뒷담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뒷얘기라면 언제든지 듣고 싶어요.”

 

1. Dream Studio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이 ‘April Base’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스튜디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 소니 빈티지 마이크, 레스폴 골드탑 등 본 이베어(Bon Iver)의 앨범 제작에 쓰였던 핵심 악기들을 설명하는데, 영상을 보고 나도 드림 스튜디오를 꿈꾸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직접 디자인하고 꾸민 장소라고 한다. 멋진 작업실 인테리어와 장비뿐 아니라, 게스트를 위한 침실과 화장실, 비디오 촬영에 쓰인 헛간을 통틀어 ‘Art space’라고 칭하는데 정말 마음 놓고 아트할 수 있어서 좋겠다.

 

2. Dream Studio ll (Volcano Choir)

‘April Base’에서 만들어진 볼케이노 콰이어(Volcano Choir)의 앨범 <Repave> 작업기. 볼케이노 콰이어는 본 이베어를 이끌고 있는 저스틴 버논의 또 다른 밴드 중 하나다. 저스틴 버논이 속해 있을 뿐이지 투 팀의 음악적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최근 싱글 작업을 하면서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데, 저스틴 버논은 그렇게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가운데 분명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생겼을 것 같다. 그런데도 그 모든 걸 풀어내고 늘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3. Dream Studio lll (The Staves)

‘April Base’에서 만들어진 더 스테이브스(The Staves)의 앨범 <If I Was> 작업기. 이 앨범도 저스틴 버논이 프로듀싱했다. 이 정도면 못하는 게 뭔가 싶다. ‘April Base’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이자,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라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음악으로 모두가 화합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면 작업실에 칙칙한 남자들만 가득하다가 화사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유독 행복해 보이는 걸 수도.) 앨범 <If I Was> 작업 이후로 다들 친해져서 투어도 같이 다녔는데, 지난 2월 본 이베어 내한 공연에서도 더 스테이브스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4. A Seat At Table, Beginning Stages

솔란지(Solange)의 <A Seat At Table> 앨범 작업기. 본 영상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솔란지의 송라이팅 과정을 세밀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잼 세션을 통해 곡을 만들기도 하고, 구체적인 형태를 채 갖추지 않은 곡 위에 멜로디를 더하고, 살을 붙이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의 집에서 작업하는 것 같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져서 더 좋다. 샘파(Sampha)나 숀 니콜라스 새비지(Sean Nicholas Savage) 같은, 가끔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의 아티스트나 솔란지의 아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5. Jamie Lidell 'Believe in me' Live

제이미 리델(Jamie Lidell)의 ‘혼자서도 잘하는’ 라이브 영상이다. 다른 세션 없이 홀로 무대를 채워 공연하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다. 친절하게도 카메라 앞에 모든 악기를 볼 수 있게 배치해 둬 연주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 곡이 구성되는지 쉽게 볼 수 있어서 좋다. 후반부에 손가락으로 바닥을 훑으니 소리가 나는 악기도 나온다.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키는 영상이랄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목소리를 악기처럼 참 편하게 잘 쓴다. 제이미 리델은 예전에 신세하 덕분에 알게 된 뮤지션인데 공연 영상들을 같이 보면서 대단한 기인이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뮤지션 오존은?

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And The Town)에서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다가, 2016년 10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첫 EP <O>를 발표했다. 이어 싱글 <Kalt>를 발표하고, 여러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꾸준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존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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