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미인> 이나 영화 <언더월드> 시리즈는 뱀파이어, 즉 흡혈귀를 소재로 한 영화와 연극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제작된다. iMDB에 등재된 영화를 검색하면 2천여 편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동유럽 지방의 고대 미신에서 유래한 뱀파이어는, 중세 시대에는 베네딕트 수도회의 오랜 추적 대상이었고 근세에 접어들어 아일랜드 작가 브람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의 소설 <드라큘라>(1897)를 통해 구체성을 띤 스토리와 캐릭터가 되었다. 이 소설을 근거로 1922년 독일에서 제작한 영화가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Nosferatu, Fine Symphony)>이다.

<노스페라투>에서 공포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은 공포 영화의 대명사 씬이 되었다 

거의 백년 전에 제작한 무성영화이나, iMDB 평점이 8.0에 이를 정도로 예술성이 높으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늘 언급되는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한 번도 무성영화를 본 적이 없다면, 이 영화로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 개선된 화질의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단, 원작자의 사망 후 미망인과의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영화명과 캐릭터가 모두 바뀌어 영화 제목은 <노스페라투>(루마니아어로 ‘뱀파이어’를 의미함)로, ‘드라큘라(Dracula) 백작’은 ‘오를로크(Orlok) 백작’으로, 주인공인 영국 변호사 조나단 하커(Jonathan Harker)는 토마스 후터(Thomas Hutter)로 이름이 바뀌어 등장하지만, 내용은 원작과 동일하다.

영화를 제작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F.W. Murnau) 감독은 독일 표현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비록 영화 <노스페라투>는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하여 법원에서 모든 프린트를 폐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복사본 몇 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지금까지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으로 전해지게 됐다.

원작자인 브람 스토커(Bram Stoker)는 소설 <드라큘라> 출간 후 한 인터뷰에서 그의 소설과 캐릭터의 세계적인 성공을 다음과 같이 예상한 바 있다. “자고 있는 당신을 물어 죽일 수 있는 괴물이 등장하는 음습한 배경과 오싹한 느낌은, 어느 독자라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The gloomy landscape and the creepy sensations inspired by a monster that can kill you with a bite while you are sleeping are ingredients capable to capture any readers.)” 그의 예언은 다음 세기에 적중해, 드라큘라는 영화와 연극 무대의 가장 유명한 공포 캐릭터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