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인 드한이라는 배우를 단지 ‘퇴폐미’라는 단어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그가 작품 속에서 얼마나 많은 모험과 도전을 했는지 안다면 더욱 그렇다. 초능력을 가진 미성숙한 소년을 연기한 영화 <크로니클>부터, 천재적인 작가들의 치명적인 뮤즈 역을 완벽히 소화한 <킬 유어 달링>, 모두가 꺼린 ‘시대의 아이콘’ 제임스 딘 역을 통해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준 <라이프>까지. 하나같이 비범하고 문제 많은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데인 드한의 ‘고집스러운’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았다.

 

<크로니클>

Chronicle|2012|감독 조쉬 트랭크|출연 데인 드한, 알렉스 러셀, 마이클 B. 조던

평범한 고교생 친구 앤드류와 ‘맷’(알렉스 러셀), ‘스티브’(마이클 B. 조던)는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땅굴에 들어가고 난 후 자신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을 알아챈다. 초반에 사람들을 놀래키는 소소한 장난거리로 사용했던 초능력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파워가 강해지고, 앤드류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며 폭주하기 시작한다. 데인 드한은 몸이 아픈 어머니와 허구한 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암흑한 유년기를 보낸 불우한 소년 앤드류로 분했다. 피해의식과 자괴감으로 똘똘 뭉친 내면이 초능력이라는 무기를 갖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보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히 그려내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위태롭게 떨리는 데인 드한의 눈빛은 시종 '초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영웅은 아니다'라는 영화 속 메시지를 날카롭게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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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s|2013|감독 존 크로키다스|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데인 드한, 마이클 C. 홀

<킬 유어 달링>은 1940년대 비트 세대라 불린 청춘 작가들과 그 중심에 있었던 매혹적인 뮤즈 ‘루시엔 카’(데인 드한)의 대학 시절을 다룬다. 함께 '뉴 비전'이라는 문학 운동을 시작하며 서로 뜨거운 영감을 나누던 그들은, 의문의 밤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데인 드한은 극 중 상대방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도도한 눈빛과 어눌하지만 중독적인 말투, 헤링본 코트를 몸에 걸친 가냘픈 몸매의 옴므 파탈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퇴폐미’의 정점을 찍었다. 촬영 당시 예산과 시간이 빠듯했던 탓에 19일 만에 촬영을 모두 마쳐야 하는 악조건이었지만, 배우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인생 연기’를 펼친 덕에 재즈와 마약, 알코올에 버무려진 청춘 작가들의 정신 없는 삶이 배로 생생히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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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Life|2015|감독 안톤 코르빈|출연 데인 드한, 로버트 패틴슨

<라이프>는 허세와 야망으로 똘똘 뭉친 '라이프 매거진'의 신인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이 무명 배우 제임스 딘에게 사진 촬영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데인 드한은 <에덴의 동쪽> 촬영을 마치고 <이유 없는 반항>의 캐스팅을 기다리며, 진정한 배우의 꿈과 가식으로 치장한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제임스 딘을 연기했다. 모두가 어려워 꺼린 영원한 시대의 아이콘, 스크린의 반항아 제임스 딘 역을 맡아 3개월 동안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의 내면까지 이해하고자 한 데인 드한의 노력과 열정이 곳곳이 스민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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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러버스 앤 베어>

Two Lovers and a Bear|2017|감독 킴 누옌|출연 데인 드한, 타티아나 마슬라니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북극 접경의 마을로 도망쳐 숨어든 ‘로만’(데인 드한)은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갖고 사는 ‘루시’(타티아나 마슬라니)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참혹한 기억의 사슬을 끊기 위해, 오직 서로의 온기에만 의존한 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을 헤쳐가는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을 그렸다. 멜로 영화지만, 춥고 황량한 설원, 어두운 군사 기지 같은 요소는 로맨스보다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로맨스물조차 평범한 작품을 선택하는 법이 없는 데인 드한의 ‘고집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얼어붙은 세상의 끝, 북극에서 펼치는 데인 드한의 첫 감성 멜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투 러버스 앤 베어>는 2017년 개봉하여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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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피버>

Tulip Fever|2017|감독 저스틴 채드윅|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데인 드한

17세기 튤립 열풍에 빠진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다룬 묵직한 시대극. 집안이 몰락하면서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된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그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찾아온 화가 ‘얀’(데인 드한)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데인 드한이 치명적인 매력의 ‘불륜남’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 <천일의 스캔들>(2008),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2013)과 같은 작품을 통해 시대극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저스틴 채드윅이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귀추를 모은 영화 <튤립 피버>는 2017년 개봉하여 5만 3천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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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저= <킬 유어 달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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