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가기 좋은 곳을 떠올려 본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꽃향기가 퍼지기 시작하는 공원 그리고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으레 공원을 곁에 두었는데, 그런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우연하게도 날씨가 완벽해서 꼭 공원까지 들르게 된다. 그게 꼭 ‘봄’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한결같이 봄이 돌아왔고,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학기를 맞이한 도서관도 활기를 되찾았다. 그런데 막상 봄의 공원을 곁에 둔 도서관이 아무 데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서울에 그런 좋은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책과 따뜻한 햇볕을 즐기다 곧장 공원으로 걸어갈 수 있는 곳. 봄이면 그곳에도 벚꽃이 핀다.

 

1. 국립중앙도서관과 몽마르뜨공원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반포동에 간다면 그 유명한 서래마을 카페거리를 지나쳐 국립중앙도서관으로 향하자.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도서관으로, 전국 공공도서관과의 협력뿐 아니라 각종 출판물과 정보물을 총망라하는 곳이다. 무려 천만 권 이상의 도서를 갖춘 도서관인 만큼 ‘책’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맘껏 누릴 수 있다. 게다가 노트북이용실, 미디어자료실 등을 갖춘 디지털도서관과 서점, 식당, 카페도 있어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그러나 벚나무가 내다보이는 문학실에서 책 한 권 읽다 보면 금세 몸이 근질근질해질 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걸어서 5분이면 서울의 몽마르뜨공원에 갈 수 있다. 인근 서래마을에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하여 붙은 이름이다. 아담한 크기의 동네 공원이지만, 여유로운 잔디광장과 몇 개의 벤치, 꽃과 나무가 부족하지 않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토끼 몇 마리도 만날 수 있다. 8차선 도로 위로 뻗어 있는 누에다리를 건너면 한 시간 코스의 산책로가 있는 서리풀공원도 있다.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아 주로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다. 역시 낭만과 여유가 어울리는 ‘몽마르뜨’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 국립중앙도서관
전화 02-535-4142
영업시간 09:00~18:00, 월 휴관
홈페이지 www.nl.go.kr/nl/

 

2. 남산도서관과 남산공원

곧 100살을 맞는 남산도서관은 화려한 명동 곁에서 홀로 한적해 더욱 좋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다양한 자료실과 학습공간을 잘 갖췄지만, 무엇보다 울창한 남산을 곁에 둔 덕에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고요한 산을 닮아 도서관 이상의 여유와 기품이 느껴진다. 남산도서관에는 특히 문화 행사가 많다. 1층 남산갤러리에는 항상 소소한 전시가 열리고, 시청각실에서는 매달 담당 사서가 선정하는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또 각종 강연회, 워크숍 등이 수시로 열린다고 하니 미리 체크 후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 남산도서관의 또다른 매력은 단연 사방을 둘러싼 남산이다. 도서관 앞 정원만 하더라도 산의 한 자락이니 그대로 남산을 향해 올라가 보자. 흐드러진 벚꽃은 기본이다. 어느 길이든 펼쳐지는 남산의 자연이 봄을 맞아 본격적으로 매력을 뽐낸다. 각국의 사람이 모여드는 서울타워까지 굳이 올라갈 필요도 없다. 연푸른 잔디가 널찍하게 펼쳐진 남산공원에서도 속 시원하게 서울타워를 올려다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109 남산도서관
전화 02-754-7338
영업시간 평일 09:00~22:00, 주말 09:00~17:00, 매월 1,3주 월 휴관
홈페이지 nslib.sen.go.kr/nslib_index.jsp

 

3. 이진아기념도서관과 안산공원

서대문형무소 뒤편에 바로 맞닿아 있는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2003년 미국 유학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진아 학생을 기리기 위해 가족들이 기증한 사재로 건립한 최초의 개인기부 공공도서관이다. 평소 책을 좋아했다는 이진아 학생의 생일에 맞춰 2005년 9월 15일에 개관했고,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시킨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책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다. 깔끔한 시설과 자유로운 분위기 덕에 마치 커다란 카페 같기도 해서 특히 어린이와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괜스레 찡해진 마음을 다독이며 도서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바로 앞에는 서대문독립공원이, 뒤에는 안산공원이 있다. 그중 안산공원에 들러보자. 안산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으로, 가볍게 오르기 좋다. 정상을 향해 깔끔하게 정돈된 안산자락길을 따라 올라가면 벚꽃은 물론 다양한 풀과 나무가 울창하다. 중턱에 아담하게 위치한 봉원사나,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도 훌륭하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독립문공원길 80 이진아기념도서관
전화 02-360-8600
영업시간 평일 09:00~18:00, 주말 09:00~17:00, 월 휴관
홈페이지 lib.sdm.or.kr/main/main.asp

 

4.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과 홍릉공원

동대문구에 위치한 6개의 도서관 중에서도 정보화도서관은 홍릉공원과 맞닿아 있어 더욱 기분 좋게 들를 수 있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과 시청각실, 노트북실, 매점 같은 편의시설을 갖췄고, 특히 어린이를 위한 열람실과 소극장, 아담한 오두막과 식물을 펼쳐 놓은 옥상공원이 있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또 매달 사서들이 직접 인문고전 강의를 하는 ‘사·인·강 99℃’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이곳의 매력은 바로 2, 3층 자료실 창가 자리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홍릉공원 풍경이다. 도서관과 바로 연결된 홍릉공원은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루어져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다만 어느 동네에나 있는 평범한 산책로라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럴 땐 바로 옆에 위치한 영휘원과 숭인원으로 가보자. 입장료 천 원을 내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10분 정도면 다 둘러볼 만큼 작은 곳이지만 뜻밖에 좋은 풍경이 많다. 참고로 바로 길 건너에는 경관이 좋기로 소문난 홍릉수목원이 있는데, 주말에만 갈 수 있다. 영휘원은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로10길 60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전화 02-960-1959
영업시간 09:00~22:00, 월 휴관
홈페이지 www.l4d.or.kr/

 

5. 종로도서관과 사직공원

1920년도에 개관한 종로도서관은 서울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이자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공도서관이다. 정겨운 멋이 있는 이곳은 서촌과도 가깝고, 앞뒤로는 인왕산과 사직공원을 품고 있다. 종로도서관에서는 왠지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는 한국 고전문학 한 권을 집어 들고 찬찬히 읽어보자. 오랜 시간이 묻어나는 이곳에는 누구나 그런 여유를 부리러 온다. 

도서관 앞에 꼭 학교 운동장처럼 붙어있는 사직공원은 한층 여유롭다. 겨울엔 조금 휑하다 싶어도 여기저기 심어진 소나무가 다소곳하게 정취를 채우니 그만이다. 초록빛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요즘엔 활기차면서도 점잖은 사직공원만의 정취가 배가된다. 관광해설사와 함께 사직단을 둘러보거나, 좀 더 걷고 싶다면 사직공원에서 단군성전을 지나 서울성곽으로 빠져나와도 좋다. 과연 서울에 이런 봄이 있었나 싶을 만큼 맑고 깨끗한 계절을 누릴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15-14 종로도서관
전화 02-721-0707
영업시간 평일 09:00~22:00, 주말 09:00~17:00, 매월 2,4주 월 휴관
홈페이지 jnlib.sen.go.kr/

 

(메인 이미지 출처=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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