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발매되는 신보들은 뜨거운 여름을 견디게 해줄 묘약과도 같다. 찰랑이는 물결을 연상케 하는 인디 록부터 비트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여성 힙합 뮤지션의 음악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아울러 선정해보았다.

**최신 앨범 순으로 작성.

 

1. 잔나비 <MONKEY HOTEL>(2016.08.04)

싱글 앨범 <로켓트>(2014)를 시작으로 그동안 <식샤를 합시다2>,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각종 드라마 OST에 참여해온 잔나비. 이미 80회가 넘는 버스킹과 다수의 클럽 공연으로 실력을 검증한 밴드다. 이들이 마침내 정규 1집을 발매했다. 오래 준비한 앨범인 만큼 발라드부터 개러지록, 사이키델릭, 하드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더욱이 아름다운 노랫말과 편안한 멜로디, 감성 가득한 뮤직비디오는 없던 추억까지 자아낸다. 이번 앨범은 ‘몽키호텔’ 시리즈의 첫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잔나비 'Summer'

 

2. 레트로펑키 <SEOUL>(2016.08.03)

그간 겪어온 감정들을 도화지에 채색하듯 물들이는 노래는 스무 살에 상경한 레트로펑키가 그간 겪었던 시간을 짐작케 한다. ‘시간은 자꾸 빠르게 흘러가. 여긴 수많은 사람들이 다들 뭔가를 잃어가네'(‘서울’)처럼 도시에 살아간다면, 더욱이 타지인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가사가 공허한 마음을 채운다. 조금 더 경쾌한 리듬으로 관계의 피곤함을 그린 곡 ‘피곤해’도 들어보자.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온 혹은 살아갈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앨범은 꽤나 큰 위로를 전한다.

레트로펑키 '서울'

 

3. 김세영 <Deepest>(2016.08.01)

로큰롤 밴드 '서교그룹사운드'의 무대에서 그를 한번쯤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했을 수도 있다. 이글거리면서도 몽환적인 눈빛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보컬 김세영은 20대 밴드 생활을 거쳐 서른이 되었고, 이번 앨범으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타이틀곡 ‘Deepest’를 포함해 뮤지션으로서의 자리를 고민하는 듯한 ‘낮과 밤’과 죽음을 화두로 한 ‘드라이브’까지. 총 다섯 곡이 실린 솔로 앨범에는 음악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그간의 땀방울과 열정, 눈물이 아로새겨져 있다.

김세영 '달이 뜨기 전에'

 

4.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bbdTRIO>(2016.07.27)

종류에 상관없이 뭐든 타고 시원한 해안도로를 달리고 싶다.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bbdtrio)의 신보를 들으며 줄곧 이런 생각을 했다.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최새봄(기타, 보컬)을 주축으로, 아톰북의 백옥성(베이스), 비둘기우유의 이용준(드럼)이 결성한 3인조 인디 록 밴드다. 리듬앤블루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첫 트랙 ‘This Time Is your Time’과 베이스 리프와 경쾌한 드러밍이 돋보이는 ‘A line in the Sky’를 비롯한 8곡에는 기분 좋은 비트와 멜로디가 넘실거린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 'A Line in the Sky'

 

5. 김태춘 <악마의 씨앗>(2016.07.19)

애써 과장하지도 않지만, 애써 덜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노래는 가슴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뚫어준다. 2집 <악마의 씨앗>은 미니멀했던 1집에 비해 더욱 풍부한 악기와 편곡을 시도했고, 컨트리에서 블루스, 올드팝까지 다양한 어법을 동원했다. 특유의 농담과 분노가 얽힌 곡들 사이, 노동을 마치고 이태원에서 술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태원의 밤'), 고향과 친구들을 그리는 노래이자 자장가('내 고향 남쪽바다') 같은 곡들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폭넓게 들여다본다.

김태춘 '모든 방송국을 폭파시켜야 한다'

 

6. 생각의 여름 <다시 숲 속으로>(2016.06.27)

듣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그 재주가 가장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사람. 박종현의 1인 프로젝트 ‘생각의 여름’의 음악은 잔잔하고, 포근하고, 따스하다. ‘다 덜어내고 남은 노래’라는 1집 홍보 문구와, 통기타와 자신의 목소리만을 이용한 최소한의 편성으로 재생시간이 17분에 불과한 2집 <곶>(2012)이 상징하듯 생각의 여름을 특정하는 요소는 간결함이었지만, 이번 3집 앨범은 공동 프로듀서이자 다섯 곡의 기타 독주에 세션으로 참여한 CR태규를 필두로 진혜린(하모니카), 양현모(드럼), 장수현(바이올린) 같은 음악인들이 참여해 훨씬 다채로운 사운드를 담았다.

생각의 여름 '두 나무'

 

7. 슬릭(SLEEQ) <COLOSSUS>(2016.06.02)

‘이 바닥에 제대로 된 여자 래퍼 딱 하나뿐’(‘Energy / Python’)이란 도발적인 랩으로 많은 리스너들에게 갖가지 기대와 편견을 주입한 슬릭. 6장의 싱글 앨범 끝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작 <Colossus>는 여러 신예 프로듀서들이 주조한 다양한 무드의 비트 위에 특유의 타이트한 스킬과 언어유희로 텐션 넘치는 일관성을 유지하며 데뷔 앨범에 걸맞지 않은 역량을 보여준다. 배우 이주영과 함께 출연한 ‘Liquor’ 뮤직비디오는 여성이자 래퍼인 슬릭에게 세상이 원하는 자아와 자신이 원하는 자아 사이를 술에 취한 채 오가는 혼란을 그렸다. 타이틀곡 ‘Stay With Me’에는 프로듀서 임레이(Imlay)의 비트 위에 ‘Hey Jude’로 슬릭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지수가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슬릭 'Liquor'

 

(메인 이미지 = 김세영 <Deepest> 앨범 커버, Cover artwork 유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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