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 현장, 피로 쓰인 ‘분노’라는 글자만이 유일한 단서로 남아있다. 범인이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열게 된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의 정체에 대해 무서운 의심을 품게 된다면?

이상일 감독의 영화 <분노>는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1년 후, 일곱 명의 용의자에 얽힌 세 개의 이야기를 통해 믿음과 불신, 그리고 분노의 심리를 촘촘하고 드라마틱하게 다룬 영화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라 자부할 만큼 밀도 높은 감정선으로 뜨거운 입소문을 탔던 영화다. 무엇보다 화제가 되는 건 ‘캐스팅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큼 화려한 출연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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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아오이, <괴물의 아이>

The Boy and the Beast ㅣ 2015 ㅣ 감독 호소다 마모루 ㅣ 출연 야쿠쇼 코지, 미야자키 아오이

맑고 투명한 미소와 한없이 상냥한 눈빛으로 청춘스타의 반열에 오른 미야자키 아오이. <분노>에서 그는 가출하여 3개월 동안 유흥업소에서 일하다가 아버지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곁으로 돌아와, 외지인 부두 노동자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사랑에 빠지는 ‘아이코’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속을 썩이는 반항적인 면모와 사랑하는 이 앞에서 무장해제 되어버리는 모습을 동시에 가져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캐릭터. 미야자키 아오이는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같은 작품에서 한없이 사랑스러운 소녀를 연기하기도 했는데, 그의 팬이라도 놓칠 수 있는 영화를 꼽으라면 <괴물의 아이>일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어린 시절 버려진 후 ‘쿠마테츠’에게 보살핌을 받는 ‘어린 큐타’를 반항적이면서도 상처받은 목소리로 연기해내 캐릭터에 풍부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괴물의 아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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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켄이치,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Detroit Metal City ㅣ 2008 ㅣ 감독 리 토시오 ㅣ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카토 로사

‘아이코’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진짜 정체를 말할 수 없어 아이코의 아버지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의심을 사게 되는 ‘타시로’ 역의 마츠야마 켄이치는 만화 원작 영화와 특히 인연이 깊은 배우다.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은 만화 <데스노트>의 동명 영화에서 천재 탐정 ‘L’ 역을 맡았고, 역시 만화 <도박왕 카이지>를 영화화한 <카이지>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의 ‘만화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다. 러브 발라드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년이지만, 뮤지션의 꿈을 위해 도쿄로 상경하자마자 어쩐지 ‘데스메탈’ 밴드의 프런트맨으로 발탁되어 마음에도 없는 ‘악마 음악’을 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네기시’ 역을 연기한다. 어딘지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미션을 수행해내는 코믹한 연기가 폭소를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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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마부키 사토시, <69 식스티 나인>

69 ㅣ 2004 ㅣ 감독 이상일 ㅣ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마사노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수한 대학생 역으로 오래도록 한국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 그는 전매특허와도 같은 건강한 미소를 무기로 수많은 청춘 영화에 출연해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우연히 클럽 파티에서 만나 연인이 된 남자친구 ‘나오토’(아야노 고)를 의심하게 되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 역을 맡았다. 이번으로 세 번째 합을 맞춘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상일 감독의 인연은 <69 식스티 나인>으로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 68혁명의 강렬한 여운이 뻗어가던 1969년, 나가사키의 두 남고생이 사랑과 즐거움을 위해 학교를 점거하는 유쾌한 반란을 그린 영화. 전력을 다해 즐거워하는 얼굴로 질주하는 츠마부키의 얼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야노 고, <립반윙클의 신부>

A Bride for Rip Van Winkle ㅣ 2016 ㅣ 감독 이와이 슌지 ㅣ 출연 쿠로키 하루, 아야노 고

‘유마’의 연인이지만, 과거는 물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불투명함으로 남자친구의 의심을 사게 되는 ‘나오토’ 역은 배우 아야노 고가 맡았다. 마음 한구석에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음울하고 우울한 아야노 고의 이미지는 <분노>가 처음이 아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으로 화제를 낳았던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주인공 ‘나나미’(쿠로미 하루)를 절망으로 밀어 넣는 중개인 ‘아무로’ 역이 대표적이다. 아무로는 진정한 인연을 갈구하는 나나미에게 조력자인 척 접근하지만, 실은 상대의 진심 따윈 아랑곳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냉정한 캐릭터다. 인간의 악하고 차가운 마음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이상일 감독과의 호흡으로 만들어낸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분노>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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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세 스즈, <바닷마을 다이어리>

Our Little Sister ㅣ 2015 ㅣ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ㅣ 출연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인형처럼 커다랗고 진한 이목구비,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된 감정선을 지닌 연기로 데뷔와 동시에 스타 반열에 오른 히로세 스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국내에도 친숙한 얼굴이다. 나이로는 출연진 중 가장 어리지만, 연기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를 지닌 배우이기도 하다. 고작 14세였던 <바닷마을 다이어리> 촬영 당시, 짧은 장면에 불과한 축구 경기 장면을 위해 1년여간 훈련하여 결국 실제 선수라 해도 믿을 만큼 연기해낸 일화도 유명하다. <분노>에서도 어김없이 연기 욕심을 방증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남겼다. 이 영화에 합류하기 위해 이상일 감독에게 직접 오디션을 요청했고, 혹독한 현장을 거쳐 결국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 히로세 스즈는 엄마를 따라 오키나와로 전학 와, 무인도에 홀로 사는 배낭여행자 청년을 만나는 여고생 ‘이즈미’ 역을 맡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같은 톱배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돋보이는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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