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음악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지금 여기 소개하는 음악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고, 페미니즘을 노래한다. 1990년대 중반 ‘라이엇 걸(Riot grrrl) 무브먼트(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시작한 언더그라운드 페미니스트 하드코어 펑크 운동)’의 대표적인 음악가부터 가장 최근 음반을 낸 음악가까지, 얘기하고 싶은 지점을 지닌 몇 음악가만 짧게 추렸다. 중요한 건 다 소개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음악가가 남성 중심의 사회 질서와 그로 인한 불편함, 억압,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 평등함에 대해 노래한다는 사실이다.

 

1. 비키니 킬(Bikini Kill)

1990년대 중반 음악계에 등장해 큰 지지를 얻은 라이엇 걸 무브먼트의 중심부에 있던 그룹 비키니 킬. 이들은 시작부터 확고했다. 보컬인 캐슬린 한나와 드러머인 토비 베일, 베이시스트인 캐시 윌콕스는 올림피아 에버그린 칼리지에서 동명의 페미니스트 팬진을 운영하던 사이였다. 페미니즘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펑크 밴드를 결성했고, 오디션을 통해 청일점 멤버인 기타리스트 빌리 보덤을 영입했다. 언제나 펑크가 그렇듯 규칙도 없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무대 위에서 갈겨댔고, 급진적인 가사가 밴드의 정체성을 뒷받침했다. ‘너의 크고 단단한 그걸 원해’, ‘부모님의 침대에 흘린 정액은 닦자’며 몸을 방방 뛰고 목소리를 휘두르는 무대는 페미니즘 레크레이션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Bikini Kill 'Sugar' Live(1993)

 

2. U.S. 걸스(U.S. Girls)

메간 레미는 어릴 적, 친구에게 선물 받은 비키니 킬의 음반을 듣고 펑크 음악에 발을 들였고, 자라는 동안 자체 제작 CD와 영상물을 만들어 U.S. 걸스라는 음악가로 변모했다. 그의 음악은 곡마다 서사가 뚜렷하다. 스리랑카 소설가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에서 빌려오거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세바스찬 융거의 작품, 자신의 꿈에서 줄기가 나온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다. 이야기는 여성과 관련한 어둡고 환각적인 시놉시스이며, 영상은 고스란히 기괴한 영화 한 편으로 완성된다.

U.S.Girls 'Window Shades'

 

3. 제니 발(Jenny Hval)

노르웨이 음악가인 제니 발은 몇 년 전 Shellyz Raven이라는 고딕 메탈 밴드에서 노래했고,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두고 전폭적으로 페미니즘을 노래한다. 실제로 참여적인 기고가이며 노래 또한 독백, 주장, 캠페인 같다. 대표곡 ‘That Battle is Over’는 여성인 자신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가사 일부분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통계자료와 신문은 내가 불행하고 또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 나에게는 내 삶을 채워줄 남자와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대로라면 내가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해. 그리고 이건 생물학이래. 나의 잘못인 거지. 제멋대로 군 것에 대한 신성한 처벌이래. 이 잔잔한 바다는 무섭고, 우리는 이제 다 자라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있어. 전쟁은 끝났어. 우리의 어머니는 조용히 허밍해. ‘우리는 역사의 끝자락에 와 있어’라고."

"하지만 난 계속 나이 들고 있어. 지금은 25살 때부터 8년이나 지났고, 그 세월은 이제 전부 내 몸이 됐어. 나는 궁금해. 요즘 내가 혼자 생각하는 것들과 글로 쓰는 것들은 모두 질문으로 시작해. ‘도대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너는 말해 나는 지금 자유로운 거라고. 이 전투는 끝났고, 페미니즘도 끝났고, 사회주의도 끝났다고. 그래,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지."

Jenny Hval 'That Battle Is Over'

 

4. 브레이즈(Braids)

브레이즈는 10년 전 캐나다 캘거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결성한 밴드다. 지난 10년 동안 구성원도 추구하는 음악도 말하려는 주제도 몇 번의 변화를 거쳤다. 그럼에도 얼마 전 발표한 ‘Miniskirt’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가장 보편적으로 알기 쉽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 이 리스트에 넣었다. 가사 일체를 첨부한다.

내가 여성으로 느끼는 기분은 몇 년 전과 딱히 다르지 않아.
해방을 너는 뭐라고 부르고 싶니?
불공평한 질식은 어때?

왜냐면 나는 사람들이 내 몸을 보는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소녀가 순간 먹다가 멈춘다는 사실도 알아.
나는 남성 혐오자가 아니야.
나는 그들을 케익처럼 즐겨.
하지만 내 입장에서
나는 씹년
나는 창녀
나는 거지
네가 싫어하는 그 누군가지.

그리고 이런 종류의 남자에겐 아주 부드러운 이런 이름이 따라붙지.
우머나이저
카사노바
바람둥이

이건 우리의 머리에 도장을 찍는 것에 불과해.
그들에겐 침대에서 등급을 매기는 것이야.
만약 내가 빨강색을 입고 있고
날 만지는 것이 너에게 권한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자초한 일이겠지.

내 짧은 미니스커트 안에서
너는 그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내 짧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온전히 내 꺼야 내 꺼야.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모든 것을 가진
나와 내 가족과 멀리 떨어진
옛날에 한 남자가 있었지.
모두를 사랑하길 바랐던
대신에 그는 혐오로 가득 찼어.
그 자신을 향해서 그의 미끼를 향해서.
그리고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은 그를 위한 것이 되었지.
우리 엄마의 영혼을 그가 활짝 웃으며 잡아먹었어.
그리고 그녀가 알아챘을 때
아이를 그가 데려갔지.
그를 직면해.
그를 구워버려.
그를 깨부숴버려.
잔디 위의 모든 박스들.
9개월간 여성들의 피난처가 되어준
교회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
상처가 된 것에 혼란스럽게 기도해.
시작하기에 충분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야.
나는 캐나다에 감사해.
캐나다에 감사해.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지.
절대 알지 못해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이것이 사라질 때까지.

이건 내 짧은 미니스커트
네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내 짧은 미니스커트
이것은 내 꺼야 내 꺼야.

Braids 'Miniskirt'

 

메인 이미지 - 제니 발 세 번째 앨범 <Apocalypse, girl>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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