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이야기는 쉽게 가려지고 자주 왜곡 당한다.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을 중심에 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안느 퐁텐 감독의 영화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는 역사 속에서, 소설 속에서, 주변에서 다양한 여성의 얼굴을 발굴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들을 보자. 상처받은 여자, 사랑하는 여자, 절망하는 여자,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여자, 그럼에도 나아가는 여자들이 담겨있다.

 

<아뉴스 데이>

Agnus Dei ㅣ 2016 ㅣ 감독 안느 퐁텐 ㅣ 루 드 라쥬, 아가타 부젝

수녀들이 임신했다. 불경스럽기까지 한 이 한 줄 스토리에는 전쟁의 상흔과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폭력이 깊이 스며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가 전 세계를 휩쓸던 1945년, 소련군이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수녀원을 약탈하고 수녀들을 강간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 폭력에 의해 임신을 한 수녀만 일곱. 전쟁이 끝나도 당시 시대 분위기 속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수녀들은 프랑스 적십자 출신의 의사 ‘마들렌 폴리악’(루 드 라쥬)을 찾아간다. 70년 만에, 관련된 모두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공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폭력 앞에 여성들이 연대하고 따스하게 서로를 보듬는 과정을 묵직한 감동으로 그려내어 선댄스, 세자르영화제 등 세계 유수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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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Gemma Bovery ㅣ 2014 ㅣ 감독 안느 퐁텐 ㅣ 출연 젬마 아터튼, 파브리스 루치니 

플뢰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를 현대적 터치로 리메이크한 영화. 소설 <마담 보바리>의 광적인 팬인 ‘마르탱’(파브리스 루치니)의 옆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온다. 아름답고 고혹적인 부인의 이름은 ‘젬마 보바리’(젬마 아터튼)고, 남편의 이름은 찰리 보바리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부부의 등장으로 마르탱은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런던에서 프랑스 시골로 와 모든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한 젬마에게 점점 다가가는 마르탱. 그러던 어는 날 젬마 앞에 젊고 아름다운 귀족 청년 에르보가 나타나고, 마르탱은 소설과 똑같은 전개에 흥분한 나머지 마치 소설 속으로 들어간 독자 마냥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21세기 프랑스에 나타난 마담 보바리는 어떤 모습일지, 비극적 결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참여형 독자’ 마르탱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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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마더스>

Adors, Two Mothers ㅣ 2013 ㅣ 감독 안느 퐁텐 ㅣ 출연 나오미 왓츠, 로빈 라이트, 자비에르 사무엘, 제임스 프레체빌

서로의 아들과 연인이 되어버린 절친한 두 40대 여자의 이야기. 호주의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각자의 아들들과 함께 지내는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 어느 날, 릴의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은 로즈에게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고, 로즈는 매혹적인 청년으로 성장한 이안의 키스를 거부하지 못한다. 그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은 충격과 혼란 속에 이안의 엄마 릴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아침드라마도 따라 하기 어려울 파격적인 이 설정은 원작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 <그랜드 마더스> 그대로지만, 관능적이면서도 싱그러운 영상이 어우러져 영화만의 매력을 더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에의 이끌림을 거부하지 못한 중년 여성의 욕망, 자매처럼 지내며 서로를 질투하고 또 아껴온 두 친구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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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Coco Before Chanel ㅣ 2009 ㅣ 감독 안느 퐁텐 ㅣ 출연 오드리 토투, 브누와 뽀엘부르드

명품의 대명사 샤넬의 창시자 ‘코코 샤넬’(오드리 도투)이 꿈꾸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케네디 대통령 피습 당시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가 입고 있던 의상으로도 유명한 샤넬의 트위드 정장처럼, 샤넬의 디자인은 꽤 보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처음 코코 샤넬이 디자이너로서 재능을 펼친 1920년대의 샤넬은 파격과 진보 그 자체였다. 장례식에서나 입는 컬러로 여겨졌던 블랙을 패션에 적용했고, 코르셋을 착용할 필요가 없는 드레스를 만들었다. 발목과 종아리를 드러내는 심플한 스커트로 여성들의 움직임에 활동성을 가미하기도 했다. 시대의 관념을 앞지르는 혁명적 디자인만큼 그의 사랑과 꿈을 위한 행보 역시 거침이 없었다. 사랑스러운 <아멜리에>로 잘 알려진 오드리 토투가 코코 샤넬 역을 맡아, 세상 앞에 누구보다 당당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일생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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