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일 무렵, 브라질 현지에서는 올림픽이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은 분위기였다. 리우 데 자네이루 주의 경제침체와 더불어 현 브라질 정부의 부패, 치안 악화 같은 이유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올림픽 성화를 끄려고 달려드는 상황까지 벌어졌겠는가. 하지만 이것만이 브라질의 진짜 모습일까? 브라질에도 유구한 역사가 있고, 흥겨운 카니발 축제의 나라답게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리우올림픽에 맞춰 국내 개봉한 다음의 브라질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그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알레 아브레우 감독의 <보이 앤 더 월드>와 루이즈 볼로네지 감독의 <리우 2096>은 제37회, 제3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그랑프리를 2년 연속 나란히 차지하며 전세계에 브라질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빈곤과 범죄 등으로 삭막해진 브라질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준 이 작품들은 전세계의 호응에 힘입어 국내에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보이 앤 더 월드> 

O Menino e o Mundo, Boy and the Worldㅣ2013ㅣ브라질ㅣ감독 알레 아브레우ㅣ목소리 출연 비니 가르시아,루 호르타

제3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그랑프리와 관객상 수상,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전세계 150여 개 영화제 초청 및 47개 영화상 수상이란 빛나는 이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작품. 독창적인 그림 스타일과 화려한 색감,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따뜻한 감동까지 담아내 작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도시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난 아빠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어린 소년 쿠카의 눈에 비친 거대한 어른들의 세계를 동화적인 감성으로 그려냈다. 도시화와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디어의 범람, 인간 소외 같은 현대 사회의 수많은 이슈를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담아낸 화려한 비주얼은 오히려 날카로운 사회 비판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속 대사들은 포르투갈어를 거꾸로 튼 가상의 언어이기에 뜻을 알기 어렵지만, 시각적인 장면과 생동감 넘치는 음향의 조합만으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알레 아브레우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이 앤 더 월드>는 각본 없이 만들었고, 감독은 시청각적인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실제 언어 이상의 표현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자 했다.

<보이 앤 더 월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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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레 아브레우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탄생> (Passo)

Birth, Passo, Stepㅣ2007

알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보이 앤 더 월드>를 보기 전에 그의 전작인 4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Passo>를 감상해보자.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Passo>는 우리 말 ‘탄생’으로 번역되었는데, 포르투갈어로는 '걸음, 일보, 단계(step)'를 의미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드로잉 장면이 대사 없이 계속 이어지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탄생' 혹은 '일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 <Passo>

 

 

<리우 2096>

Uma Historia De Amor e Furia, Rio 2096: A story of Love and Furyㅣ2013ㅣ감독 루이즈 볼로네지ㅣ목소리 출연 셀튼 멜로, 카밀라 피탄가

<보이 앤 더 월드>에 앞서 브라질 영화 최초로 제3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되어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브라질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리우데자네이루영화제 경쟁 부문인 ‘프리미어 브라질’에도 진출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600년 브라질 역사를 관통하는 과거, 현재, 미래를 그려낸 판타지 대서사는 특히 식민지, 군사정권 같은 우리나라 역사의 어두웠던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브라질의 투피과라니 인디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모티프로 삼았다. 영원히 죽지 않는 대신 상처를 입을 때마다 ‘새’로 변하는 인디언 전사와 아름다운 여인 ‘자나이나’의 사랑이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펼쳐진다. 나아가 2096년 브라질의 물 부족 사태로 벌어지는 사회적 투쟁으로 이어지며 미래 사회에 대해 경고하는 한편, 과거를 직시하고 진실을 자각한다면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무거운 투쟁의 역사 속에서도 자나이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줄 로맨스도 빠트리지 않는다. 환상적인 SF 비주얼로 속도감 있게 여러 시대를 넘나드는 장면들은 보는 이들을 단숨에 압도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리우 2096>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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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의 화려한 색채를 담은 애니메이션 <리오>

Rioㅣ2011ㅣ감독 카를로스 살다나ㅣ목소리 출연 앤 해서웨이, 제시 아이젠버그

브라질 애니메이션을 더 경험하고 싶다면 2011년 국내 개봉한 <리오>도 놓치지 말자.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는 거의 최초로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은 애니메이션이다. 단, 영화의 재미를 그대로 느끼려면 앤 해서웨이와 제시 아이젠버그의 목소리가 입혀진 ‘자막판’으로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멸종위기 앵무새 ‘블루’가 지구상에 남아 있는 단 한 마리의 짝을 찾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짝 ‘쥬엘’과의 티격태격 귀여운 모험이 화려한 삼바 축제와 흥겨운 브라질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리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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