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프랭키 코스모스 페이스북

음악도 태어난 곳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광활한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로맨틱한 노래만 들어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탄생한 음악은 어떨까? 여기, 그 이국적인 향취를 느끼게 해줄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이름은 프랭키 코스모스(Frankie Cosmos). 1994년 생으로 이제 만 스물세 살이 된 뉴욕 토박이다. 본명은 그레타 클라인(Greta Kline)이고 미국의 유명배우 케빈 클라인(Kevin Kline)과 피비 케이츠(Phoebe Cates)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모님의 재능을 물려받아 오빠 오웬 클라인(Owen Kline)과 함께 영화 <결혼기념일에 생긴 일>(2001), <오징어와 고래>(2005)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결혼 기념일에 생긴 일>에 출연한 그레타 클라인과 그의 가족들
 11살에 영화 <오징어와 고래>에 출연한 그레타 클라인 © 2005. Sony Pictures Entertainment


그가 부모님의 뒤를 밟아 배우가 되는 대신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가족의 공이 컸다. 아버지 케빈은 평소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홀 앤 오츠(Hall and Oates)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어머니 피비는 주로 차 안에서 리즈 페어(Liz Phair)와 인디고 걸스(Indigo Girls) 같은 여가수의 음반을 틀었다. 오빠 오웬은 동생에게 몰디 피치스(Moldy Peaches)와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같은 안티 포크* 뮤지션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는 10살 때 처음으로 기타를 접했다. 아버지가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곡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에 들어가는 기타 코드 세 개를 가르쳐 준 것이다. 이듬해 프랭키는 혼자서 곡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그는 천천히 여러 악기를 익혀 나갔다. 이모의 남자친구에게 베이스 기타 수업을 받았고, 6학년 때는 1년간 드럼과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다. 홈스쿨링으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은 남는 시간 대부분을 뉴욕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록 공연장을 탐방하는 데 썼다.

*안티-포크(Anti-folk)- 보통은 기타나 우쿠렐레로 즉흥 연주를 하는 음악가를 일컫는다.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가사는 음울함(downbeat)과 자기 비하적인 유머가 깃들어 있다. 어쿠스틱과 펑크를 결합한 형식을 특징으로 한다.

 

프랭키 코스모스는 2014년부터 4인조 밴드 셋을 꾸려 공연을 해왔다. 구성원은 기타와 보컬을 맡은 그를 주축으로 왼쪽부터 Gabrielle Smith(키보드/보컬), Luke Pyenson(드럼), David Maine(베이스)다 *이미지- 프랭키 코스모스 페이스북


그레타는 프랭크 오하라(Frank O'Hara, 1926~1966)의 시와 2000년대 초반 뉴욕 안티-포크 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를 음악인의 길로 인도해준 남자친구 아론 메인(Aaron Maine)도 빼놓을 수 없다. 15살 때부터 아론 메인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그가 메인 보컬로 있는 밴드 포치스(Porches)에서 베이시스트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다. 'Frankie Cosmos'라는 이름도 그레타가 첫 데이트 당시 아론 메인에게 프랭크 오하라의 두꺼운 시집을 선물해주고 얻게 된 명칭이다. 현재 그레타는 뉴욕대에서 시를 전공하고 있으며, 소속 레이블 없이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친구 아론 메인과 함께 부른 ‘On the lips’와 ‘Owen’ 라이브 영상. 각 곡은 앨범 <Next Thing>과 <Zentropy>에 수록되어 있다


음원 사이트 밴드캠프(Bandcamp)에 올라와 있는 그의 음악은 실로 엄청난 양을 자랑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데모 앨범만 무려 51개다. 처음에는 ‘Ingrid superstar’라는 이름으로 몇 장의 디지털 앨범을 발표했고, 이후 ingrid, Little Bear, zebu fur, GRETA라는 이름을 쓰다가 2012년 2월, 프랭키 코스모스라는 이름으로 홈레코딩 앨범 <much ado about fucking>를 발표했다. 

 

1집 <Zentropy>(2014)

먼저, 2014년 3월에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Zentropy>에는 그가 키우는 강아지 조조(Joe Joe)가 앨범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앨범 컨셉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총 10개의 트랙은 대부분 2분 내외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출한 멜로디를 지녔다. 음반을 듣다 보면 비슷한 로우 파이* 사운드를 들려주는 캐나다 록 밴드 올웨이즈(Alvvays)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더 힘을 뺀 느낌이다.

*로우 파이(Lo-Fi)- Low Fidelity의 줄임말로 과거 음반을 듣는 것처럼 예스러운 소리, 거칠고 잡음이 많이 섞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Frankie Cosmos 'Art School'

 <Zentropy>의 첫 트랙을 장식한 ‘Art School’의 뮤직비디오에는 그가 직접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에 푹 빠진 여고생으로 출연했다. 단정하게 땋은 긴 머리와 빼빼 마른 몸, 캐주얼한 옷차림이 말괄량이 소녀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EP <Fit Me In>(2015)

이듬해 11월에 발표한 EP <Fit Me In>(2015)은 총 네 곡을 수록했다. 모든 곡은 그레타가 직접 만들었고, 남자친구 아론 메인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중 첫 곡 ‘Korean Food'는 제법 반갑다. 나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뮤직비디오를 보자. 수영장,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축축한 여름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Frankie Cosmos 'Korean Food'

 

 2집 <Next Thing>(2016)

2016년 4월에 발표한 앨범 <Next Thing>은 전작들에 비해 더욱 밀도 있는 구성을 간직하고 있다. 총 15곡이 실렸고, 경쾌한 사운드부터 느리고 슬픈 발라드까지 다양한 느낌을 자아낸다. 곡을 쓰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O Dreaded C Town’과 더불어 가장 느린 곡조의 ‘Outside With The Cuties’ 라이브를 감상해보자. 

Frankie Cosmos 'Outside With The Cuties'

뉴저지에 있는 모형 기차 판매점 ‘Northlandz’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모델이 있는 미니어처 마을을 배경으로 찍은 피치포크(Pitchfork) 라이브 영상. 혼자서 일렉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그레타의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기타 사운드가 그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Frankie Cosmos 'Sinister'

마지막으로 우람한 보디빌더와 그를 따라하는 그레타의 유쾌한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자. 

 

ⓒ 2016. Landon Speers all rights reserved.

프랭키 코스모스는 미국 전역과 유럽을 돌며 활발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쿄, 오사카, 교토 투어 공연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한국 팬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다). 그는 <피치포크(Pitchfolk)>와의 인터뷰에서 "각각의 노래와 앨범은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모으면 내 인생이 됩니다(The individual songs and albums are all important to me, but together that is a huge chunk of my life)." 하고 말한 적이 있다. 경험하고 느낀 것을 곡으로 만드는 일이 결국 삶의 기록이 되었다는 의미다. 스물 세 살, 보고 느낄 것이 더욱 무구할 그가 앞으로 어떤 앨범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그런 마음으로 이들의 내한 공연 소식을 기대해본다.

 

프랭키 코스모스 홈페이지
프랭키 코스모스 밴드캠프
프랭키 코스모스 페이스북

 

(메인 이미지- ⓒ 2016. Landon Speer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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