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재즈 전성기에 한 축을 담당했던 거장들이 차츰 기억에서 사라지더니 이윽고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2014년 호러스 실버(Horace Silver), 조 샘플(Joe Sample)에 이어 2015년에도 3명의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특히 이들은 자선 사업이나 후학 양성, 그리고 새로운 음악분야 개척에 몸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들이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1. 클락 테리 (Clark Terry)

1940년대 후반부터 스윙, 비밥, 모던을 거치면서 70여 년을 현역으로 활동했고, 8명의 미국 대통령을 위해 백악관에서 연주했던 클락 테리(1920~2015). 미국 재즈계의 역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펫 연주 능력과 특유의 유머를 갖춘 그는 클래식 같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약 900여 레코딩에 참가하였다. 흑인으로선 최초로 NBC의 ‘Tonight Show’에 10여 년간 고정 출연하였고 AIDS 모금을 위한 자선 음악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악기를 구입하여 어린 유망주들에게 무료로 지급하는 사업을 벌였고, 수시로 재즈 캠프를 열어 후학들을 지도하는 등 재즈 교육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2010년 그래미 평생공로(Lifetime Achievement) 상 외에도 250여 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연주 중에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특히 스캣(무의미한 음절로 중얼거리는 듯한 창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전매특허가 된 특유의 스캣 스타일은 1964년 발표한 앨범 <Mumbles>에 잘 담겨져 있다.

Clark Terry 'Mumbles' (<Legend of Jazz> 중)

 

2. 오넷 콜맨 (Ornette Coleman)

오넷 콜맨(1930~2015)은 1960년대 프리 재즈 또는 아방가르드 재즈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정통 주법에서 벗어나 생각나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즉흥연주를 했다. 그의 독창적 주법 때문에 같이 연주를 하려는 동료들이 소수였을 정도. 그에 대한 평가는 ‘재즈 이노베이션’에서 ‘하모니가 없는 소음’까지 극단적으로 나뉜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All screwed-up inside(완전 망쳤어)”라고 폄하했다가 나중에 철회한 바 있고, 지휘자 레오나드 번스타인은 한때 그의 후견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재즈를 위한 도전 정신을 인정받아 그래미 평생공로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주했던 그의 영상을 보자. 여전히 플라스틱 색소폰을 선호하는 거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Rest in peace, sir. And thank you for opening my ears”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Ornette Coleman 'Lonely Woman'(오스트리아 빈, 2008)

 

3. 필 우즈 (Phil Woods, 1931~2015)

필 우즈는 맨하탄 음악대학과 줄리어드를 졸업한 정통 음악인이지만 클래식 대신 재즈 알토 색소폰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찰리 파커의 대를 이을 “New Bird” 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찰리 파커의 미망인 챈 파커(Chan Parker)와 결혼하여 17년을 살았다. 그는 [다운비트]지의 알토 색소폰 부문 독자 투표에서 거의 30회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정상의 연주자였다. 그의 재즈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빌리 조엘의 ‘Just the way you are’ 전반에 나오는 필 우즈의 감미로운 색소폰 반주는 들어봤을 것이다.

필 우즈의 연주로 유명한 'Just the Way You Are'

필 우즈는 ‘COTA(The Celebration of the Arts) 페스티벌’을 기획 추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전파하자는 취지로, 덜 알려진 재즈 뮤지션과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일일 입장료 1달러만을 받았다. 현재 입장료는 하루 28달러, 이틀에 40달러로 올랐지만, 여전히 펜실베니아 주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 페스티벌에 미국 전역의 인디문화 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평생 찰리 파커의 후견인을 자처한 그는, 2015년 9월 초 찰리 파커 헌정 콘서트 후 은퇴를 공식 발표하였으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9일에 눈을 감았다. 찰리 파커의 인기 레퍼토리 중 하나인 ‘I’ll Remember April’을 연주하는 모습을 감상해보자.

Phil Woods 'I'll Remember April'(Marciac 2005)

 

(메인, 대표이미지 = ⓒwww.sinfon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