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발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했던가.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1980년대 붐이 일고있다. 안방을 달군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원더걸스의 신곡 ‘Why So Lonely’의 뮤직비디오 등이 가장 쉬운 예시. 전보다 컬러풀하고 과장한 메이크업, 현대성과 합리성이 눈에 띄는 빅 실루엣 패션도 소위 ‘힙스터’ 사이에서 밀물처럼 번지고 있다. 필터를 없앤 날 것의 사진처럼 선명한 원색과 네온컬러가 주된 무드인 레트로한 공간들도 하나 둘 생기는 이 때. 당연히 그런 공간에 울려 퍼지는 건 신스팝과 디스코 같은 그 시대의 음악이다.

음악이야말로 그 시절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법. 1980년대를 풍미했던 음악들의 면면을 알아보기 위해 영화 세 편을 떠올렸다. <웨딩 싱어>(1998), <싱 스트리트>(2016),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에는 1980년대를 부흥시킨 사운드 트랙으로 가득하다. 1980년대를 풍미한 노래들을 장르별로 선별했으니, 모두 ‘백 투 더 1980’s!

 

1. Sugarhill Gang – ‘Rapper's Delight’(1980)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서 주인공 ‘제이크’(블레이크 제너)가 능글맞은 멘트로 여자들에게 작업을 걸기 전 부르던 노래다. 미국의 힙합 삼인조 슈거힐 갱(Sugarhill Gang)에게 큰 성공을 안긴 최초의 상업적 힙합 싱글로, 그래미상 명예의 전당 수상과 함께 8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당시 프로듀서 실비아 로빈슨(Sylvia Robinson)은 1970년대 후반 뉴욕을 중심으로 꿈틀거리는 힙합 음악의 거대한 폭발 조짐을 감지하고, 지역 출신 래퍼 세 명(Master Gee, Wonder Mike, Big Bank Hank)을 불러모은 뒤 싱글을 녹음한다. 한 번만 들어도 쉽게 기억에 남는 전염성 강한 이 곡은 Chic의 'Good Times'를 차용했다.

The Sugarhill Gang 'Rapper's Delight'

 

2. Van Halen – ‘Everybody Wants Some!!’(1980)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제목이자 당시 젊은이들이 열광하던 팝 메탈을 상징하는 히트곡이다. 밴 헤일런(Van Halen)은 미국의 헤비메탈, 하드록 밴드로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밴드. 특히 에디 밴 헤일런의 기타 연주는 태핑 주법을 비롯하여 리프 작곡의 참신한 시도로 1980년대 헤비메탈의 기틀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2007년 전 세계적으로 1억 2천만장의 음반을 판매했으며,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 히트 수를 기록하였다.

Van Halen 'Everybody Wants Some!!' Live

 

3. Culture Club – ‘Do You Really Want To Hurt Me’(1982)

1980년대를 대표하는 뉴웨이브 밴드 컬쳐 클럽(Culture Club)의 데뷔 앨범 <Kissing To Be Clever>(1982) 타이틀곡이다. 보컬 보이 조지는 여장남자로1980년대 유니섹스 혁명의 상징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던 뮤지션. 컬쳐 클럽은 뉴 웨이브 레게, 블루 아이드 소울을 혼합했고, 이후 MTV의 개국과 맞물려 1980년대 팝 음악계 최고의 총아로 떠오르며 절정을 맞았다. 2집 <Colour By Numbers>(1983)는 지금까지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손꼽힌다.

Culture Club 'Do You Really Want To Hurt Me' Official MV

 

4. Duran Duran – ‘Rio’(1982)

‘싱 스트리트’ 밴드의 첫 번째 커버 곡으로 등장한 곡. 듀란 듀란(Duran Duran)은 1978년 영국의 버밍엄에서 결성된 신스팝 밴드다. 당시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아하(A-Ha)와 함께 1980년대 원조 꽃미남 밴드라 불렸다. 여담이지만 다이애나 황태자비 역시 제일 좋아하는 그룹으로 듀란 듀란을 꼽기도. 영국 앨범 순위 3위를 기록한 데뷔 앨범 <Duran Duran>(1981)에 이어 2집 <Rio>(1982)는 미국으로 진출하고, 훗날 세계 순회공연까지 하게 만든 이정표가 된 앨범. 타이틀곡 ‘Rio’는 자메이카 레게 리듬을 가져온 흥겨운 댄스 곡으로 이들의 최고 히트 싱글이다.

Duran Duran 'Rio' Official MV

 

5. A-ha – ‘Take On Me’(1985)

<싱 스트리트>에서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주인공이 길가에서 어설프게 부르던 곡. 아하(A-ha)는 1982년 오슬로에서 결성된 노르웨이의 신스팝 밴드로, 이들의 데뷔 앨범 <Hunting High and Low>(1985) 수록곡 ‘Take on me’은 빌보드 차트 1위, 그해 그래미 어워드 Best New Artist로 지명됐다. 특히 보컬 모튼 하켓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만화와 실사를 결합한 생소한 기법으로 이듬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컨셉 비디오를 포함한 총 6개의 부분을 수상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A-Ha 'Take On Me' Official MV

 

6. The Smiths – ‘How Soon Is Now?’(1985)

스미스(The Smiths)의 2집 앨범 <Meat Is Murder>(1985) 수록곡.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스미스는 5년(1982~1987)밖에 활동하지 않은 인디밴드였지만, 30년의 세월을 거쳐 오늘날 하나의 팝 아이콘이 된 그룹이다. 또한 평론가들에게 1980년대 영국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로 일컬어진다. 밴드의 중심인 모리세이(Morrissey)의 싸이코틱하며 날카로운 가사는 때때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특히 조니 마의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는 1990년대 브릿팝 사운드의 기반이 되었다. 훗날 이들은 라디오헤드(Radiohead),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블러(Blur) 같은 영국 밴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The Smiths 'How Soon Is Now?' Official MV

 

(메인 이미지 = <에브리바디 원츠 썸!!> 포스터)
(본문 이미지 = <싱 스트리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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