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인디 음악’일 것이다. 그 연상의 징검다리엔 ‘클럽’도 있다. 다른 나라의 인디 신이 그렇듯, 우리나라 인디 신 또한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물론 지금 말하는 클럽은 기타와 드럼, 마이크와 앰프 줄이 잔뜩 얽혀 있는 무대가 매력적인 ‘라이브 클럽’이다. 홍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잘 갖춰진 예술적 기반 덕분에 사람이 몰려들었고 눈치 빠른 자본이 유입됐다. 자연스레 돈 안되는 모든 것들이 밀려났고, 홍대 문화를 대표하던 라이브 클럽 또한 고스란히 그 위기에 휩쓸렸다. 그렇게 2016년 10월에는 라이브 클럽계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던 클럽 타가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곳 말고도 수년 간 여러 라이브 클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씁쓸하게만 들리는 얘기는 이쯤 하고, 지금의 라이브 클럽을 주목해보려 한다. 이름만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며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클럽들이 있다. 인디 신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음악과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 공간을 꾸준히 지켜온 덕이다. 그 과정에 ‘라이브 클럽 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시작한 라이브 클럽 데이(당시엔 사운드 데이라 불렸다)는 2011년 즈음 여러 이유로 중단됐지만, 2015년 다시 10개의 클럽과 함께 새롭게 부활했다. 덕분에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이면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 활기가 가득 찬다. 천편일률적인 홍대의 놀이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라이브 클럽으로 가자. 시간과 노력을 딛고 일어선 라이브 클럽에는 변치 않은 홍대만의 열정과 문화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클럽 에반스(CLUB EVANS)와 에반스 라운지

클럽 에반스 어반 잼데이 영상

천재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이름을 딴 클럽 에반스는 홍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즈 라이브 클럽이다.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한국 재즈 뮤지션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클럽 에반스의 홍세존 대표는 홍대 라이브 클럽 데이를 열고 있는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의 조합장이자 재즈 음악가이기도 하다. 클럽 에반스에 가려면 홈페이지에서 공연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날을 골라 가면 된다. 참고로 클럽 에반스는 보통 월요일을 ‘수퍼 잼데이’로 지정해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공연을 열고, 화요일은 ‘어반 잼데이’로 퓨전 재즈 쿼텟의 공연을 진행한다.

클럽 에반스는 국내 재즈 신을 깊게 향유하고 있지만,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퓨전 재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데, 특히 라이브 클럽 데이에는 재즈 외에도 포크, 록으로 무대를 채운다. 근처에 별도로 마련한 에반스라운지도 장르에 구애 받지 않은 공연으로 가득하다. 일단 ‘에반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먼저 찾아가 보길 권한다. 영화 <라라랜드>에서처럼, 무대 앞에 마련된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감미로운 음악에 취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7-3 2층
전화 02-337-4679
영업시간 평일 19:30~24:00, 주말 19:30~02:00 명절휴무
홈페이지 www.clubevans.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lub_evans

 

 

클럽 FF(CLUB FF)

크라잉넛 클럽FF 공연 영상

클럽 에반스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라이브 클럽인 클럽 FF를 만날 수 있다. 2005년 문을 연 클럽 FF는 라이브 클럽이자 댄스 클럽으로, 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클럽 FF의 가장 큰 매력은 귀를 가득 메우는 사운드를 즐기며 무대 위 밴드와 함께 맘껏 뛰노는 것. 이곳의 분위기는 무대를 채우는 뮤지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2월, 라이브 클럽 데이 2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국내 록 음악과 클럽 FF를 나란히 대표하는 밴드 노브레인, 크라잉넛, 슈가도넛, 더 모노톤즈가 총 출동해 무대를 압도했다. 2017년 3월 8일에는 다음 달 라이브 클럽 데이에 출연할 기회를 두고 벌이는 신인 뮤지션들의 경연인 오픈쇼케이스가 열리기도 했다. 미리 공지되는 스케줄을 참고해 평소 눈 여겨온 밴드와 함께 신나는 전율을 느끼는 기회를 노려봐도 좋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7-8 지하 1층
전화 010-9025-3407
영업시간 공연 스케줄 참고
홈페이지 clubff.modoo.at  
페이스북 www.facebook.com/hongdaeff

 

 

고고스2(GOGOS2)

더 베인 고고스2 공연 영상

신나는 밴드와 함께 후끈한 분위기를 잇고 싶다면 클럽 고고스2로 가자. 클럽 FF 건물 위층에 있는 고고스 바에서 공연을 목적으로 만든 곳으로, 2010년 말에 문을 열었지만 다른 오래된 클럽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평일에는 여유롭게 바에서 즐길 수도 있고, 주말이면 여지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는 스탠딩 무대에서 시원한 사운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2017년 2월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는 인디 신의 대표적인 사이키델릭 록 밴드 내귀에도청장치부터 하드 록을 내뿜는 밴드 트랜스픽션, 신예 록 밴드 더 베인과 펀시티까지 다채로운 밴드들이 함께 했다. 또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뿐 아니라 하우스, 테크노, 힙합을 아우르는 댄스 디제잉 파티도 열리는데 여느 댄스 클럽 못지않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기분에 따라 좀 더 진득한 록의 매력에 빠지거나 화려한 댄스 파티에 참여하고 싶다면 망설임없이 클럽 고고스2에 입장하면 되겠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7-3
전화 010-5640-7890
영업시간 공연 스케줄 참고
트위터 twitter.com/ClubGOGOS2

 

 

프리버드(Freebird)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프리버드 공연 영상

1995년 문을 열어 20년을 훌쩍 넘긴 프리버드는 홍대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브 클럽이다. 국내 인디 음악과 궤를 같이 했다고 보아도 무방한 이곳은 델리스파이스, 10CM, 장재인, 칵스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인디 뮤지션들이 거쳐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과거 신인 뮤지션들의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던 프리버드에는 여전히 무대를 꿈꾸는 신인 밴드들과 함께 걸출한 뮤지션들의 공연이 틈틈이 열린다. 라이브 클럽 데이 2주년 공연에는 국내 인디 신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도이자람밴드, 로다운30, 허클베리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무대를 장식해 클럽의 연륜과 비례한 무대를 선보였다. 프리버드를 꾸준히 찾는다면 훨씬 다채로워진 국내외 인디 뮤지션들의 매력을 섭렵할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8-16
전화 010-3317-3390
영업시간 매일 18:00~24:00
페이스북 www.facebook.com/rlaqjem

 

 

프리즘홀(Prism Hall)

블랙신드롬 프리즘홀 공연 영상

올해 5주년을 맞은 프리즘홀은 꽤 넓은 공간과 훌륭한 음향 사운드를 자랑하는 곳이다. 마치 페스티벌 무대를 연상케 하는 널찍한 프리즘홀의 무대는 공연의 활기를 북돋는데 한 몫 한다. 이곳 역시 라이브 클럽 데이 소속이자 요즘 가장 활발한 공간 중 하나로, 라이브 클럽 데이 2주년 공연에서는 피해의식, 블랙신드롬, 디아블로, 블랙홀 같은 국내 메탈 록의 최전선에 있는 밴드들을 초대해 더없이 뜨거운 무대를 꾸몄다. 지끈거리는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공연을 원한다면 이 삼각형의 스테이지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95-152, 지하 1층
전화 070-8150-2979
영업시간 공연 스케줄 참고
홈페이지 cafe.daum.net/PrismHall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rismhall

 

 

#라이브 클럽을 즐기는 TIP!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라이브 클럽 데이'를 주목해보자. 한 장의 티켓으로 홍대 앞 10개의 공연장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무경계 음악 축제다. 라이브 클럽 데이는 본문에서 소개한 6곳의 라이브 클럽과, 벨로주, 하나투어 브이홀, KT&G 상상마당, CJ 문화재단 아지트를 포함한 총 열 군데 공연장에서 열린다. 참고로 라이브 클럽이라 설명한 곳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로, 다양한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니 신분증 지참은 필수. 현장 구매보다 저렴한 온라인 티켓 예매도 미리 준비해 놓자.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은 바로 다양한 음악을 누구보다 자유롭게 즐기겠다는 마음가짐. 이번 금요일에는 생생한 홍대의 음악을 담은 라이브 클럽으로 달려가 보는 게 어떨까.

라이브 클럽 데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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