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벗어나며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지난해, 위대한 음악가들의 부고가 유독 많이 전해졌다. 새해의 반환점을 도는 지금, 인디포스트는 상, 하 두 편에 걸쳐 2023년 세상을 떠난 여덟 명의 레전드 뮤지션들을 선정해 이들의 생을 돌아보았다.

 

제프 벡(Jeff Beck), 1월 10일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제프 벡(Jeff Beck)은 2023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1월 10일 영국의 한 병원에서 뇌수막염으로 78세의 생을 마쳤다. 록 팬들이 통칭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부르던 에릭 클랩튼, 제프 벡, 지미 페이지 모두 1960년대 영국 밴드 야드버즈(Yardbirds) 출신이며, 세 사람 모두 이 밴드에서 본격적으로 뮤지션 경력을 시작하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제프 벡은 야드버즈 탈퇴 후 보컬리스트 로드 스튜어트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제프 벡 그룹을 결성하여 자신의 음악을 펼쳤고, 40년가량의 솔로 활동 중 약 20장의 앨범을 내면서 그래미를 8회 수상했다. 블루스에서의 에릭 클랩튼, 록에서의 지미 페이지에 필적할 만한 상업적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록과 블루스 너머 퓨전 재즈와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와 후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일렉 기타 연주와 대중음악 자체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Cause We’ve Ended As Lovers’(2007)

 

웨인 쇼터(Wayne Shorter), 3월 2일

그래미를 13회 수상한 테너 색소폰 거장 웨인 쇼터(Wayne Shorter)가 3월 2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89년의 생을 마감했다. 그는 아트 블레키의 재즈 메신저 사단의 유망주였으며, 마일스 데이비스의 2기 퀸텟 멤버로 영입되어 <In a Silent Way>(1969), <Bitches Brew>(1970) 같은 명반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조 자비눌, 미로슬라프 비토쉬와 함께 5인조 퓨전 그룹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였고, 솔로 활동과 다른 뮤지션과의 콜라보를 통하여 재즈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래미에서 레오 제노비스(Leo Genovese)와 함께 연주한 곡 ‘Endangered Species’로 최우수 즉흥연주상을 받으며, 13번째 그래미상 소식을 들은 지 불과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테너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의 달인으로 수많은 재즈 스탠더드를 남긴 연주자였으며, 어릴 때부터 공상에 빠진 채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한다고 하여 ‘미스터 곤’(Mr. Gone)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앨범 <Adam’s Apple>(1966)에 수록한 시그니처 송 ‘Footprints’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3월 28일

2020년 직장암 진단을 받아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그가 도쿄의 한 병원에서 7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친근한 한국식 이름 ‘용일이 형’으로 불렸던 그의 타계 소식은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1978년 YMO(Yellow Music Orchestra)라는 혁신적 전자음악 밴드를 결성하여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영화 음악에도 재능을 보여 1983년에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배우로서 일본군 대위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감독의 레전드 영화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까지 맡게 되어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를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했다. 생전 발표한 솔로 음반은 24장이며, 그가 맡았던 영화 음악은 50편에 이른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고든 라이트풋(Gordon Lightfoot), 5월 1일

캐나다를 대표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1960년대와 1970년대 전성기를 보냈던 고든 라이트풋은 5월 1일 토론토의 병원에서 84년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는 시적인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의 자작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으며, ‘If You Could Read My Mind’, ‘Sundown’, ‘The Wreck of the Edmund Fitzgerald’ 등의 히트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많은 가수들이 라이트풋의 히트곡을 리바이벌했으며, 세계적인 히트곡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The Greatest Love of All’은 그의 ‘If You Could Read My Mind’의 일부 소절을 차용하여 법정 소송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는 토론토의 공연 명소 매시 홀(Massey Hall)과 인연이 깊어 12살에 처음 무대에 올라 평생 170여 차례나 그 곳에서 공연을 연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트풋을 위한 추모 콘서트 역시 5월 23일 매시 홀에서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고향 오릴리아(Orillia) 곳곳에는 그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다.

‘If You Could Read My Mind’ 라이브(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