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하지만 우리 모두 놓쳐선 안 될 것들에 대해 노래하는 스텔라장. 그의 음악은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 날렵한 절제와 현실적인 냉소 등 양가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스텔라장을 떠올리면 편력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난색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에게는 푸르스름한 시니컬함이 비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면모 틈 사이로, 아티스트 혹은 한 사람으로서 고민과 타협을 오가는 인간적인 면모가 섞여 있기도 하다. 스텔라장은 늘 주체성을 찾으려 고뇌하며, 매순간 무언가를 탐구하고 기록함으로써 펼쳐진 자기 일상을 모아 음악을 꾸리고, 자신을 완성해간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집중하는 것은 매일의 루틴을 지키고 삶의 밸런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엄격하고 딱딱한 틀에 자신을 넣고 바라보며 평가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스스로 사랑하고 보살피고자 하는 애정이 바탕이 된, 평화로운 기준 속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예쁜 먹색으로 칠해진 봄밤, 노란 불빛 아래서 만난 스텔라장은 아기자기한 신곡 속에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세상을 품고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에서 그의 유쾌한 일상 속에는 섬세하게 짜인 하루의 계획과 그걸 해내는 뿌듯하고 기특한, 위대한 우리가 있었다.

Q 일상의 루틴을 지켜가는 것의 위대함, 그걸 지키는 멋진 사람 ‘장성은’에 대한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가 발매했어요. 스텔라장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그리고 싱글 발매 후 일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스텔라장 사실 그렇게 잘 지키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루틴까진 아니지만 저는 제가 정한 어떤 선 이상으로 집이 어질러지는 것은 피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고양이 두 마리랑 같이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막 일어나기는 해요. 이제 막 퇴근해서 너무 힘들고 빨리 누워서 그냥 쉬고 싶은데 고양이가 막 바닥에 토를 해놓고. (웃음) 그러면 바로 치워야 되잖아요. 하나의 일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보이고, 이걸 치우면 저것도 치워야 하고. 정해진 루틴을 지킨다기보단 하기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강제 루틴을 따라가는 삶에 더 가까워요. 이번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의 가사에 제가 오전에 일어나는 걸 뿌듯해하는 내용이 있어요. 그것도 사실 제 의지가 아니고 고양이 때문이에요. 키우는 애들중 한 친구가 제가 일어날 때까지 야옹야옹 울어요. 정말 ‘갓생’을 사는 고양이예요. 그런데 깨워놓고 자기는 다시 자러 들어가거나 사라져요. 그 덕에 제가 덜 피곤해지려고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앞 스케줄을 하고 인터뷰를 하러 왔습니다.

 

Q 스텔라장의 노래는 언제나 거대한 무언가를 그리기보다 우리 일상의 보편적인 나날을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일상이 뮤즈’란 이야기를 한 적도 있죠. 스텔라장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스텔라장 그냥 그날의 작은 조각들, 사소한 것들이 동력이 돼요. 그래서 되게 멀리 보면 안 되고 그냥 ‘내일 뭐 시켜 먹지?’ 같은 걸 생각하는 거죠. 매일 체크리스트도 만드는 편이에요. 만약 너무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배달이 안 되면 내일 이거 꼭 시켜 먹어야지 써두는 거죠. 또 예를 들면 <듄 2>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그러면 <듄 3>가 나올 때까지는 살아있어야지 다짐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다음을 보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번 더 먹기 위해서 그런 사소한 것들이 삶의 동력인 것 같아요.

 

Q 사소할 듯하지만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살아가는 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스텔라장 최근 어떤 영상을 봤는데 도파민을 얻는 시스템 자체가 무언가 성취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한 보상을 얻으면서 발생하는데, 그게 지속되면 별로 건강하지가 않다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우리가 그만큼 성취하지 못했을 때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큰 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다음 해에 똑같은 시상식이 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없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을 텐데, 과거에 받았던 기억 때문에 괜히 슬퍼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그 후 더 큰 성취를 하지 못해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결국에는 승자라는 생각을 해요. 진부한 얘기지만 과정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결과만을 위해서 달렸을 때는 그 결과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앨범을 내는 것도 하나의 결과지만 그 앨범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도 결과잖아요. 앨범을 내는 것을 목표삼아 엄청 힘들게 달려서 앨범을 딱 냈을 때, 목표를 이뤘다는 마음에 힘이 안 생길 수도 있거든요. 앨범을 낸 순간부터 프로모션도 해야 하고 어찌 보면 할 일이 더 많은데 말이죠. 저는 이제까지 많이 그랬어요.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하더라고요. 어찌 됐든 앨범 발매 직후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그냥 ‘나는 이 과정이 즐거웠다’라는 사실에 더 포커스를 둬야 하는 것 같아요. 오늘 바로 어떤 결과를 내지 못했어도 과정 자체에서 도파민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결국 ‘즐기는 자가 일류니까 즐겨라.’ 이건데, 사실 지키기 어렵죠. 저에게는 가수가 직업이고 경제활동이기에 이 밸런스를 찾는 것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삶의 모든 것이 그 밸런스를 찾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Q 좋아하는 일이 된 거니까 이걸 밸런스 맞추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스텔라장 나는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하지 않으면 결국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무대에 올라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불러준 사람들이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 진짜 최선을 다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좋아했던 일인데도 너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이 일을 선택한 것에 회의를 느껴서 계속 질문을 던져요. 아까 처음 하셨던 질문처럼 나의 하루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무엇인지, 내가 내일을 또 살아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걸 곰곰이 생각했을 때 결국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에 도달해요. 나는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진짜 좋아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방구석이든, 무대 위에서든, 다 똑같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실제로도 저는 집에서 노래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걸로 돈도 버네? 너무 행운이다.’ 이러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Q 스텔라장의 노래는 다채롭고 변화무쌍해요.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스타일의 귀여운 제목과 곡들도 많고요. 그런데 그 속의 가사에는 우리의 일상이 담겨있기도 해요. 일상을 뮤즈로 삼게 된 이유가 있나요?

스텔라장 뮤즈는 막 대단한 게 아니라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나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상이잖아요. 저는 진짜 생각이 너무 많아요. 머릿속에 항상 생각이 빨리빨리 바뀌고, 튀고 막 이래서 그걸 붙잡아두는 게 오히려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영감을 주는 건 일상이 아니라 나의 머릿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뭐가 이렇게 퍼뜩 떠오르면 그냥 다 적어놓고 그래요. 요즘은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거나 이런 때도 간혹 있지만 주로 그냥 하루를 살아가다가 이런 단어는 되게 재밌다, 이런 단어로 이런 내용으로 곡을 풀어봐도 좋겠다. 써 두었다가 나중에 보고 좀 쓸 만하다 싶은 것은 더 살 을 붙여서 곡으로 완성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Q 요즘은 특정한 세계관이나, 가상의 상황을 상정하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아요. 반면에 스텔라장의 노래는 정말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이 자기 고백이기보다 나의 오늘 하루, 진짜 나의 일기, 이런 느낌이라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신선해요.

스텔라장 예전엔 안 그랬어요. 사실 저의 초창기 곡들은 오히려 픽션이 진짜 많아요. 스텔라장과 장성은이 별개의 개체였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때 곡들을 제가 잘 못 들어요. (웃음) 잘 못 듣고, 부를 때도 너무 민망해요. 그때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으로 쓰는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누군가가 제 노래에 공감을 해준다는 사실이 되게 신기했어요. 그때는 일상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야망도 있고, ‘이렇게 하면 대중이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곡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더라고요. 좀 달라졌어요.

 

Q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어요.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가 됐어요. 랩, 힙합부터 발라드, 재즈, 포크,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인디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만 기본적인 코어는 변하지 않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10년 동안 꽤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스텔라장 저는 정규앨범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때부터 좀 더 내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규앨범에도 물론 상상해서 쓴 얘기들이 있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솔직해졌고, 다들 수록곡들을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Q 음악적 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스텔라장 예전에는 제가 겪지 않은 것을 쓰는 것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어요. 전에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음악을 만든다기보다는 일단 앨범을 내고 가수로 활동을 하고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그때그때 상황과 상상에 따라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땐 대중이 뭘 좋아하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작업에 임했다면 지금은 노래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음악이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에 희생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적으로도 가치가 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전달이 되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픽션도 아예 배제하지는 않을 거예요.

 

Q 전에는 어쨌든 가수이고 싶어서 노래를 만든 느낌이고 지금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기 어려우니까에 대한 약간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는거네요.

스텔라장 맞아요. 제가 저를 대하는 기준이 좀 더 깐깐해진 것 같아요. ‘너는 생각보다 괜찮은 아티스트니까 멋있는 앨범 내야 돼. 너 안 좋은 거 낼 수 없어.’ 약간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솔직히 예전에 냈던 것 중 가끔 왜 냈냐 싶은 것도 있긴 하거든요. (웃음)

‘Colors’(2016)나 ‘YOLO’(2019) 같은 밝은 노래들이 잘 됐지만, 막상 저는 그렇게 막 밝은 사람도 아니고, 텐션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좀 냉소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시기에 들어온 외부 작업들에서 더 귀엽게, 소녀처럼, 사랑스럽게 불러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좀 삐딱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나는 마냥 밝은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고 싶었어요. 그러고 나서 만든 앨범이 <Stairs>(2021)예요.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곡들이었죠.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일단 내야겠어.’라고 생각했죠. 발매 직후엔 괜히 고집부렸나 싶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그런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앨범으로 유입이 되는 사람들도 있고 하는 걸 보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I CAN DO THIS EVERY DAY’ 뮤직비디오

Q 정규앨범이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해져요.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가 정규앨범의 퍼즐 한 조각 같은 힌트일까요?

스텔라장 힌트가 아니라 그냥 스포일러라고 생각해요. 저의 정규는 ‘I CAN DO THIS EVERY DAY’를 여러 곡으로 나눠서 내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어떤 장르로 어떻게 편곡하여 곡들을 펼칠 것인지 큰 숙제가 있어요.

 

Q 이번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는 들을 때마다 스텔라장의 하루 같기도 하고 우리의 하루 같기도 해요.

스텔라장 별로 어렵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해가며, 별로 대단하지 않은 걸 해놓고 과하게 뿌듯해하는 곡이에요. (웃음) 저는 그게 무기력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했어. 어떻게 내가 이런 일을 해냈지? 난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걸 하고 나니까 왠지 빨래를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빨래를 돌려요. 그러고 나면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세탁기가 하는 건데도, ‘어떡해. 나 지금 세탁기를 돌린 거야!’ 이런 생각을 또 하는 거죠. 다음에는 바닥에 있는 고양이 털이 보여서 청소기를 열심히 돌려요. 그다음에는 청소기 먼지 통을 비우죠. 먼지도 비웠어. 미친 거 아니야? 진짜 대박이다. 나 진짜 부지런하다. 이렇게 자화자찬해요. 곡에서도 아마 느껴질 거예요. 가사도, ‘어떡해, 나 이렇게나 많은 일을 벌써 해냈어. 대박이야.’ 이런 식인데 조그만 걸 하다 보면 결국 더 큰 것도 해낼 수 있는 걸 이야기하는 거예요. 한라산도 정상을 바라보며 가면 너무 힘든데 그냥 밑에만, 계단만, 바닥만 보면서 걷다 보면 정상에 도착하거든요. 무기력에 빠진 분들이 무언가 꼭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내가 바닥 청소를 했네. 대박이야! 이런 작은 마음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곡을 썼습니다.

 

Q 저는 스스로 헛되이 보낸 하루에 자책을 하는 편인데 스텔라장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좀 더 스스로 칭찬해야겠다 생각이 드네요.

스텔라장 사실 헛되이 보내는 하루라는 건 없어요. 저는 요즘 안 좋게 말하면 허무주의, 좋게 말하면 낙천주의 같은 생각에 좀 빠져 있어요. 예전엔 잊히는 게 두려웠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어차피 100년 뒤엔 아무도 나를 모를 텐데, 내가 바흐나 헨델도 아니고 그냥 살아있는 동안 나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예전엔 막 뭘 이뤄야 하고, 더 잘 돼야 하고, 대중적으로 더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고, 이런 게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나는 하루하루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할 뿐이고, 그날 하루를 열심히 못 살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더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뭔가에 당장 닿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래, 아무것도 나에게 달려 있지 않으니까 그냥 적당히 나의 페이스대로 너무 지치지 않는 선에서 그냥 재밌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해요.

 

Q 예전에 스텔라장 님을 만나거나, 하신 이야기들을 찾아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 같았는데 오늘 들어보니 본인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스텔라장 최근 1~2년 동안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제게 엄격한 사람이었던 게 맞고,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던 사람이었어요. 그게 작년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아니야. 나 생각보다 되게 열심히 살고 있고,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되고, 이렇게 안 쉬고 계속 달려서 뭐 할 건데? 아등바등한다고 인생이 더 나아지나?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하자.’ 약간 이런 느낌도 있고요. 무엇보다 쉴 땐 쉬어야 하는 걸 확실히 느껴요. 전에 번아웃이 몇 번 왔는데 그때 ‘나는 왜 이렇게 나에게 모질까?’에 대해 깊이 생각했어요. 그리곤 한 발짝 떨어져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뭐야, 나 진짜 열심히 살았잖아?’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충분히 열심히 살았는데 뭘 얼마나 더 열심히 하려고, 내가 일론 머스크 될 것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가 될 것도 아닌데! 무슨 인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만한 그릇도 안 되는데 그냥 없어질 먼지 주제에 뭘 이렇게 힘들게 살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Q 스텔라장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가치관이 바뀐 것처럼 보컬 연출도 변한 걸까요? 예전에는 ‘어제 차이고’(2016)를 예로 들면 가사를 꼭꼭 씹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전보다 부드럽고 가벼운 자연스러움이 생겼어요.

스텔라장 그때는 뭔가 발음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발성 면에서 좀 더 카랑카랑한 느낌이 듣기 좋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한국에 와서 앨범을 냈을 때를 떠올리면 후회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너무 아무것도 모를 때 앨범을 냈다는 점이에요. 준비가 안 됐는데 말이죠. 혼자 방구석에서 작업을 해왔으니, 업계에서 표준으로 여기는 작업 방식이 정답인 줄 알았어요. 그게 나와 맞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 보지 않고 ‘다 이렇게 하니까 이게 맞겠지.’ 하면서 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됐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죠. 예를 들면 ‘펀칭’ 같은 건데요, 노래를 녹음할 때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음절 또는 단어 단위로 끊어서 그 부분만 갈아 끼우는 방식을 말해요.

개인적으로 요즘엔 그렇게 녹음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뭔가 음절 하나하나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라이브로 구현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펀칭도 안 하려고 하고, 최근에는 튠도 안 하는 편이에요. 그게 마음이 더 편안한 거예요. 발매된 곡을 들었을 때 ‘이건 내가 라이브로도 똑같이 부를 수 있어. 왜냐면 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왔으니까.’ 이렇게 생각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릴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2024년 저의 고집이고 모두에게 맞는 답은 아닐 거예요. 기록으로 남는 건데 더 잘 다듬을 수 있는 기술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사실 없죠.

‘L’Amour, Les Baguettes, Paris’

Q 정규 <STELLA I> 이후 4년 만의 정규앨범이에요. 꽤 긴 시간을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데뷔 초중반까지는 학창 시절에 썼던 곡들을 활용해서 곡들을 많이 발매했다고 들었어요. 이번 싱글 및 정규는 모두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만든 곡들인가요? 혹은 이 역시 쌓아 두었던 곡들이 많이 섞여 있을까요?

스텔라장 ‘앨범을 내야지!’하고 곡 작업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써둔 곡이 차곡차곡 모여서 꽤 많아지면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이번에도 쌓인 곡은 많은데 이제 무엇을 앨범에 넣고, 무엇을 안 넣을 거고, 어떤 곡에 더 힘을 줄 건지, 이런 결정이 어렵죠. 어떻게 해야 앨범 단위로 들었을 때 더 가치가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은 앨범 단위로 뭘 발표하면 수록곡은 대체로 주목을 못 받잖아요. 그래서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이유로 요즘은 EP를 내거나 싱글을 여러 개 낸 다음에 신곡 몇 개를 추가해서 정규를 내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그건 또 싫더라고요. 사람이 삐딱해요. 지난 정규앨범 때도 선공개 한 곡 없이 12곡을 냈어요. 어떻게 보면 그때도 저는 그냥 반항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남들처럼 안 할 거야!’ 하면서요. 이번 앨범도 거의 다 신곡일 것 같아요.

 

Q 최근에 이진아 씨 앨범의 피처링, 페퍼톤스 앨범의 가창 등 주변 친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했어요.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알려주세요. 작업하다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이진아씨와는 여행 중에 만났다고 들었어요.

스텔라장 저는 이진아 씨가 진짜 보물 같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피처링에 따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원래 친분이 있는데 우연히 진아 씨와 파리 일정이 겹쳤어요. 그래서 너 파리야? 만나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파리에서 만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진아 씨가 여행에 관련된 곡을 쓰고 싶은데 같이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고 노래도 부르게 됐어요.

 

Q 스텔라장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세상 여러 도시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나를 상상하게 돼요. 타국의 낯섬과 일상의 익숙함이 함께 섞여 있죠. 평소에도 여행이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것을 즐기시나요? 4개국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나라와 도시에서 영감을 받게 되나요?

스텔라장 저는 여행가는 건 좋아하는데 막상 가면 전혀 작업 생각을 안 해요. 가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은 하거든요. ‘브이로그라도 찍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요. 특히 파리는 막상 가면 뭔가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뉴욕 같은 경우에는 다녀와서 쓴 곡이 있어요.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날 기다리는 건 현실뿐이더라. 이런 리얼리티를 반영해서 쓴 곡이에요. 생각해 보면 여행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오고 이런 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현지에서 맛있는 거 먹는 게 제일 좋아요.

 

Q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3가지 언어로 곡을 써왔어요. 가사를 위한 언어를 고르는 데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을까요?

스텔라장 보통 곡과 가사를 처음부터 같이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그냥 영어로 시작한 곡은 영어로 끝내기도 하고, 프랑스어 같은 경우는 제가 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좀 어렵기도 해요.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잘하는데도 가사를 쓰는 건 영어가 더 편한 거예요. 그래서 프랑스어는 아예 쓰려고 마음을 먹어야 써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왜 이런 것들에 내가 갇혀 있어야 하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가릴 것 없이 부르고 싶을 때, 쓰고 싶을 때, 다 섞어서 작업하려고 해요.

Q 스텔라장의 앨범 커버는 귀여운 캐릭터이거나 그림일때도 있고, 스텔라장 본인일때도 있어요. 어머니 이름과 함께 아기 스텔라장이 등장한 적도 있죠. 이번엔 이불 속 스텔라장이 커버인데 커버를 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어떤 앨범일 때 본인이 출연하나요?

스텔라장 딱히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는 남의 의견을 잘 듣는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잘 모르거든요. 그런 걸 판별하는 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동료가 고집부리면 따라가기도 하고, 진짜 너무 마음에 안 들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얘기도 하고, 그때마다 달라요. 하지만 ‘Orange, You’re Not a Joke to Me!’(2023) 때는 제가 좀 고집을 많이 부렸어요. 오렌지 캐릭터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눈 모양이 꼭 그 삐진 모양이었으면 했어요. (웃음) 후에 굿즈로 나왔을 때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Orange, You’re Not a Joke to Me!’ 뮤직비디오

Q 데뷔 이후로 10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셨을 때(2017)가 2~3년 전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렀죠. 세월이 흐르는 게 언제 가장 체감이 되나요? 데뷔 10년이라는 숫자로는 무척 긴 시간이지만 어찌 보면 또 눈 깜짝할 사이일 수도 있잖아요.

스텔라장 어디 회원 가입하거나 할 때 제 생년월일을 입력하려면 한참 밑으로 내려가야 할 때요. 아, 멀리 있다… (웃음) 요즘 아이돌을 보면 너무 어리잖아요. 그래서 정말 예전에 80년대 초반생 언니와 오빠들 보면서 느끼던 나이 차이를 이들도 느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시간이 흐른 걸 느껴요. 제가 점점 꼰대가 돼 가는 걸 느낄 때도 있어요. 이를테면 요즘 뭐가 유행한다는 걸 들었을 때 그걸 굳이 따라서 하겠다는 생각을 안 해요.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고 하지 않고 변하는 세상에 나를 맞추지 않으려는 모습을 스스로 마주할 때 제가 나이 들었음을 느껴요.

 

Q 최근 몇 년 동안 유투브를 열심히 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어요. 유튜브 아이디어부터 제작까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해요.

스텔라장 거의 제가 다 하다가 최근에는 편집자분을 구해서 제가 할 때도 있고 편집자님이 하실 때도 있어요.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땐 한참 열심히 했었어요. 저는 어떤 일에 꽂히면 이렇게 확 파고들다가 식으면 안 하고 그런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영상 편집, 너무 재밌어!’ 이러면서 열심히 하다가 요즘은 진짜 꼭 필요한 거 아니면 안 올리고 있어요. 앨범 나왔으니까, 뮤직비디오는 올려야지. 라이브 클립 하나는 올려야지. 이런 식이에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요즘 유튜브 생태계도 많이 바뀌었어요. 5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에 유튜브는 진짜 완전 불바다가 된 거예요. 레드 오션이에요. 게다가 각종 AI랑도 싸워야 하고. 그래서 흥미가 좀 떨어진 것도 있어요. 다시 열심히 해봐야죠. 3년째 말로만 이러고 있어요.

 

Q 최근에 스텔라장 유튜브에 ‘우리집에 피닉스가 왔다’ ‘림킴이 왔다’ 시리즈가 올라왔었는데 ‘00이 왔다 시리즈’는 계속되나요?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스텔라장 그게 제작진이 붙어서 한 게 아니고 제가 직접 만든 거라서 시리즈가 안 나오고 있어요. (웃음) 섭외도 피닉스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림킴 씨도 먼저 연락을 줬어요. 그런데 그때 우연히 광고가 들어오고 다 착착 맞아떨어진 거였죠. 이후에 제가 직접 섭외를 하고 싶은 팀이 몇 있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그러고 나서는 ‘나오고 싶은 사람 생기면 그때 나오라고 하지, 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아, 이번에 회사에 제가 ‘우리 집에 내가 왔다.’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었어요. 내가 와서 내 싱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데 내부적으로 그건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진행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피닉스 만난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정말 그 기억이 저에게 너무 소중하게 남아 있어요. 그래서 곧 이사를 가는데 그것조차 섭섭해요. 이 집에 피닉스가 왔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우리집에 피닉스가 왔다’

Q 최근에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콘서트는 어땠나요? 이번에 ‘스텔라따뚜이’ ‘스테락’ ‘어쿠스텔라’ 등 다양한 콘셉트를 잡았는데요.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콘서트 콘셉트가 있을까요?

스텔라장 ‘Interstellar Festival’은 제가 낸 아이디어였어요. 재밌을 것 같았고 다들 동의해 줘서 그 아이디어대로 진행했는데 막상 준비하면서는 너무 힘든 거예요. 다들 고생이 정말 많았어요. ‘어, 이것도 해야 하네? 저것도 해야 하네?’ 하면서 끊임없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할 일이 튀어나오고 준비하는 모두가 다 같이 정신없이 바빴어요. 공연을 할 때도 전환 시간이 짧아서 무대 뒤에서는 다 초긴장 상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생각지 못했던 일도 많이 생기고… 그렇지만 덕분에 다 같이 더 단단해진 점도 있고 다른 무대들이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지긴 해요.

새로운 콘셉트에 대해선 아직 별로 생각이 없어요.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차이가 있잖아요.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큰 규모의 공연은 누구나 하고 싶을 거예요. 그러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하고 싶은 공연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아직은 욕심인 것 같아요. 마이너스만 내지 말자. 그냥 좋은 공연을 만들자는 마음이에요. 공연 자체가 본질이고 그게 있어야 다른 것들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에서 최선을 다하려고요.

 

Q 오늘 이야기해보니 스텔라장과 장성은은 하나의 사람인 것 같아요.

스텔라장 하나가 됐지만 여전히 그런 건 있어요. 스텔라장은 좀 더 필터링을 더 거치려고 하죠. 물론 서로의 코어는 그냥 비슷하고요. 그래도 분명으로 활동 안 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조금이라도 자기 일과 일상을 분리할 방법 같은 게 있다는 건 좋은 일 같아요.

스텔라장 맞아요. 사람들이 길에서 저를 잘 못 알아봐요. 절 아는 사람들 조차도요. 그래서 좋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스텔라장 저는 제가 친절한 가수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데, 그래도 내 음악을 좋아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 갔으면 좋겠다! (웃음)

 

Writer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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