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1940년 6월 22일 이란에서 태어났다. 처음부터 영화 감독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CF 감독이 되었고 100여 편이 넘는 광고를 찍었다. 그러다 “당신은 광고를 단편영화처럼 찍는다”라는 말을 듣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서른 살에 완성한 그의 데뷔작은 10여 분짜리 단편 영화 <빵과 골목길>이다.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997년 <체리 향기>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1999년에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의 수상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체리 향기>는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가 자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삶과 영화 만들기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수작이다. 이 영화는 이란 정부의 사전 검열과 감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로 출품하지 못했는데, 폐막을 고작 3일 남겨두고 칸영화제에 기적적으로 상영되었다. 상영작 목록에도 없던 영화는 결국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와 함께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 <체리 향기> 예고편



<체리 향기>를 보았다면 엔딩 후에 나오는 ‘진짜 엔딩’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엔딩의 촬영 현장을 촬영한 현장 스케치다. 이는 감정적 이입을 방해하는 장치이자,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다. 다큐도 아닌 ‘통상적’ 극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짙은 여운을 전달해 놓고 끝나자 마자 곧바로 “이것은 허구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엿볼 수 있는 영화 예술에 대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고찰은 평생에 걸쳐 지속되며, 후기로 갈수록 더욱 도드라진 경향으로 나타난다. 주로 비전문 배우를 기용했던 전작과 달리 세계적 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작업하여 화제를 모았던 <사랑을 카피하다>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배우 카세 료가 출연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이 대표적. 삶이라는 ‘원본’과 영화라는 ‘복제물’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복제물’인 영화를 만드는 예술가로서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다.

▼ <사랑을 카피하다> 예고편

ㅣ영화보기ㅣ옥수수엔스토어Indieplug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제 다시는 신작을 만나지 못할 거장의 시작을 확인해본다.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의무가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던 감독, 삶이라는 ‘진짜’를 찍을 수는 없지만 영화라는 ‘복제품’ 속에서 ‘원본’을 발견할 수는 있다고 말하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데뷔작 <빵과 골목길>이다. 영화에는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골목에서 사나운 개와 마주친 어린 소년이 나온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개와 소년을 하나의 숏으로 찍기 위해 무작정 기다렸다. 마침내 개에게서 기다리던 반응을 얻어내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그가 40일을 기다렸던, 평생 지키려고 했던 ‘그 순간’을 직접 확인해보자.

<Abbas Kiarostami: The Moment of Truth>

 

(메인 이미지=[올리브 나무 사이로] 스틸컷)
(본문대표 이미지=’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