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우리한테 얼마나 친숙한 존재냐 하면, 코흘리개 시절부터 두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 용품을 수도 없이 사용해왔고, 요즘에도 인형가게나 가차숍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의 제목을 묻는다면 많이들 멍해진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또는 ‘스누피와 친구들’ 따위로 착각하기 쉽지만, 진짜 제목은 <피너츠(Peanuts)>다.

<피너츠>는 1950년부터 2000년 2월 12일 작가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가 사망하기까지 근 50년간 연재를 이어오며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이 두루 사랑한 만화다. 매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루저 캐릭터 찰리 브라운과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인의 친구 스누피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 사이에 일어나는 즉흥적인 에피소드를 시니컬하게 풀어낸다. 찰리 브라운에게는 야구경기가 있는 날마다 비가 오는 등 재수 없는 일들이 유독 많이 일어나고, 고민 상담 부스를 운영하는 똑 부러진 성격의 루시는 짝사랑하는 슈뢰더에게 번번이 고백을 거절당한다.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들이 많이 펼쳐지지만, 만화는 그저 한발 멀찌감치 떨어져 이성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A Charlie Brown Christmas>(1965) 클립영상 

상업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크리스마스를 보며 회의에 빠진 찰리 브라운에게 그의 절친한 친구 라이너스가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는 영상이다. “라이너스의 말이 맞아. 나는 상업주의 때문에 내 소중한 크리스마스를 망치고 싶지 않아.” 하고 말하는 찰리 브라운의 마지막 대사가 무척 어른스럽다. 찰스 슐츠는 “이 만화는 세상 모든 어린이에 대한 만화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피너츠>는 아이들을 넘어,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깨우침을 준다. 매번 벌어지는 사건들이 흥미로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만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철학적인’ 대사들은 어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오죽하면 3~5세의 캐릭터들을 내세운 만화에 ‘피너츠 명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까.

<Be My Valentine, Charlie Brown>(1975) 오프닝신

크리스마스에 이어 밸런타인데이 에피소드도 보자. 오쓰마 선생님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커다란 하트 모양의 초콜릿 상자를 사는 라이너스와 밸런타인 카드를 많이 받기 위해 커다란 서류가방을 준비하는 찰리 브라운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선물에 쓰는 돈의 양은 애정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지.” 같은 인생사를 통달한 듯한 대사도 빠지면 섭섭하다.

다른 작가에 의해 연재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찰스 슐츠가 2000년 2월 13일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중단한 이후, 대중들은 <피너츠>를 더 이상 TV로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피너츠는 이내 캐릭터 상품이나, 테마파크, 박물관,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며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퍼져갔다.

2002년 세워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찰스 슐츠 박물관(Charles M. Schulz Museum)에 이어, 지난해 4월 일본 도쿄에 스누피 박물관(Snoopy Museum)이 개관했다. 스누피 박물관은 2018년 9월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며, 현재 제2차 전시인 <Hello Again, Snoopy>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찰스 슐츠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2015년 12월 24일, 피너츠 데뷔 65주년을 기념한 3D 애니메이션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가 국내에서 개봉하며 많은 관객을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 놓기도 했다.

│영화보기│N스토어GooglePlay유튜브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