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고양이, 밥>

A Street Cat Named Bob│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출연 루크 트레더웨이, 루타 게드민타스, 조앤 프로갯, 안소니 헤드│103분

영국 런던의 어느 광장,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카메라는 노랫소리를 따라 이동해 결국 한 남자를 비춘다. 곱슬거리는 단발머리에 깊은 눈망울을 가진 청년, 주인공 ‘제임스 보웬’(루크 트레더웨이)이다. 그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버스킹을 한다. 하지만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펼쳐 놓은 기타 케이스에는 동전 몇 푼과 샌드위치 반쪽이 전부. 제임스는 밤이 되자 비를 맞으며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찾고, 다른 부랑자와 마찬가지로 길 위에 쪼그려 앉아 잠을 청한다. 그는 노숙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신세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아니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료 재활 센터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언젠가 뮤지션으로 꼭 성공하리라’는 꿈을 품었다.

어느 날, 남루한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온다. 재활 센터에서 제임스를 담당하던 복지사 ‘벨’(조앤 프로갯)이 임대주택을 마련해준 것. 의지는 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던 제임스는 오랜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밤, 평생을 함께할 친구이자 삶에 기적처럼 찾아온 고양이 ‘밥’을 만난다. 제임스가 화장실에서 목욕하던 틈을 타 길고양이가 창문으로 들어온 것. 거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 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본인을 사랑스럽게 올려다보고 있다. 그제야 범인이 길고양이임을 알고 안도한 제임스는 배고픈 고양이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하룻밤 쉴 거처를 제공하며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푼다.

다음날 제임스는 여느 때와 같이 버스킹을 하러 간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아들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와 그를 냉대하는 새어머니. 가족에게 철저히 무시당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젯밤 찾아온 고양이가 또 있다. 어디에 긁혔는지 상처가 심하다. 제임스는 고양이 주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옆집에 사는 여자 ‘베티’(루타 게드민타스)를 만난다. 베티는 본인이 자원봉사자로 있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고, 고양이에게 ‘밥’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얼떨결에 밥의 보호자가 된 제임스는 약값을 위해 다음 주 생활비를 깬다. 세상에 소외되고 버림받은 처지가 비슷하다고 느껴서일까? 궁핍한 살림에도 밥의 끼니를 챙기며 살뜰히 보살핀다. 둘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동거를 시작한다.

이윽고, 버스킹을 위해 집을 나서는 제임스의 곁에는 고양이 밥이 함께한다. 뜨개질로 만든 스카프를 목에 두른 밥은 제임스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다. 진귀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들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지나가는 이들은 밥과 사진을 찍고, 노래를 경청하며, 보답으로 돈을 건넨다. 더는 혼자가 아닌 제임스의 표정도 한결 밝다.

하지만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 이후 제임스와 밥은 그들을 시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몇 번의 위기를 맞는다. 한 번은 버스킹 중 젊은 훼방꾼이 등장한다. 남자가 데려온 대형견은 기타 케이스에 실례를 범하고, 남자는 제임스에게 오히려 시비를 건다. 사람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져 제임스는 6개월 버스킹 금지 명령을 받는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빅이슈(Big Issue)> 판매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억울한 일로 한 달 동안 판매 금지를 당한다. 제임스는 여유를 되찾다가도 땡전 한 푼 없는 신세로 전락하기를 반복하지만, 절대 낙담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해결책을 찾고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가 책임져야 할 존재이자 삶의 든든한 동반자, 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2012년에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원작 <A Street Cat Named Bob>이 바탕이다. 이야기는 억지스러운 전개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데, 고양이와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들이 지루함을 없앤다. 데이비드 허슈펠더 음악 감독과 '노아 앤 더 웨일' 밴드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찰리 핑크가 음악 고문으로 참여한 음악들도 주옥같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제임스와 밥을 도와주는 복지사, 이타적인 이웃, 행인들의 관심과 친절이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다.

함께하는 동안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 관계는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작고 하찮게 여기는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어느 날 당신에게 우연히 다가온 동물이 될 수도 있다. 혹시 아는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길 존재가 넌지시 다가올지도.

 

실제 주인공, 제임스 보웬(James Bowen)과 밥은?

Via Rotten Tomatoes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제임스 보웬(James Bowen)과 고양이 밥(Bob)은 2007년에 만났다. 이들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과 <빅이슈> 잡지 판매를 함께 했고, 이후 도서 <A Street Cat Named BoB>(2012)을 발표, TV 토크쇼 출연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했다. 제임스 보웬은 지금도 1주일에 2회씩 버스킹 공연을 하며 노숙자와 동물복지 자선 단체를 돕고 있다. 고양이 밥은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해 크레딧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현재 제임스 보웬보다 훨씬 유명한, 런던의 명물이라고 한다. 유튜브로 ‘James Bowen’만 검색해도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가득하다.

│영화보기│ N스토어 │ 유튜브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