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형제 배우로 국내 영화제에 종종 참석하는 마츠다 류헤이(松田龍平)와 마츠다 쇼타(松田翔太)의 아버지는 전설적인 액션 배우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마츠다 유사쿠(松田優作)다. 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연예계에서 배우와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배우였다. 특히 183cm의 당시로서 큰 키와 개성 넘치는 외모에 가라데 유단자의 특기를 살려, 주로 액션물의 탐정 역을 맡아 일본 영화 특유의 탐정 캐릭터를 살려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레인>(1989)에서도 인상적인 야쿠자 캐릭터로 출연하였지만, 이 영화는 그가 출연한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촬영에 임했으며, 영화가 개봉된 지 수개월 만에 방광암이 악화되어 그 해 11월, 40세의 이른 나이에 도쿄의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편집 영상 <A Tribute to Matsuda Yusaku>

 

‘스파이크’의 모델이 된 탐정 ‘나루미 쇼헤이’

그는 드라마 <태양을 향해 외쳐라>(1973), <탐정 이야기>(1977)의 열혈 형사로 출연하면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탐정 이미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3부작으로 이어진 <유희>(遊戯) 시리즈 영화에서 탐정 나루미 쇼헤이(Narumi Shohei)를 연기하여 전성기를 맞았다. 큰 키에 양복과 중절모를 갖춰 입고, 여유만만한 태도와 행동으로, 당대 탐정 캐릭터의 한 전형을 제시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영향을 끼쳤다. <시티 헌터>의 ‘사에바 료’,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 <가면 라이더 W>의 ‘히다리 쇼타로’, <원피스>의 ‘아오키지’ 등 그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는 탐정 외에도 <가족 게임>(1983) 같은 작가주의 영화에서도 깊은 내면의 연기를 선보였고, 일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4회 수상과 일본 올타임 베스트 남자배우 6위를 차지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부상했다.

유희 3부작의 두 번째 영화 <살인유희>(The Killing Game, 1978) 예고편
유희 3부작의 마지막 <처형유희>(Execution Game, 1979) 예고편

 

한국인 모친을 둔 한국계 일본인

그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유부남이었던 일본인 아버지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재일 한국인으로 살다가 배우로 데뷔하여 드라마 <태양을 향해 외쳐라>(太陽にほえろ!)에 출연할 때인 24세에 일본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그의 이름은 김우작(金優作)이었다. 예명으로 쓰기 위해서 사용한 마츠다 쇼헤이(松田優作)란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일본 이름으로 쓰게 된 것이다. 그는 성장하면서 불륜 관계에 의한 출생의 비밀이나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대해 많은 고민했지만, 인기 배우가 된 후로는 굳이 이를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병에 걸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처음 방광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연기에 방해가 될 까봐 화학치료를 거부하였고 결국 수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영화 <가족 이야기>(Family Game, 1983) 예고편

 

배우와 가수로 구성된 연예인 가족

그는 가족 모두가 연예인인 연예인 가족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 아내는 그의 데뷔 시절 같은 극단의 동료이자 영화 작가였고, 두 번째 아내 미유키는 영화 <탐정 이야기> 촬영 중에 만난 동료 배우였다. 미유키는 갑자기 남편을 잃었으나, 이후에도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배우 활동을 이어갔고, 남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Soul Red>(2009)의 제작에도 참여하였다. 국내에서 금지되어 최근 24년만에 개봉한 <오디션>(1999)에도 출연한 바 있다. 아들 류헤이와 쇼타는 모두 아버지를 따라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아들 중에서도 류헤이가 아버지를 쏙 닮은 용모로 유명하다. 류헤이는 영화 <고하토>(1999)로, 쇼타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국내에 많이 알려졌으며, 두 사람의 여동생인 ‘미유키’는 가수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영화 <하트 로맨티커> 홍보를 위해 부산 국제영화제에 방문한 ‘쇼타’는 “자신의 친척 중에 재일 한국인이 있으며, 나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2011년 부산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마츠다 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