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영국에서 처음 발명되었지만 광활한 영토를 지닌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 철로를 가설하기 시작한 시기는 1830년대였으니, 미국의 기차 역사는 거의 200년에 이른다. 이때부터 ‘Carrollton March’나 ‘Rail Road March’처럼 기차를 소재로 하는 행진곡이 등장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컨트리, 블루스, 팝 등 모든 장르에서 기차와 승객은 음악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이제까지 ‘Train Song’으로 분류되는 음악은 거의 800여 곡에 이르는데, 그 중 1928년에 처음 녹음된 ‘How Long Blues’는 상업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으며 유사한 멜로디로 진화한 블루스 스탠더드가 되었다.

Leroy Carr & Scrapper Blackwell ‘How Long Blues’(1928)

대부분 블루스 음악이 그렇듯이, ‘How Long Blues’ 역시 좋은 시절이 지나갔음을 아쉬워하면서 떠나간 연인이나 가족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가사로, 인간적인 고뇌나 절망감, 그리고 우울감을 짙게 드리운다.

How long has that evening train been gone?
저녁열차가 떠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Went to the station, didn’t see no train. Down in my heart, I have and aching pain.
역에 나가 보았지만 기차가 보이지 않아 가슴이 아팠어요.
I feel disgusted, I feel so bad thinking about the good time that I once have had.
지나가버린 좋았던 세월을 생각하니 무척 아쉽고 슬프네요.

가사는 뮤지션 각자의 개성이나 녹음 시점에 따라 다양하거나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후렴구(“How long, How how long, Baby how long”)는 언제나 일정하여, 동네 술집 주크 조인트(Jook Joint)에서 청중의 제창을 유도하는 블루스 음악 고유의 특성을 보여준다.

Jimmy & Mama Yancey ‘How Long Blues’(1951)

오디오 시절 초창기에 아리아 가수들을 주로 녹음했던 컬럼비아, 빅터, 에디슨 등 초기 음반사들이 1920년대 들어 대중적인 재즈나 블루스 음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프로듀서들은 전국을 방랑하는 인기 블루스 뮤지션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노래를 녹음하는데 열중하던 시기였다. 노예 해방 후 구전되던 블루스 노래가 악보로 만들어지고 음반으로 발매되었는데, ‘How Long Blues’은 아이다 콕스(Ida Cox)의 ‘How Long Daddy’(1925)를 블루스 듀오 리로이 카(Leroy Carr) & 스크래퍼 블랙웰(Scrapper Blackwell)가 살짝 변형된 곡이었다. 당시에는 저작권이란 개념이 없던 시기라 구전 음악인지 혹은 누가 작곡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 후에도 수많은 블루스 가수들이 차용하여 리메이크하였는데, 그 중 시카고의 인기 블루스 피아니스트 지미 얀시(Jimmy Yancey)와 그의 아내 마마 얀시(Mama Yancey)의 레퍼토리에 올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Mama Yancey & Little Brother Montgomery (1982)

시카고 화이트 삭스 구장의 관리인으로 일했던 지미 얀시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녹음한 해였던 1951년에 57년의 생을 마감하였지만, 에스텔 얀시 또는 마마 얀시는 남편을 사별한 후에도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90세까지 시카고 블루스의 대표 뮤지션으로 남았다. 블루스 음악의 계승자를 자처했던 에릭 클랩튼 역시 이 노래를 자주 레퍼토리로 삼았던 뮤지션이었다. 오랜 블루스 스탠더드를 담은 그의 그래미 수상 앨범 <From the Cradle>(1994)에서 두 곡의 리로이 카 스탠더드 중 하나가 바로 ‘How Long Blues’였다. 블루스 뮤지션들이 즐겨 부르던 이 노래는 2012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Dr. John & Eric Clapton ‘How Long Blues’(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