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앤솔러지 드라마 <블랙 미러>(Black Mirror)가 여섯 번째 시리즈로 찾아온다. 2011년 영국의 Channel-4에서 방영을 개시하여 세 번째 시리즈부터 넷플릭스가 독점권을 넘겨받았고, 이제까지 다섯 시리즈 총 23편을 방송하여 평단의 극찬을 받은 앤솔러지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넷플릭스가 바통을 넘겨받은 후 <San Junipero>, <USS Callister>, <Bandersnatch>와 같은 수작들이 연이어 등장하여 에미상의 영광을 안았지만, 마지막 다섯 번째 시리즈는 단 세 편만 나오면서 이제 소재가 빈곤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제작자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 역시 다음 시즌이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동안 제기된 모든 의구심을 뒤로 한 채, 다섯 에피소드로 구성된 여섯 번째 시리즈가 올해 6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엔솔러지 드라마 <블랙 미러> 시리즈 6 예고편

 

미래를 알 수 없었던 <블랙 미러>

2011년 처음 세상에 나온 시리즈는 평론가들의 절대적인 환호를 받았다. 세 편으로 구성된 첫 시리즈는 로튼토마토 98%, 그로부터 2년 후의 두 번째 시즌 역시 87%의 높은 평점을 끌어냈다. 넷플릭스가 2014년 12월부터 독점 스트리밍 방영권을 확보하면서 드라마의 인기는 전세계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Channel-4 방송사가 예산의 부족으로 더는 제작비를 지원하기가 어려워지자, 제작사는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고 AMC, Syfy, HBO와 넷플릭스 4개사가 필사적인 경쟁을 펼쳤다. 이 경쟁에서 20편의 제작 물량을 제시한 넷플릭스가 최종적으로 방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넷플릭스로 넘어온 후 2016년의 세 번째 시리즈 여섯 편, 2017년 네 번째 시리즈 여섯 편, 그리고 2018년에는 특별판 <Bandersnatch>을 연이어 방영하여 80% 중반의 높은 평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에 단 세 편으로 구성된 다섯 번째 시리즈는 로튼토마토 68%로 뚝 떨어진 평점을 받았고, 개별 에피소드 역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이제 <블랙 미러>의 영광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블랙 미러> 시리즈 5 예고편

 

제작자 찰리 브루커의 복귀

<블랙 미러>을 만든 찰리 브루커는 원래 코미디 작가였다. 그가 2000년대 말 Channel-4에서 TV 비평 프로그램 <Charlie Brooker’s Screenwipe>을 만들면서 공동 제작자 애나벨 존스(Annabel Jones)와 함께 전설적인 SF 드라마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의 현대판 기획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30분물로 생각했으나, Channel-4와 협의를 하면서 평균 한시간 분량으로 대폭 늘렸다. 방송사 임원들과 전문 작가로 구성된 기획 회의에서 찰리 브루커가 미래에 대한 ‘What if’의 질문을 던지고 그가 던진 주제에 대해 집단 토론을 거치면서 스토리라인을 구체화하였다. Channel-4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주로 영국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반면, 넷플릭스 시절 에피소드들은 1980년대의 향수를 그리거나 보다 기술 진보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다. 다섯 번째 시리즈에 대한 평가가 저조하자 자신의 본업인 코미디 드라마로 되돌아갔던 찰리 브루커가 다시 <블랙 미러>로 돌아와 여섯 번째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찰리 브루커의 <How I Wrote Black Mirror>

 

앤솔러지에 대한 넷플릭스 선택

이제 4년 만에 돌아온 <블랙 미러>는 60분을 훌쩍 넘겨 길어진 상영 시간과 과감한 투자로 영화에 가까운 완성도의 에피소드 다섯 편으로 구성된다. 어쩌면 FX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HBO의 <트루 디텍티브>,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 등 앤솔러지 시리즈가 OTT 플랫폼에서 인기를 누리자, 과거의 <블랙 미러>가 누리던 영광에 대한 집착은 넷플릭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여섯 번째 시리즈의 예고편에 의하면, 미래 기술에 대한 냉소적 시선 대신 호러나 미스터리 장르에 가까운 장면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각 에피소드의 제목과 스토리라인도 함께 공개되었는데, <Joan Is Awful>, <Loch Henry>, <Beyond the Sea>, <Mazey Day>, <Demon 79>의 다섯 편으로, 감독은 다르나 모두 찰리 브루커의 집필을 거쳤다. 그는 “새로운 시리즈는 기존의 에피소드와 달리, 시청자를 놀라게 만드는 새로운 요소를 가진 리부트 시리즈가 될 것”이라면서 여섯 번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앤솔러지 드라마 <블랙 미러> 통합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