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발표 당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수상작으로 발표한 <Music by Prudence>의 로저 로스 윌리엄스(Roger Ross Williams) 감독이 무대에 올라가 수상 소감을 말하려 할 때,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난입해 마이크를 뺏고 감독 대신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이다. 이 여성의 이름은 엘리노 버켓(Elinor Burkett). 감독에게 영화 소재를 제공하고 영화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하지만 감독과 계속 의견 차이가 나자 점차 제작 현장에서 소외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감독만 올라가자 이를 참지 못하고 소동을 벌인 것이다. 당시 TV 중계 카메라가 객석에 앉아있던 다큐멘터리 주인공 프루던스 마베나(Prudence Mabhena)을 향하면서 더 이상의 충돌없이 사태는 진정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저 로스 윌리엄스 감독과 주인공 프루던스 마베나

아카데미 수상작 <Music by Prudence>(2009)는 짐바브웨의 8인조 장애인 밴드 ‘리야나’(Liyana)와 밴드의 보컬리스트 ‘프루던스 마베나’(Prudence Mabhena)에 관한 이야기다. 프루던스는 선천적으로 뼈가 곧게 자라지 않고 휘어지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외할머니가 이혼한 부모 대신 그를 데리고 와서 키웠다. 농장에서 일하던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장애인 학교로 진학하면서 열정을 공유하는 밴드 리야나의 멤버로 참여했다. 짐바브웨에는 예전부터 장애인은 저주를 받았으며 화를 부른다는 미신이 있었는데, 이들은 오랜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버스에 몸을 싣고 부지런히 외부 공연을 다녔다. 때로는 해외 콘테스트나 장애인 합동 공연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단편 다큐멘터리 <Music by Prudence>

밴드 리야나는 짐바브웨에서 활동하던 한 조각가의 초청을 받아 그의 전시회에서 연주했는데, 조각가의 아내 엘리노 버켓의 눈에 띄어 교분을 맺기 시작했다. 짐바브웨에서 언론에 관한 강의를 하던 엘리노 버켓은 미국에 들어갔다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로저 로스 윌리엄스’을 만나 함께 리야나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구상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수시로 제작 방향성에서 의견 차이를 드러내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예기치 않았던 해프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두 사람의 분쟁은 멈추지 않고 언론을 이용한 여론전과 저작권을 독점하기 위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엘리노 버켓은 별도로 장편 다큐멘터리 <iThomba>(2010)을 만들었고, 밴드 멤버들간 관계도 점차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짐바브웨 TV <Proudly Able>에 출연한 프루던스 마베나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프루던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때도 로저 로스 윌리엄스 감독은 사전에 여러 약속을 하였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원래 3,000달러의 보상을 약속했으나 미국 체류기간 중 여러 비용을 제한 1,000여 달러만 지급하였고, 밴드의 다른 멤버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없었다. 엘리노 버켓은 다른 멤버들을 부추겨 그 중 세 명을 데리고 미국에서 밴드 활동을 하겠다면서 데려갔고, 밴드의 활동은 중단된 채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다. 솔로 활동에 나선 프루던스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두 장의 솔로 음반을 내고 음악 활동을 계속했으나, 오스카의 후광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가수로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저 로스 윌리엄스 감독과 엘리노 버켓 제작자 사이의 해프닝

장애인 밴드 리야나와 싱어 프루던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오스카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의 제작자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씁쓸한 사태로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