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줄거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킬복순>(2023)의 ‘길복순’(전도연)과 ‘차민규’(설경구)가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극적인 장면에서 역설적으로 감미로운 팝 발라드 곡이 흘러나온다. 영화가 고민 끝에 선택했을 곡은 1968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This Guy’s in Love with You’다. 이 곡을 삽입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의 로맨틱 발라드다. 이 곡을 작곡한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은 올해 2월에 94세의 생을 마감했는데, 그가 만든 곡을 부른 가수가 무려 1,000여 명에 이를만큼 전설적인 작곡가였다. 바카락의 곡 중 73곡이 미국 빌보드 톱 40에 올랐으며, 그래미 6회, 오스카 3회, 에미를 1회 수상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는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되어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한데, 그 중에서도 차트 톱에 오르는 등 대표곡이라 할 만한 6곡을 꼽아 보았다.

 

더스티 스프링필드 ‘The Look of Love’(1967)

007 패러디 영화 <카지노 로얄>(1967)의 영화 음악을 맡은 바카락이 미리 본 일부 장면에서 본드걸로 유명한 배우 우르줄라 안드레스(Ursula Andress)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원래 보사노바 연주곡으로 작곡했으나, 작사 콤비 할 데이비드(Hal David)의 주장대로 가사를 삽입해 1960년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영국 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가 불렀다. 빌보드 22위로 10위권에 오르지 못했으나 아카데미 영화주제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스탄 게츠가 발표한 색소폰 연주곡도 유명하다.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멘데스 버전이 큰 인기를 얻어 미국 차트 4위에 올랐다.

 

허브 앨퍼트 ‘This Guy’s in Love with You’(1968)

트럼펫을 연주하며 멕시코 음악 스타일의 밴드 티후아나 브라스(Tijuana Brass)을 이끌던 허브 앨퍼트(Herb Alpert)가 직접 보컬을 맡아 싱글로 발표한 이례적인 곡이다. 전형적인 바카락-데이비드 콤비의 감미로운 팝 발라드다.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4주 동안 정상에 머물렀고, 이지리스닝 차트에 무료 10주간 톱에 오른 대히트곡이 되었다. 허브 앨퍼트 뿐만 아니라, 그가 공동 설립한 A&M 레코드, 그리고 바카락-데이비드 콤비의 첫 빌보드 1위곡이기도 하다.

 

B.J. 토마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1969)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69)의 주제곡으로, 폴 뉴먼과 캐서린 로스가 한가롭게 자전거를 타는 명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 그리고 골든글러브 영화음악상을 휩쓸었고, 빌보드 정상에서 4주간,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서는 7주간 톱에 머물렀다. 영화 개봉 한달 전에 먼저 나온 싱글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영화의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상승곡선을 그려 200만 장을 팔았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역대 영화 주제곡 100곡 중 23위에 오를 정도로, 영화사에 길이 남은 영화 주제곡으로 남았다.

 

크리스토퍼 크로스 ‘Arthur’s Theme’(1981)

더들리 무어와 라이자 미넬리가 주연한 영화 <미스터 아더>(Arthur)의 주제곡으로, 바카락에게 또 다시 오스카의 영광을 안긴 곡이다. 싱어송라이터인 크리스토퍼 크로스와 공동으로 작업했으며, 당시 바카락의 아내였던 작사가 캐롤 베이어 세이거(Carole Bayer Sager) 그리고 라이자 미넬리의 남편인 싱어송라이터 피터 알렌(Peter Allen)까지 모두 네 사람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3주 연속 톱에 올랐으며, 역대 영화음악 100선 중 79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온 워릭 ‘That’s What Friends Are For’(1986)

백코러스에서 노래하던 루키 디온 워릭(Dionne Warwick)의 재능을 알아본 바카락이 그를 발굴하여, 1961년부터 1972년까지 함께 일하며 스타 디바로 성장했다. 이 곡은 로드 스튜어트가 가장 먼저 녹음하여 영화 <Night Shift>(1982)에 삽입하였으나, 그로부터 3년 후 디온 워릭이 엘튼 존, 글래디스 나이트, 스티브 원더와 함께 AIDS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발매한 버전이 더 유명해졌다. 다소 소원해졌던 디온 워릭과 바카락의 관계 회복을 상징하는 이 곡은, 1986년에 빌보드 톱에 올라 그래미상을 수상하였고, 약 3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패티 라벨 feat. 마이클 맥도널드 ‘On My Own’(1986)

바카락 부부와 관계를 회복한 디온 워릭이 가장 먼저 녹음하여 앨범 <Friends>(1985)에 수록한 곡으로, 연인이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는 내용의 노래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소울 넘치는 목소리로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에서 각각 녹음 및 믹싱을 했으며, 패티 라벨의 여덟 번째 앨범 <Winner in You>(1986)에 수록한 듀엣 버전이 더 사랑받았다. 이 곡은 3주 동안 빌보드 톱에 머물렀으며, 핫 블랙 싱글스 차트에도 4주 동안 정상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