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의미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혹자는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는 얄팍한 명분만을 달성했을 뿐이다. 아직, 많은 것이 끝나지 않았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시작한 수요집회는 여전히 어김없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설치물인 소녀상은 국내외 30여 곳에 세워지며 국제 사회에 끊임없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위안부' 역사를 담은 영화는 여전히 과거의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제기하는 고마운 장치다. 영화는 과거의 사건을 독자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한편, 지금 세대에게 와 닿는 현재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래서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심을 환기하고 올바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지금 누군가는 재빨리 역사를 덮으려 한다. 더 늦기 전에, '위안부'로 불리는 우리 시대 소녀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이유다.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다

다큐멘터리 <어폴로지>

The Apologyㅣ2016ㅣ감독 티파니 슝ㅣ출연 길원옥, 차오, 아델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납치되고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중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인생을 생생하게 조명한 영화. 길원옥 할머니는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활동을 하는 반면,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지 못하는 현실을 비춘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할머니들 곁에서 영화를 촬영한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한일 양국간의 대립이 아닌 동아시아 전 지역의 인륜적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할머니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영화는 나아가 힘겨운 시련과 상처를 지닌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스토리펀딩을 통하여 후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극장 수익금의 10%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 더 늦기 전에,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 시대의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사과를 건네 보자.

<어폴로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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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보면 좋을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시리즈

변영주 감독이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7년 간 섬세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시리즈.

 

<그리고 싶은 것>(2013)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을 만들기로 한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 그중 한국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리기로 하면서 마주하게 된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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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비극을 위로하다

극영화 <눈길>

Snowy Roadㅣ2015ㅣ감독 이나정ㅣ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2016년 3월 1일에 개봉한 영화 <눈길>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부잣집 막내딸 ‘영애’(김새론)와 가난한 소녀 ‘종분’(김향기)이 일본군에 끌려가 비극적인 운명을 함께 하게 된 상황을 그린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2부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묶어 장편영화로 기획한 것이다. 2016년 개봉한 <귀향>과 같이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극영화지만 당시의 참혹하고 폭력적인 순간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소녀들의 따뜻한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절실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통해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나정 감독은 “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촬영 당시 열여섯 살이던 두 아역배우의 남다른 열연이 더욱 빛나는 작품.

<눈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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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보면 좋을 극영화

<귀향>(2015)

일본군에 끌려간 소녀들의 아픔과 애환을 담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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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굽쇠>(2014)

해방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고국에 모셔오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온 손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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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전하는 할머니들의 기억

단편 애니메이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그들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의해 만주로 끌려간 소녀는 1945년 태평양 전쟁으로 인한 일본제국의 패망으로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국에서 조차 자신의 상처를 숨길 수밖에 없는 처참한 상황. 이후 1995년이 되어서야 국내에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이 알려지지만 여전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은 실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더욱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 낸다. 2014년 세계 최고 권위의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에서 상영되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 국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다시 한번 '위안부' 문제를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아티스트레지던스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으로,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를 실사처럼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할머니들이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위안부'로 끌려가기까지의 과정과 경험담을 덤덤하면서도 묵직하게 들려주는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여운을 남긴다. 

메인이미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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