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덕후다. 동시에 우리는 덕후라는 이름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덕콘은 2021년부터 팬 초청 무료 소규모 콘서트로 매월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여러 덕콘 가운데 몇 가지 무대와 아티스트 인터뷰를 인디포스트를 통해 소개한다. 오늘은 한로로와 신인류의 무대다.

 

 

한로로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 한로로 ‘입춘’

봄이 되면 떠오르는 많은 노래가 있지만, 이처럼 처연한 감정을 확연하게 드러나는 봄 노래는 없었던 것 같다. 기다리던 계절에 피어나지만 이내 초라해지고 마는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한로로의 데뷔곡, ‘입춘’. 덕콘이 열리는 T팩토리에서 BGM으로 선곡한 ‘입춘’에 대한 반응은 일찌감치 여느 곡들과 달랐다. 100곡이 넘는 플레이리스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특히 이 곡의 제목을 궁금해했다.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 부문과 모던록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가장 기대되는 신인으로 떠오른 한로로는 청춘의 노랫말로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며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기타의 오버드라이브가 주가 되는 밴드 사운드는 1990년대의 낭만을 떠오르게 하고, 무심한 듯 내지르다 유니크한 바이브레이션으로 포인트를 주는 한로로의 보컬은 감정 전달에 충실한 힘을 갖고, 록이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유효하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길지 않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이야기와 곡에 대한 사연들로 무대를 흥미롭게 풀어갔다. 한로로는 자신의 장점으로 평범함을 꼽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일상 속 이야기에 귀기울여 좋은 노래를 만들어내는 비범함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티스트 인터뷰

Q 첫 번째 덕콘 공연을 마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한로로 단독으로 하는 공연은 오랜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는데 무사히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좋은 무대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과 보러 와 주신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Q 2022년 데뷔 이후로 빠르게 많은 관심을 받거나 시상식에 이름이 오르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기대되는 신인으로 주목받았어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로로 데뷔 초반에만 얻을 수 있는 ‘기대되는 신인’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과장하여 기뻐하거나, 너무 앞선 걱정도 하지 않으려고요. 꾸준히, 묵묵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매해’ 기대되는 뮤지션으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Q 본인의 매력으로 ‘평범함’을 꼽았어요.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곡에 대한 소재를 얻는 등 일상에서 무언가 특별함을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쓰여진 곡 중 재밌는 사연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로로 ‘거울’이라는 곡은, 친구와 술을 마시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나눈 후, 귀가한 방 안에서 만들어졌어요.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면 울컥할 때가 많아서 눈물을 자주 보이곤 합니다. 그러한 제 모습을 보는 친구들도 같이 울 때가 많아요. 그 장면 그대로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 이 곡은 무대에서 부를 때도 가끔 울컥할 때가 많답니다.

 

Q MBTI 유형인 INFJ라고 들었어요. 전세계 1.5%뿐인 음악과 책, 예술을 좋아하는 유형이라고 하네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이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학창 시절의 한로로님은 어땠나요?

한로로 사실 학창시절 때는 ENFJ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만 있다면 뭐든 앞장서서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짧은 편지든, 노래든, 춤이든, 학급위원이든 뭐든지 말이에요. 그러한 제 노력들을 알아주고 보답해주는 친구들 덕에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그 친구들과 연을 잘 이어가는 중입니다. 인복이 좋아요...

Q 노래를 쓸 때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로로 제가 노래를 쓰는 이유는 들어주는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에 많은 힘을 쏟는 것 같아요.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라든지, 불안한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메시지라든지요. 한로로의 음악에 대한 모든 호평을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호평은 '가사가 너무 공감이 돼요. 덕분에 힘이 됐어요.'라는 것들이랄까요. 그만큼 저는 제 노래의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최근에 즐기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요?

한로로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제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외국 밴드들의 앨범을 통으로 분석하거나, 그들의 공연 영상을 영화처럼 몇 시간 쭉 이어서 보곤 해요. 최근 빠지게 된 건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Inhaler’라는 밴드입니다.

 

Q 공연 중 조금만 기다리면 새로운 소식을 들려줄 수 있다고 했는데, 음원 발매나 공연 계획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로로 곧 다가오는 4월에 싱글을 낼 계획이고요. 더 나아가 EP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중간 과정마다 들어오는 좋은 기회들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단독 콘서트도 할 수 있다면 꼭 기획해 볼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로로 인스타그램

 

 

신인류

“한 손엔 너를 꽉 잡고 같이 일어서자고
다른 손엔 꿈을 잡고 어느 쪽이 더 큰지
재고 있는 내 모습 참 한심해 그래” – 신인류 ‘너의 한마디’

지나간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신인류가 들려주는 한마디는 사랑과 꿈의 무게를 저울질하며, 후회와 자책으로 남아 긴 밤 누군가를 추억하게 한다. 처음 덕콘을 시작했던 2020년부터 신인류의 섭외를 계획했으나 아쉬운 해체 소식을 접하고 포기한 바 있다. 2년 여의 긴 시간을 지나 다시 반갑게 돌아온 신인류를 덕콘의 아흔다섯번째 아티스트로 만났다.

이들은 엠비언트나 변칙적인 리듬을 능숙하게 차용하여 모던록을 현대적인 어법으로 녹여내면서도 안식처 같이 편안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밴드는 리허설에서부터 긴 시간을 할애하며 음향과 모니터, 셋리스트의 연결 등을 세심하게 조율하였다. 풍성한 사운드와 공연마다 색다른 편곡을 선보여 기대를 모으는 신인류의 무대가 시작되고, 팬들은 60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세계에서 유영했다.

투명하고 섬세한 보컬 신온유, 키보드의 하형언, 베이스의 문정환, 드럼의 이예찬, 대학 동기들로 구성된 이들의 무대는 음악처럼 다정하며 화려했다. 여러 방식의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밴드 신인류의 무대와 인터뷰를 만나보자.

 

아티스트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신인류 여러분, 덕콘을 마친 소감 알려주세요

신인류 우선 말로만 듣던 덕콘 무대의 제안이 들어와서 기뻤습니다. 무대 앞에는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80명의 팬분이 계셨고, 선한 눈빛들을 마주하면서 50분간의 작은 우주의 있는 것 같았어요. 애틋함이 느껴져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Q 멤버들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신인류 저희는 모두 대학교 동기로 만난 친구들이에요.

형언 학교 동기로 만나게 된 인연들이에요. 모두 각자의 매력이 뚜렷하다고 느꼈어요! 온유 특유의 부드러움과 정환이의 수줍음, 예찬이의 화끈함이 기억에 남아요.

정환 온유 누나는 유일한 친구였고, 형언이는 완전 인싸라 친해질 수가(?) 없었고, (졸업 후 활동하면서 친해졌어요) 예찬이랑은 완전 상극이였어요 (웃음)

예찬 대학생때 학교 공연에서 온유 누나 곡을 하면서 만났어요. 첫인상은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냥 셋 다 너무 조용했어요. (웃음)

 

Q 휴지기 동안 각자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궁금해요.

온유 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것들도 많이 시도해 보고 취향도 더 확고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했던 것들은 덜어지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 더 단단해진 시간이었어요.

형언 프리랜서로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 계획적인 루틴을 짜서 하루를 보내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건강한 삶을 사려고 노력했습니다.

정환 저는 음향 엔지니어 쪽으로 아예 전향했었어요. <배민 라이브> 음향 감독을 2년정도 맡아서 하다가 지금은 톤스튜디오에서 레코딩 믹싱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찬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Q 여러 종류의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만든다고 들었어요. 멤버별로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곡과 그 이유는요?

온유 저는 요즘은 저희 곡 중 ‘나를 보고 말해요’요. 제목이 직관적이기도 하고, 첫 줄 가사 중 “당신이 나보다 바쁘다고 말을 먼저 하기도 전에요.” 전에 이야기를 떠올리면 먼저 고백하는 장면이 그려져서 좋아해요.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첫 줄에 적었던 기억이 나서 골랐습니다.

형언 특별한 곡은 항상 바뀌는데요. 오늘의 전 ’나를 보고 말해요‘를 뽑고 싶어요. 곡이 탄생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큰 다이나믹이 없이 감정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이 들어요.

정환 저는 ‘한여름 방정식’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비를 엄청 좋아하는데 비가 안내리는 날에도 비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이에요.

예찬 저는 요즘엔 ‘꽃말’이요. 가사가 추상적이라 어느 상황에 갖다 놓아도 이해가 되는 느낌…?

 

Q 처음 신인류를 들었을 때 사운드와 편곡에 대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했어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떠한 색깔을 지닌 밴드가 되고 싶나요?

신인류 곡이 완성되어 대중분들이 들어주실때 곡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해요. 저희의 음악이 일상 속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뚜렷한 색깔이 꼭 아니더라도요!

 

Q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주세요. 특히 활동에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뭘까요?

2023년 상반기에는 공연이 꾸준히 잡혀 있습니다. 쉬는 동안 만나지 못했던 팬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싶어서요! 또한 멋진 공연장, 기획자분들께서 많이 찾아 주셔서 저희도 멋진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활동에서 특히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훗날 나올 정규앨범에 힘을 쏟고 싶어요. 오래 음악 해달라는 감동적인 피드백을 만나면 힘을 얻어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계속 들려 드릴게요.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려요!

신인류 인스타그램

 

Writer

원맨밴드 후추스, 덕콘 기획자

김정웅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