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의 명반 <Tubular Bells>(1973)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아 리메이크 앨범이 발매된다. 어린 시절부터 포크 그룹을 옮겨 다니며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던 약관 20세의 그가 홀로 모든 악기를 연주하여 두 파트로 구성한 연주곡을 녹음하였고, 이 곡을 녹음했던 스튜디오의 리처드 브랜슨 대표는 버진 레코드를 설립하여 1973년 5월 25일 첫 음반으로 내놓았다. 발매 후 초기 반응은 미미하였으나 그해 말 역사에 남은 공포영화 <엑소시스트>에 삽입되면서 상승세로 전환했고, 결국 영국 차트 톱 순위에 올라섰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 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차트 3위에 올랐고 캐나다와 호주에서 1위에 올라, 판매고는 1,500만 장을 넘어서 신생 버진 레코드를 메이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Tubular Bells> 후속 버전과 다른 뮤지션들의 커버 버전이 계속 발표되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축하공연에 출연할 정도로 영국의 음악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음반이 되었다.

영화 <엑소시스트>(1973)에 삽입한 ‘Tubular Bells’

 

음악 천재 마이크 올드필드

14세부터 기타리스트로 여러 포크 밴드에서 활동하던 그는, 여러 해 동안 솔로 데뷔를 위한 <Tubular Bells>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17세이던 1970년에는 밴드 ‘Whole World’의 일원으로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악기를 직접 다루어 보면서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의 시동을 걸었다. 그후 다른 가수의 밴드 일원으로 매너 스튜디오(Manor Studio)에서 오래동안 작업하면서 그곳 프로듀서들과 친해졌고, 짬을 내어 자신의 첫 데모 테이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데모 테이프로 EMI와 CMS에 솔로 음반을 제안했지만,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재능은 천재적이었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의 성격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프로듀서들이 스튜디오의 소유주에게 소개했는데, 그가 현재 버진 그룹의 회장으로 유명한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었다.

마이크 올드필드 ‘Tubular Bells’ 50주년 투어 라이브 at The Royal Festival Hall(2023)

 

버진 레코드의 리처드 브랜슨

최근에도 여전히 절친인 마이크 올드필드와 리처드 브랜슨(2014)

학생 잡지를 발간하고 노팅힐에 레코드 스토어를 운영하여 일찍이 성공을 거둔 젊은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마이크 올드필드를 불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도록 했고, 이를 음악시장 미뎀(MIDEM)에 참가한 음반 회사에 소개했다. 하지만 보컬이 없는 연주곡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갖는 회사가 나오지 않자, 직접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를 설립하고 첫 음반으로 <Tubular Bells>을 내놓았다. 이렇게 신생 음반사의 데뷔 음반은 1,0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대박을 쳤으며, 이후 섹스 피스톨즈, XTC, 저팬(Japan), 파우스트(Faust) 등 논란이 많던 아티스트를 연이어 계약하여 업계에 돌풍과 파란을 일으켰다. 버진 레코드는 짧은 시간에 메이저 독립 음반사로 부상했으며, 마이크 올드필드와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 레코드가 EMI에 매각되는 1992년까지 거의 20여년 동안 함께 하였다. 후일 리처드 브랜슨은 “나의 인생에 ‘Tubular Bells’라는 단어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마이크 올드필드 ‘Tubular Bells’ BBC 라이브(1973)

 

50주년을 맞은 역사적 명반

<엑소시스트>(1973)에 수록한 후로 이 음악은 영화 사운드트랙의 기념비적인 음반이 되었고, 이듬 해 무명의 기타리스트 마이크 올드필드는 그래미 최고 연주곡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변주한 ‘Tubular Bells’ 시리즈를 연이어 발표하였고, 드라마 <엑스 파일>용으로 만든 리메이크 ‘Tubular X’가 싱글로 발표되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의 개막식 공연 무대에 올라 ‘Tubular Bells’를 연주하여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송임을 다시 확인하였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이 곡을 베이스로 독창적인 커버 버전을 발표하여 다양성까지 더했다. 정확하게 50주년을 맞는 올해 5월 26일에는 한 장의 CD 와 두 장의 LP로 구성된 50주년 기념 음반이 발매된다. 여기에는 마이크 올드필드가 2018년에 녹음한 8분 길이의 미발매 ‘Introduction to Tubular Bells 4’도 포함되었다.

<엑스 파일> OST 중 마이크 올드필드 ‘Tubula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