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부터 1964년까지 보스턴에서 13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집안에 들어온 침입자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도시 전체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지만, 이 사건에 관해 제대로 밝혀진 사실은 없었으며,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종신형으로 수감된 재소자 한 명이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했지만, 물적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으며 그의 범행 여부에 관해 논란이 분분했다. 당시 두 명의 열혈 기자가 팀을 이뤄 여성에 대한 편견을 무릅쓰고 사건을 취재하였고, 29편의 연속 기사를 실어 경찰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였다. <보스턴 교살자>(Boston Strangler, 2023)는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역사상 세 번째 미스터리 영화이며,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화 <Boston Strangler>(2023) 예고편

 

‘로레타 맥로린’과 ‘진 콜’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형사도 아니고 용의주도한 살인자도 아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했던 1960년대 보스턴의 신문사에서 당대 자신들에게 으레 주어졌던 패션이나 인테리어 기사가 아니라 강력 사건을 취재하고 싶었던 여성 기자가 주인공이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로레타 맥로린(Loretta McLaughlin)과 진 콜(Jean Cole) 두 사람은 여성에 대한 불신과 선입견을 뚫고 해당 사건을 취재하여, 29회로 이어진 연속 기사로 경찰 당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로레타 맥로린은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에서 기자 생활을 계속 했고 후일 에이즈에 관한 심층 기사로 명성을 쌓기도 했다. 그는 정년 65세에 은퇴한 후에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고, 2018년에 9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진 콜 역시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기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토니 커티스 주연의 <Boston Strangler>(1968) 예고편

 

‘앨버트 데살보’와 ‘조지 나사르’

재판 후 법정을 나서는 앨버트 데살보(1967)

1968년 영화에서는 토니 커티스(Tony Curtis), 2023년 영화에서는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David Dastmalchian)이 연기했던 앨버트 데살보(Albert DeSalvo)를 많은 언론은 ‘보스턴 교살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의 범행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연쇄 강간 사건으로 종신형을 살던 그가 감방 동료였던 조지 나사르(George Nassar)에게 자신이 ‘보스턴 교살자’라 밝히기도 했지만, 수사나 재판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살해당했기에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졌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3년 DNA 대조를 통해 마지막 희생자의 살해 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그 외 범행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밝힌 감방 동료 조지 나사르(George Nassar)가 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데살보와 그를 면담한 교도소 정신과 의사는 데살보가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으며, 나사르가 범인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바 있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나사르는 여전히 수감생활 중이다.

다큐 영상 <The Shocking True Story of the Boston Strangler> by WatchMojo

1960년대 초 CCTV도 없고 법의학도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이라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 ‘콜드 케이스’로 분류되었다. 앨버트 데살보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한 상태에서 교도소에서 살해당했고, 그의 가족과 정신과 의사느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살인을 할 만큼 잔혹한 성격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조지 나사르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강변하며, 종신형을 살고 있는 마당에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카피캣(Copycat)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이 사건은 영화와 드라마, 또는 소설에서 자주 인용하여 “Boston Strangler”라는 용어 자체도 유명세를 탔다. 롤링 스톤즈의 ‘Midnight Rambler’나 스탄델즈의 ‘Dirty Water’도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다.

영화 <Boston Strangler: The Untold Story>(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