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더 웨일>(2022)로 남우주연상을 받자 무대에 올라 눈물을 글썽이면서 감사의 인사말을 전한 브렌던 프레이저(Brendan Fraser). 그가 과거 <미이라> 3부작의 주인공이었던 탐험가 ‘릭 오코넬’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이도 많을 것이다. 100여 년 전의 탐험가 복장으로 고대 유적지를 종횡무진 누비며 영웅적인 액션을 연기하던 그는 20년도 되지 않아 영락없는 중년 남성이 되어 돌아왔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그가 282kg의 초고도 비만의 인물을 연기하기에 그를 더욱 알아보기가 힘들었 수도 있다. 영화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이후 한동안 스크린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그가 그 동안 겪은 일들을 알아보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던 프레이저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

그는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위험한 스턴트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지 오브 정글>(1997)부터 <미이라> 3부작까지 유난히 넘어지고 깨지는 액션 코미디 작품이 많았으며, 그는 감독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미이라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미이라 3: 황제의 무덤>(2008)을 촬영하면서 그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촬영 중에는 붕대와 얼음을 몸에다 두르고 강행했다가 촬영지인 중국에서 돌아온 후 기나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허리에는 척추절제술, 무릎에는 인공슬관절 수술을 받았고, 성대에도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았다. 병원 신세를 진 기간이 무려 7년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201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온 셈이다.

그의 첫 히트 영화 <조지 오브 정글>(1997)의 한 장면

 

이혼, 그리고 계속된 소송

그가 할리우드에 입성한 후 위노나 라이더의 바비큐 파티에서 소개를 받아 결혼에 이른 에프톤 스미스(Afton Smith)와의 결혼 생활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파경을 맞았다. 가정법원은 그에게 매달 5만 달러의 이혼수당과 세 아이의 양육비로 매달 2만 5,000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몇 년 후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재차 소송을 냈고, 전 부인은 그가 새로운 영화 계약을 숨기고 있었다며 사기죄 혐의를 걸었다. 두 사람의 소송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지루한 소송전은 무려 7년이나 계속되면서 가족 모두를 피폐하게 했다. 그는 최근에 와서야 메이크업 아티스트 진 무어(Jeanne Moore)를 만나기 시작했으며, 시상식에서 안정감을 다시 찾아준 그에게 감사를 표시한 바 있다.

<미이라 3: 황제의 무덤>에서 황제(이연걸)와 릭 오코넬(브렌던 프레이저)의 마지막 대결

 

가족의 불행과 우울증

액션 판타지와 코미디 장르에 주로 출연하여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역할을 맡았지만, 실제 그의 인생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 전처 사이에 아들 셋이 있었는데, 이중에 큰 아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음에 따라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에 집을 짓고 목초지로 둘러싸인 농장에서 말을 키우면서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영화배우로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이 부치자 그의 우울증이 심해졌다. 아이들 양육비를 대기 위해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고, 과식이 연이어지는 식습관으로 의해 체중이 불어났다. 2016년에는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로 인해 그의 슬픔은 오래동안 지속되었다. 한편 그는 예술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로 유명하기도 하다.

영화 <웨일>에서 고도 비만으로 변신하는 브렌던 프레이저

 

할리우드 거물의 성추행

2018년 <GQ>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루키 시절인 2003년 할리우드의 거물급 언론인 필립 버크(Phillip Birk)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필립 버크는 오랜 기간 골든글러브 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HFPA)의 회원이었고, 최근에는 협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협회는 이 사건을 조사한 후 성추행한 사실이 실제 있었지만 이는 농담에 불과했다는 부당한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 이후로 브렌던 프레이저가 할리우드 영화계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 동안 캐스팅이 잘 되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필립 버크는 결국 다른 인종 문제에 연루되어 협회에서 제명되었지만, 브렌던 프레이저는 아직 협회의 사과 표명이 없었다며, 영화 <더 웨일>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GQ 매거진 <Brendan Fraser Breaks Down His Most Iconic Charac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