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격동의 역사를 지내온 아일랜드(Ireland)에는 세계적인 음유 시인과 뮤지션들이 많다. 중세에는 바이킹의 약탈과 전쟁에 이어 800년 동안 이어진 영국의 통치를 견뎠고, 근세에는 고난의 감자대기근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신대륙으로 이주했으며, 영국과는 치열한 독립 전쟁을 거쳤다. 대부분 켈트족의 후예인 아일랜드 사람들은 느긋하고 겸손의 미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아이리시 펍에 모여 술과 노래를 즐기면서 많은 시인과 뮤지션들을 배출하였다. 이들의 음악에는 서정성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뮤지션과 이들의 대표곡 다섯을 알아보았다.

 

씬 리지 ‘The Boys Are Back in Town’(1976)

1969년 수도 더블린에서 시작된 하드록 3인조로, U2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록 밴드였다. 아일랜드 전통 민요 ‘Whiskey in the Jar’의 하드록 버전으로 주목을 받았고 여섯 번째 앨범 <Jailbreak>(1976)을 계기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앨범에 수록한 ‘The Boys Are Back in Town’은 최고 히트곡으로, 영국 차트 8위, 미국 차트 12위에 올라 모국을 벗어나 세계로 인기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곡과 리드 보컬을 맡았던 실질적인 리더 필 라이넛(Phil Lynott)이 1986년 약물중독으로 쓰러져 37세의 나이에 요절하자, 밴드의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다. 필 라이넛의 절친이었던 게리 무어와 남은 멤버들이 재결성과 해체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밴드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필 라이넛이 자주 가던 더블린 중심가의 펍 ‘Bruxelles’ 앞에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씬 리지 ‘The Boys Are Back in Town’

 

U2 ‘With or Without You’(1987)

1976년 더블린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로, 이제까지 2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여, 명실공히 아일랜드의 음악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수많은 U2의 히트곡 중에서도 최고 명곡인 ‘With Or Without You’는 지금까지 2,500만 장이 팔린 다섯 번째 앨범 <The Joshua Tree>(1987)에 수록했다. 이 앨범의 대부분 곡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이 곡 역시 처음에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었지만, 보노(Bono)는 나중에 프랑스에 휴가 갔을 때 자신의 개인적 욕구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다룬 것이라고 진솔하게 밝힌 바 있다. 노래 제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3주간 차트 톱에 올라 U2의 첫 빌보드 1위 곡이 되었다.

U2 ‘With Or Without You’ 뮤직비디오

 

시네이드 오코너 ‘Nothing Compares 2U’(1990)

공공연히 드러내는 저항 정신과 이를 상징하는 듯한 삭발한 헤어 스타일로 유명한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의 두 번째 앨범 <I Do Not Want What I Have Got>에 수록한 곡으로, 빌보드 핫100과 영국 차트에서 각각 4주간 톱에 올라섰고, 1990년도 결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도 톱에 랭크된 곡이다. 이 곡의 인기에 힘입어 앨범은 700만 장이 팔렸다. 그의 얼굴과 표정을 전면에 내세운 뮤직비디오는 MTV 어워드에서 3관왕이 되었고, 현재 유튜브 조회수 3.7억 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작곡한 곡은 아니며, 프린스가 1985년 앨범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이제까지 10여 장의 음반을 내며 사회적인 메시지와 독설이 가득한 노래를 발표한 그는, 최근에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올해 새 앨범 <No Veteran Dies Alone>을 준비 중이다.

시네이드 오코너 ‘Nothing Compares 2U’ 뮤직비디오

 

크랜베리스 ‘Zombie’(1994)

1960년대 후반부터 30여년 동안 지속된 북아일랜드 분쟁(Northern Ireland conflict)에 영감을 받은 곡으로, 영국에 대항하는 집회의 데모 송으로 유명하다. 당시 북아일랜드가 영국 연방에 남게 되면서 아일랜드와의 병합을 주장하는 구교도와 영국과의 결속을 주장하는 신교도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어 ‘피의 일요일’ 사건을 계기로 유혈 분쟁으로 번졌다. 1993년에는 쇼핑센터에서 폭발물이 터져 두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들은 밴드 리더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이 그 자리에서 썼다. 밴드의 두 번째 앨범 <No Need to Argue>(1994)에 수록되었고,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에서 차트 톱에 올라 이듬 해 MTV 유럽 어워드에서 ‘베스트 송’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이 노래는 평론가들로부터 ‘얼터너티브 록의 최고 걸작’로 추앙되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현재 13억 조회수를 넘어섰다.

크랜베리스 ‘Zombie’ 뮤직비디오

 

데미안 라이스 ‘The Blower’s Daughter’(2001)

그는 10대 시절부터 밴드 주니퍼(Juniper)를 결성하여 일찍 인기를 얻었지만 소속사 폴리그램의 간섭이 심해지자 탈퇴하여 유럽을 떠돌며 방랑을 하거나 거리 공연을 했다.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녹음한 솔로 데뷔 앨범 <O>(2022)가 영국 차트 8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65만 장을 팔았다. 이 앨범에 수록된 ‘The Blower’s Daughter’가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했던 로맨스 영화 <클로저>(2004)에 삽입되면서 그에 대한 인지도는 부쩍 늘어났다. 2007년에는 대학 때부터 함께 활동했던 음악적 동반자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과 결별하여 아쉬움을 낳았다. 방랑시인 이미지로 느리고 천천히 세계 구석구석에서 공연을 계속 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단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데미안 라이스 ‘The Blower’s Daughter’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