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상업영화의 해일 속에서도 좋은 독립영화는 계속해서 탄생해왔다. 그중에서도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해외관객을 매료시킨 독립영화라면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한국의 독립 장편, 단편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국내외에 배급해온 인디스토리가 오는 3월 수요단편극장으로 해외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던 단편영화 세 편을 선보인다. 탈북 여성의 삶을 세심하게 그려낸 <충심, 소소>부터, 한 가족의 충격적인 하루를 담은 <모던 패밀리>, 많은 관객을 울렸던, 배우 고 김지영의 연기를 엿볼 수 있는 <팀워크>까지. 세 편의 단편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오는 3월 22일, 망설이지 말고 서울아트시네마로 향하자.

 

<충심, 소소>

Choongshim, Soso | 2012 | 김정인 | 30분 | 출연 이상희, 맹봉학

중국 단동의 안마소에서 일하는 불법 탈북자 충심은 공안의 단속을 피해 매일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 초반 자신을 단동 토박이라 얘기할 만큼 낯선 나라의 언어와 안마소의 일에 적응한 듯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밤이 찾아오자 온갖 위험과 불안의 요소들이 충심을 덮친다. 오갈 곳 없이 거리를 헤매던 충심은 자신을 ‘소소’라 부르던 한국인 사업자의 집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지나간 기억의 흔적들을 마주한다. 영화는 안마소, 단동의 밤거리, 아파트, 세 공간을 불규칙한 시간의 흐름 속에 교차적으로 녹여냈다. 탈북자, 더 나아가 보호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소외계층이 느끼는 고통을 담은 <충심, 소소>는 제37회 몬트리올세계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늘 불안에 몸을 움츠리고 주위를 살피던 탈북자 충심 역은 2016년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 이상희가 맡아 완성도 있는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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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 | 2011 | 감독 김광빈 | 18분 | 출연 박성일, 유나미, 유동우

회의 도중 ‘현수’(박성일)는 집으로부터 걸려온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서둘러 집에 도착해 어린 아들과 친구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을 해결하려 하지만,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영화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현수가 벌인 부당한 행위와 이를 정당화시키려는 비도덕적인 신념들이 숨 막히게 엉켜 있다. 자기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끔찍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해버리는 영화 속 현수와 아내의 모습은 ‘무한 이기주의’ 시대가 강요한 ‘가족’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당신의 가족은 괜찮습니까?”라는 공허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모던 패밀리>는 제17회 밀라노영화제, 제9회 인디판다국제단편영화제를 비롯한 20여 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다. 도덕적 가치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에만 급급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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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Teamwork | 2010 | 감독 홍서연 | 11분 | 출연 김지영, 박정윤, 공수민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병상에 누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연신 중얼거린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홀로 그 말의 뜻을 알아챈 손녀가 할머니의 손을 꽉 잡아준다. 손녀의 사소한 투정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근심하던 할머니와 끝끝내 사과의 한마디를 전하지 못했던 손녀 사이에 이뤄지는 은근한 화해는 끝내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손녀 걱정에 편히 눈감지 못한 할머니 역은 배우 고 김지영이 연기했다. 섭외에 관한 후일담을 풀자면, 홍서연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지영을 떠올렸고, 그의 대기실에 찾아가 몇 시간을 버티며 설득한 끝에 출연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가슴 한켠 남아있는 후회와 죄책감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영화 <팀워크>는 제10회 달라스아시안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가올 22일, 이 한 편의 영화로나마 배우 김지영을 다시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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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3월 22일 저녁 8시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서울극장 3층)
관람료 8,000원(서울아트시네마 및 미디액트 정회원 5,000원)
문의 인디스토리 02-722-6051
홈페이지 www.indiestory.com

Tip. 인디스토리는 매달 한 번씩 임의의 주제를 선정해 인디스토리의 배급 단편영화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 <수요단편극장>을 진행하니, 홈페이지에서 상영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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