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은 <스파이더맨> 3부작(2002, 2004, 2007)의 성공으로 블록버스터 감독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가 흥행 감독의 명성을 다진 영화는 저예산 호러 장르인 <이블 데드>(Evil Dead) 3부작(1981, 1987, 1992)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영화 <스파이더맨> 세 편으로 거둔 극장 수입은 모두 25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엄청났지만, 그가 신예 감독 시절에 <이블 데드> 세 편으로 벌어들인 극장 수입은 5,000만 달러 정도였다. 그와 친구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러모은 37만 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데뷔작 <The Evil Dead>(1981)은 지금까지 컬트 호러의 클래식으로 인정받았고, 제작비의 78배인 3,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단숨에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기작가 스티븐 킹이 ‘최고의 호러 영화’라는 호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할리우드 메이저인 뉴라인 시네마가 나서서 신예 감독의 저예산 데뷔작의 배급을 맡는 행운이 따라주었다.

영화 <The Evil Dead>(1981) 예고편

 

호러 영화의 컬트 클래식

검은 팔, 피 묻은 손이 물 밖으로 빠져나오려 손을 뻗는 여인의 목을 조르는 이미지의 영화 포스터는 누구에게나 낯이 익을 정도로 <이블 데드> 시리즈는 유명하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나 이야기 구성은 의외로 간단하다. 깊은 산중의 오두막으로 휴가를 떠난 다섯 명의 일행에게 고대 악령이 깨어나 차례로 들러붙게 된다는 내용이다. 악령을 피해 달아나는 일행의 발 끝을 뒤쫓는 카메라 워킹이나 악령이 토해내는 끈적끈적한 구토물, 새빨간 피, 두꺼운 보철 분장이나 하얀색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방식 등 적은 제작비를 만회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슬래시 공포를 극대화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혹하게 표현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지금까지 ‘유혈낭자한 영화’(Splatter film)라는 꼬리표가 달려 극장 상영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이블 데드> 최고의 장면 편집 영상

 

프랜차이즈를 이끈 삼총사

<이블 데드>의 세 주역, 롭 테이퍼트(왼쪽), 브루스 캠벨(가운데), 샘 레이미(오른쪽)

미시건 대학의 영화 동아리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던 세 명의 친구들이 함께 1,400달러를 들여 콘셉트 단편 <Within the Woods>(1978)을 만든 것이 프랜차이즈 역사의 시발점이다. 이들은 극장 매니저에게 본 영화 전에 끼워 상영해줄 것을 설득하여 이을 본 관객과 평론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세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주위의 친지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최초의 장편영화 <이블 데드>(1981)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샘 레이미는 감독을, 그의 형 룸메이트였던 로버트 테이퍼트(Robert Tapert)는 프로듀서를 맡았고, 학교를 그만 두고 택시 운전사를 하던 브루스 캠벨(Bruce Campbell)이 주인공 ‘애쉬 윌리엄스’를 연기하게 되었다. 샘 레이미 감독과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브루스 캠벨은 후속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블 데드>의 주연 캐릭터로 출연하며 ‘슬랩스틱 히어로’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고, 후일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뿐만 아니라 영화 <다크맨>(1990), <퀵앤데드>(1995)에 우정 출연하였다.

샘 레이미 감독 영화 <스파이더맨>에 브루스 캠벨이 우정 출연한 장면들

 

<이블 데드>의 유산과 리메이크

샘 레이미의 영화 3부작 이후 리메이크 영화 <이블 데드>(2013) 역시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연이어 TV 연재물 <Ash vs Evil Dead>(2015~2018) 세 시즌이 방송되면서 프랜차이즈 역사는 계속되었다. 브루스 캠벨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로튼토마토 98%의 평점을 받으며 인기가 지속되었으나, 그가 드라마 종영 후 이제 ‘애쉬’ 연기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여 컬트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첫 영화를 촬영했던 테네시 주 모리스타운의 숲 속 오두막집에도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는데, 한 취객이 불을 질러서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오두막은 사라졌지만 영화는 다시 살아나 올해 4월에 다섯 번째 프랜차이즈 영화 <이블 데드 라이즈>(Evil Dead Rise)가 개봉될 예정이다. 캐릭터 ‘애쉬 윌리엄스’는 사라졌지만, 오리지널 삼총사는 여전히 제작자로 이름을 올려 프랜차이즈 오너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 <이블 데드 라이즈>(2023) 예고편